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년 애물단지` 굴 껍데기를 철강 원료로 변신시킨 공무원

by임애신 기자
2022.01.25 16:32:28

장용호 해수부 사무관, `하반기 적극행정 최우수상`에
굴 패각, 처리비용 크고 악취까지…지역민 갈등 심화
수십년 간 민원 제기에도 "태울 수도 묻을 수도 없어"
재활용 모색해 철강 원료로…현대제철·포스코 `화답`

[세종=이데일리 임애신 기자] “악취로 지역민들을 힘들게 했던 굴 껍데기가 좋은 소재로 활용되면서 주변에 쌓이는 일이 줄고 환경 보존에도 도움을 주게 됐습니다. 굴 생산자들에 대한 시선이 따뜻해졌으면 좋겠습니다.”

장용호해양수산부 사무관은 박혜미 주무관과 함께 25일 오후 문성혁 해수부 장관으로부터 ‘2021년 하반기 적극행정’ 최우수상을 받았다. 이 상은 누구나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상반기·하반기 나눠 연간 2회에 걸쳐 △최우수상 1건 △우수상 2건 △장려상 3~4건을 각각 선정한다. 수상자로 선정되면 해수부 장관상과 포상금이 주어진다.

장용호 사무관 사진=해양수산부)


장용호 사무관에게 최우수상의 영예를 안긴 적극행정은 쓸모없는 굴 껍데기를 제철용 소결제(철강을 더욱 단단하게 하는 부재료)로 자원화해 환경 파괴를 막고 쓰레기 처리 비용까지 줄이는 일석이조의 사업이다.

장 사무관은 “법 규정 마련부터 기술 개발, 기업과의 협업까지 공무원 한 명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며 “폐기물을 관리하는 주무부처인 환경부 도움이 있었고, 양식산업과에서 같이 일했던 허만욱 과장이 법 제정 관련 사무를 지도해 줘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었다”며 수상의 영광을 주변에 돌렸다.

그의 겸손에도 장 사무관은 3년 가까이 양식산업과에서 근무하며 굴 패각의 자원화를 이끌어낸 주역이다. 통상 공무원들이 한 과에 1년 반에서 2년 정도 근무하는 것과 비교해 긴 기간 머물렀다. 그는 “법 제정과 연구개발(R&D)에 시간이 걸리는 사업이다 보니 오래 있게 됐다”고 전했다.

버려진 굴 껍데기는 해묵은 사회적 문제였다. `바다의 우유`라고 불리며 큰 사랑을 받는 굴은 엄청난 양의 껍데기를 남긴다. 20여년에 걸쳐 누적된 굴 패각은 100만톤에 육박하며, 매년 30만톤이 추가로 생긴다. 굴을 포함한 패류 양식 생산량은 2020년 30만84톤으로 2001년 대비 42% 늘었다. 지난 20년 동안 패류 소비가 늘면서 그만큼 처리해야 할 패각도 많이 생겼다는 의미다. 수산부산물은 폐기물관리법에 따라 하루 300kg 이상 발생하면 사업장폐기물로 처리해야 한다. 이 때문에 패각이 연안 곳곳에 쌓여 거대한 산으로 방치되고 있다.

패각으로 힘들어하던 지역민 중 11년 넘게 이를 개선해 달라고 민원을 제기한 사례가 있을 정도다. 그 만큼 굴 패각은 지역민에게는 견디기 힘든 큰 고통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이 외침에 응답하는 곳은 없었다. 수년 간 해수부와 환경부, 지자체가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형국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총대를 멘 게 장 사무관이다.

그는 “운전하다 보면 굴 패각이 쌓이다 못해 길가에 쓰려져 있는 경우가 있었다”며 “굴을 까고 남은 껍데기에 단백질이 붙어서 썩으면 악취가 나고 침출수도 나와서 인근 주민들이 힘들어 했다”고 회상했다. 장 사무관은 이어 “항의가 빗발치자 본인 땅에 묻었다가 고발 당해 벌금을 낸 분이 있고 바다에 몰래 버렸다 환경단체에 걸려서 처벌을 받은 분도 있었다”며 안타까움을 내비쳤다.



