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이민정 기자
2016.12.27 15:17:10
[이데일리 이민정 기자] 달러 가치의 상승이 회복 조짐이 보이는 미국 제조업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은 달러 가치가 14년동안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계속되는 달러 강세가 미국 수출 기업들의 수익을 악회시키고 있으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추진하는 미국 제조업 기업들의 일자리 확대 계획에도 위협이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달러는 최근 트럼프 대통령 당선과 연방준비제도(Fed·연준) 기준금리 인상 여파 등으로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16개 주요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추종하는 WSJ 달러인덱스는 지난주 93.36까지 상승해 14년동안 최고치를 찍었다.
달러 가치 상승은 해외로부터 물건을 수입하는 기업이나 가계에는 이득이 된다. 그러나 해외 소비 시장에 물건을 만들어 팔아야 하는 수출기업에게는 미국산 물건 가격을 더욱 비싸게 만들면서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떨어뜨린다.
이미 사무용품 등을 만드는 3M, 항공기 엔진 등의 복합제조회사 유나이티드 테크놀로지스 등은 달러 강세로 인한 매출 감소 전망 등을 내년 계획에 반영했다. 굴착장비 등을 만드는 케이터필러는 달러 가치는 상승하는 반면 엔화 가치는 하락하고 있어 일본 건설기계 제조업체들와의 경쟁력에서 뒤쳐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 최대 수출업체인 항공기 제조회사 보잉은 지난주 “항공기 판매 기회는 점점 적어지고 경쟁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며 상업용 항공기 부문 추가 감원 계획을 밝혔다. 전자기기 전문업체 에머슨 일렉트릭은 “강달러로 기기 주문이 9~11월 약 2%포인트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지난 10년간 달러 가치는 주요 통화 대비 상승이 미미했고, 달러 상승 둔화는 미국 수출산업이 지난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제 침체에서 회복하는데도 도움이 됐다. 이에 따라 2010년에는 미국 수출 규모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고 2014년에도 기록을 경신해 1분기 당 평균 5980억달러의 수출을 달성했다. 제조업 부문의 고용도 회복하기 시작했으며 미국이 제조업 부문에서 전성기를 다시 맞이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솔솔 나왔다.
그러나 이후 일본은행(BOJ)과 유럽중앙은행(ECB) 통화확대 정책에 따라 엔화와 유로화가 하락하면서 상대적으로 주요 통화 대비 달러 가치는 빠르게 상승하기 시작했다. 특히 달러 강세는 미국 제조업과 수출산업의 실적 부진과 이에 따른 고용 역량 악화를 불러올 수 있다고 WSJ는 진단했다. 비용 감축 등을 위해 국내로 공장을 들여오지 않고 중국이나 멕시코 등지에서 계속 운영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경제전망업체 매크로이코노믹 어드바이저스는 향후 3년동안 달러 가치가 10% 오를 경우 미국 국내총생산(GDP)은 1.8%포인트 줄어들고 제조업 부문 생산증가율은 3.6%포인트 감소할 것으로 분석했다. 미국의 해외 수출은 6.2%포인트 줄 것으로 전망했다.
벤 허즌 매크로이코노닉 어드바이저스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강달러는 수입물건의 가격을 낮춰 소비자들에게 유리할 수는 있지만 장기적으로 제조업 부문 일자리 감소 등으로 초기 이득이 상쇄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