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 한동우號 닻올린다..`3인방` 완전 손뗀다

by이학선 기자
2011.02.14 18:19:39

(종합)신한금융 새 회장 한동우 씨..내달 주총서 선임
라응찬·이백순등 사의표명..이사진, 절반이상 교체될듯

[이데일리 이학선 이준기 기자] 신한금융지주(055550) 회장에 한동우 신한생명 전 부회장()이 내정됐다. 반면 라응찬 전 회장과 이백순 전 행장은 그동안 유지해왔던 이사직에서 물러남에 따라 오는 3월말 임기가 만료되는 신상훈 전 사장과 함께 이른바 `신한사태 3인방`이 신한금융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떼게 된다.

이로써 지난해 9월 경영진간 고소고발로 촉발된 `신한사태`는 반년만에 종지부를 찍는다. 한 내정자로선 조직 내분사태를 종결짓고 새로운 리더십을 발휘하는데 힘을 얻을 전망이다.

▲ 한동우 신한생명 전 부회장이 신한금융의 새 회장 후보로 내정됐다. 한 내정자는 내달말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 회장으로 선임될 예정이다.(사진=한대욱 기자)
신한금융은 14일 사외이사 등 9명으로 구성된 특별위원회를 열고 대표이사 회장 후보로 한동우 신한생명 전 부회장을 추대했다. 이에 따라 한 회장 내정자는 오는 3월말 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 회장으로 최종 선임된다.

한 내정자는 1948년 부산 출생으로 부산고와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1971년 한국신탁은행에 입행, 금융권을 발을 내디딘 후 지난 1982년 신한은행에 창립멤버로 들어왔다. 신한은행 부행장과 신한생명 사장 등을 역임하면서 영업과 기획 능력을 인정받았다.

그는 은행 재직 당시 기획조사부장과 인사부장, 종합기획부장 등 핵심 요직을 거쳐 지금의 부서장급 중에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내부사정에 밝다. 이 점이 한 내정자의 가장 큰 장점이 된 것으로 보인다. 한 내정자와 경합을 벌였던 한택수 국제금융센터 이사회 의장은 재일교포 주주들의 지지를 받긴 했지만 지금의 신한을 만든 공과에서 한동우 전 부회장에게 밀린 것으로 관측된다.



한 내정자의 일차적 과제는 조직의 흩뜨러진 분위기를 수습하는 일이 꼽힌다. 그는 형식상 위원 전원의 추대를 받기는 했지만, 투표 과정에서 만장일치로 의견이 모아진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윤계섭 특위 위원장은 "여러사람의 중지를 모아 다수가 거기에 찬성을 했다"며 투표과정에 위원들간 다른 의견이 있었음을 시사했다.

이를 의식한 듯 한 내정자 스스로도 "회장 인선 과정에서 신한금융 조직이 양분돼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앞으로 이를 봉합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관심을 모았던 전임 경영진과 관계설정은 라응찬 전 회장과 이백순 전 행장이 이사직 자진 사퇴를 표명하면서 일단락됐다. 이날 열린 임시 이사회에서 라 전 회장과 이 전 행장은 동시에 사의를 표명했다. 라 전 회장과 이 전 행장의 등기이사직 임기는 각각 오는 2013년 3월과 2012년 2월까지였지만 이를 앞당겨 오는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공식 사퇴하기로 했다. 같은 시기 신상훈 전 사장의 등기이사직이 만료되는 점을 감안하면, 신한사태 3인방이 신한금융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떼게 되는 것이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새 술은 새 부대에 담겠다는 의사표현으로 받아들여 달라"고 설명했다.



라 전 회장과 이 전 행장의 이사직은 한 내정자와 서진원 신한은행장이 자연스레 물려받을 전망이다. 이와 동시에 기획예산처 장관을 지낸 김병일 사외이사가 사퇴의사를 밝혔고, 재일교포 사외이사들의 수장 역할을 맡아왔던 정행남 사외이사도 임기만료로 자동적으로 물러나게 되는 점을 감안하면 오는 3월 주총 이후 이사회 구성에 대대적인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우선 신상훈 전 사장의 등기이사직은 지난해 말 신한금융이 대표이사 2인 체제를 지난해 회장 1인 체제로 바꾸기로 하면서 임기만료와 함께 자동적으로 소멸된다. 정관상 신한금융은 이사를 15명까지 둘 수 있지만 신 전 사장의 자리를 다시 채울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여기에 류시열 회장 직무대행이 연임을 하지 않을 경우 이사회의 절반 이상이 교체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이사회가 지금처럼 12명으로 구성될지 신 전 사장의 자리를 뺀 11명으로 구성될지는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면서도 "어쨌거나 큰 폭의 변화는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사회의 주요 표결이 출석이사의 과반수 찬성을 토대로 하는 점을 감안할 때 이처럼 이사회 구성이 바뀌면 한 내정자는 과거 경영진의 입김에서 벗어나 운신의 폭이 넓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신한금융 내부에선 신한은행을 포함한 계열사 10개의 사장단이 한 내정자가 취임하는 대로 일괄사표를 제출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그만큼 한 내정자의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의사표시다.
 
▲ 한동우 내정자는 14일 오후 기자회견에서 "신한다운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포부를 밝혔다.(사진=한대욱 기자)


신한금융 내부에선 이러한 변화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김국환 신한은행 노동조합 위원장은 "노조는 그동안 신한금융 빅3의 등기이사직 사퇴를 줄곧 요구해왔다"며 "이들의 사퇴가 차기 회장의 새 출발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환영하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를 토대로 한 내정자는 조직 내부의 상처를 씻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날 오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28년간 봉직했던 신한맨으로서 신한사태를 보며 많이 힘들었다"며 "조직이 빠른 시일내 제자리를 찾고 신한다운 모습을 보여주는데 앞장서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그는 "형님 같은 마음, 부모, 선배 마음으로 일단 다 껴안을 것"이라며 "그럼에도 분파주의가 계속되면 조치가 따르겠지만 위에서 솔선수범하면 빠른 시일내 (분파주의가) 없어질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