패각은 정부와 지자체의 골칫거리였다. 민원 해결을 위해 매립을 고려했지만 땅이 꺼지거나 땅의 성분이 변화하는 등의 문제로 매립이 어려웠다. 그렇다고 소각을 하기에는 석유 비용 부담이 큰 데다 온실가스 배출이 심해 태우는 것도 불가능했다. 그렇다면 남은 방법은 하나, 재활용이었다.

굴 껍데기가 쌓여 있는 모습 (사진=경상남도)


장 사무관은 “쓸모없는 굴 껍데기를 처리하기 위해 어업인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 부담이 컸다”며 “고민하다가 석회석을 사용하는 제철소에 주목했다”고 말했다. 굴 패각의 80~90%가 탄산칼슘으로 구성돼 있어 대체 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관건은 경제적 타당성 확보와 재활용 활용처를 찾는 것이었다. 그는 “정부가 아무리 제도와 법을 만들고 규제를 풀어도 이를 활용하는 기업이 없으면 무용지물”이라며 “법이 통과되든 안 되든 일단 기업을 찾아다녀야겠다는 생각에서 일단 써 줄 곳을 찾아 나섰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다행히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적극적인 현대제철(004020)과 포스코(005490)가 지난해 9월 국내 최초로 석회석 대신 굴 껍데기를 제철용 소결제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두 기업이 소화하는 굴 패각은 연 30만톤 규모로, 매년 발생하는 굴 껍데기를 모두 소화하는 수준이다.

국회도 굴 패각 문제를 인지하고 지원 사격에 나섰다. 수산부산물을 탈황 소재 등으로 활용하기 위해 기본계획 수립, 분리배출 의무, 처리업 허가 등에 대한 내용을 담은 ‘수산부산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이 지난해 7월 국회를 통과했다. 이는 여야가 처음으로 한마음 한뜻으로 공동 발의한 법안이다. 2019년부터 내년까지 150억원을 투입해 공공자원화센터를 건립하고, 올해부터 2027년까지 해양수산 부산물 바이오 소재화 R&D에 312억원의 예산 투입도 확정됐다.

이처럼 굴 패각을 제철용으로 활용하기까지 위기도 있었다. 장 사무관은 “환경부가 폐기물 주무 부처이다 보니 기존 제도를 개정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었다”며 “굴 패각 현장을 몇 번 보고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법 제정 며칠 전에 수용 의견을 줬다”고 말했다. 자칫 부처 밥그릇 싸움이 될 수 있었던 상황에서 칸막이를 없애고 현장을 최우선에 둔 결과다.

개인적인 고민도 컸다. 그는 “‘20년 넘게 안 된 일이 나라고 될까, 옳은 방향으로 정책을 가져가는 게 맞나’라는 고민을 계속했다”며 “‘환경부와 협업해서 법까지 만들었는데 재활용이 안 되거나 기업들이 안 써주면 어쩌지’라는 고민을 했다”고 털어놨다. 또 “굴 패각을 처리하는 폐기물단체에서 수요처가 여러 군데 생기고 규제·관리가 강화하다 보니 반발 아닌 반발이 있었다”고 전했다. 그가 굴 패각의 재사용을 이뤄내기까지 수 많은 고민과 노력을 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장 사무관은 마지막으로 “굴 생산자들이 동네를 어지럽힌다는 인식 때문에 대우를 잘 못 받는다”며 “패각이 좋은 소재로 쓰이고 대기 중의 탄소를 흡수할 뿐 아니라 바다의 산성화를 막아주는 역할을 하므로 생산자들이 굴을 생산하면서 환경도 지키는 역할을 한다는 인식이 퍼져 사람들의 시선이 바뀌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