"지지자 기만했다"…안철수·윤석열 단일화에 '탈당' 문의 쇄도

by권혜미 기자
2022.03.03 14:19:13

[이데일리 권혜미 기자]

완주가 예상됐던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결국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매듭짓고 후보를 사퇴했다.

3일 오후 윤 후보와 안 후보는 공동 기자회견에서 “두 사람은 오늘 더 좋은 대한민국을 만드는 시작으로서의 정권 교체, 즉 ‘더 좋은 정권 교체’를 위해 뜻을 모으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대선까지 일주일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갑작스러운 소식이 전해지자 유권자들에겐 혼란이 가중됐다. 특히 안 후보의 지지자들 중엔 “아쉽지만 안 후보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말한 이들도 있었지만, 대다수의 지지자들이 허탈함을 금치 못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가 3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단일화 기자회견을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사진=국회사진기자단)
‘극적 단일화’ 소식이 전해진 3일 새벽부터 지금까지 국민의당 공식 홈페이지 게시판엔 탈당 방법을 문의하는 글과 안 후보에게 비판을 쏟아내는 글로 가득찼다.

이들은 “지지자들을 기만하는 행위”, “10년 동안 안 후보를 응원했던 시간이 아깝습니다”, “안철수도 별 다를 것 없는 정치꾼이었다”, “끝까지 버텨주시길 바랐습니다”, “뭘 위해 그동안 달려온 것인가”, “결국 거대 양당에 무릎 꿇다니”, “더 이상의 지지는 없습니다”, “5%의 지지자는 바보인 거냐” 등 속상한 심경을 드러냈다.

이 외에도 안 후보의 공식 유튜브 채널과 안 후보의 대표 팬카페로 알려진 ‘안국모’ 커뮤니티에도 비슷한 글이 줄을 이었고, 국민의당 홈페이지는 현재 접속자 폭주로 서버가 마비됐다.

(사진=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 공식 유튜브 채널에 달린 댓글)
2일 김동연 새로운물결 대선후보도 중도 사퇴하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를 지지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안 후보의 결정은 역풍이 거세게 불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그동안 여러 차례 언급된 윤 후보와 안 후보의 단일화 협상이 거듭 삐걱댔을 뿐만 아니라, 안 후보는 최근까지도 유세 현장과 TV토론에서 윤 후보를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기 때문이다.



4일 전인 지난달 27일 안 후보는 “협상에 대해서는 시한이 종료됐다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며 완주 의사를 단호하게 드러냈다.

또 전날 진행된 대선 TV토론회를 마친 뒤 마지막 소감에서 안 후보는 “열심히 정말 하루를 1년 같이 쓰면서 가능한 한 많은 분들께 제 진심을 전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윤석열 국민의햄 대선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가 3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단일화 기자회견을 마치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국회사진기자단)
그러나 2일 저녁 9시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과 이태규 국민의당 총괄선대본부장의 만남을 시작으로 협의 수순이 빠르게 이어졌다.

장 의원의 매형 집에서 만난 윤 후보와 안 후보는 3일 새벽 3시, 약 6시간 만에 갈등을 봉합하고 최종적으로 단일화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매끄럽지 않고 급박하게 진행된 단일화에, 결국 안 후보에게 한 표를 행사하기로 마음먹었던 지지자들만 큰 상처를 입고 말았다.

지난달 28일 오후 전북 정읍시 샘고을시장 앞에서 시민들이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의 유세를 지켜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심지어 지난달 23일부터 28일까지 진행된 재외국민 투표에서 안 후보를 선택한 이들의 표는 ‘사표’가 되고 말았기에 비난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국민의당은 공지를 통해 “금일 오후 12시 30분 중앙선관위에 후보직 사퇴서를 제출했다”라고 알렸다.

안 후보가 사퇴서를 제출함으로써 오는 4, 5일 진행되는 사전투표 투표용지엔 안 후보 비고란에 ‘사퇴’가 표시된다.

반면 본 투표 당일인 9일에 받게 되는 투표용지에는 사퇴 표기가 되지 않고 투표소에 안내문으로 사퇴 후보를 알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