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유세 완화에 '똘똘한 한채' 현상 심화..거래절벽은 장기화
by하지나 기자
2022.05.30 16:14:50
작년 공시가 적용..91% 해당 '6억원 이하' 재산세 줄어
종부세도 줄지만 2020년 수준 환원은 어려워
1주택자 보유세 감면에 다주택자 매물 출회 가능성도
대출 완화에도 매수심리 위축..관망세 지속될 듯
[이데일리 하지나 기자] 정부가 작년 공시가격을 적용해 1주택자에 대한 보유세 부담을 2년 전 수준으로 낮추고, 생애최초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80%까지 확대하는 등 중산·서민층의 세금·대출 규제를 완화하는 주거안정대책을 내놨다.
시장에서는 1주택자에 대한 세부담 경감으로 똘똘한 한채 선호 현상이 심화하는 한편, 다주택자 매물 출회도 늘어날 수 있다고 봤다. 하지만 주택시장 관망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대출 규제 완화에도 불구하고 최근 금리 인상과 집값 급등 영향으로 매수 심리가 크게 위축됐기 때문이다.
정부는 30일 재산세·종합부동산세 과세 기준이 되는 공시가격을 작년 기준으로 적용하는 한편, 종부세의 경우 올해 100%가 되는 공정시장가액비율도 하향 조정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1가구 1주택자에 대한 세부담을 2020년 수준으로 환원시키겠다는 것이다.
이미 공시가 9억원 이하 1세대 1주택자에 대해서는 구간별 0.05%포인트 세율 인하 특례를 신설해 적용 중이다. 이를 감안하면 약 91%에 해당하는 6억원 이하 주택(896만가구)은 2020년 대비 올해 세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종부세 부과 대상자인 공시가 11억원이 넘는 주택의 경우 실질적으로 2020년 수준으로 되돌리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 사진은 이날 오전 서울 영등포구 63스퀘어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의 아파트(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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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병탁 신한은행 WM컨설팅센터 부동산팀장에 시뮬레이션을 의뢰한 결과 잠실주공5단지 전용 82.61㎡의 경우 2021년 공시가격 기준(18억5600만원)으로 공정시장가액비율 95%를 적용시 보유세(재산세+종부세)는 1082만원이 부과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부과될 세금 1579만7856원보다 500만원 가량 줄어들었다. 하지만 2020년(837만5544만원)보다는 높은 수준이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을 75%까지 낮추더라도 923만8560만원으로, 2020년보다는 여전히 높다.
우 팀장은 “일부 세부담이 줄긴 하지만 집값 상승이 반영된 2021년 기준 공시가격을 적용하다 보니 2020년 수준까지 완화하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면서 “특히 종부세 과세 기준이 9억원에서 11억원으로 상향되면서 이들 구간 아파트들이 제외됐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2021년 전국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19.08% 상승하면서 전년도(5.98%)대비 3배 넘게 올랐다.
시장에서는 이번 세부담 완화가 1가구 1주택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똘똘한 한채’ 선호 현상이 심화하면서 다주택자가 시장에 매물을 내놓을 수 있을지 관심이다. 특히 지난 10일부터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를 1년간 한시적으로 유예하면서 적극적으로 매물 출회를 유도하고 있다. 최근 시장에서는 보유세 과세 기준일인 6월1일 전에 주택을 처분하려는 급매물을 중심으로 매물이 증가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 랩장은 “다주택자는 보유세 산정 시 지난해보다 17.20%가 인상된 공시가격 과표를 적용받는 등 적어도 올해까지는 무거운 보유세를 지불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결국 1주택 보유를 위한 가족 간 주택 증여나 기 차익실현 및 비인기지역의 매각 검토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실질적으로 거래로 이어질 지는 미지수다. 정부는 이번 대책에서 생애최초 LTV를 최대 80%까지 완화하고, 청년층 대출 취급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산정에 미래 소득을 적극 반영하는 방안을 담았다. 이어 8월 중 청년·신혼부부 대상 최대 50년 모기지 상품을 출시하는 등 저소득 무주택자에 대한 대출 규제를 풀었다.
하지만 금리 인상기인데다 집값 고점 인식 속에서 수요자들의 매수 심리 개선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생애최초 우대 요건이나 정책모기지의 경우 소득 기준이나 주택 가격에 제한이 있어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대상자가 제한적이다.
김효선 NH농협은행 All100 자문센터 부동산 수석위원은 “생애최초의 경우 주택 가격이 5억원일 때는 LTV 80%까지 다 적용받아 4억원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는데 서울에 5억원 이하 주택은 없다”면서 “9억원 기준으로 하더라도 LTV 44% 수준까지 밖에 안 나온다. 저가 주택은 해당될 수 있겠지만 서울 아파트는 실질적으로 어렵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