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자 폭증`에도 서울시 동네병원 재택치료…24시간 상주 지침에 발목

by김은비 기자
2022.01.25 16:30:05

지난주 구로구 시작으로 ''서울형 재택치료'' 도입
"보건소 이미 업무 포화...관리할 부서 못 찾아"
의사 24시간 병원 규정에 의원서도 난색 표해

[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가 우세종화 됐지만, 서울 동네 병·의원에서 재택치료자를 관리하는 ‘서울형 의원급 재택치료’ 확대가 여전히 지지부진한 상태다. 전파력이 델타 변이 대비 2~3배 강한 오미크론이 우세종으로 자리잡으면서, 보건소에서 모든 재택치료자를 관리하기 힘든 만큼 의원급의 참여에 속도를 내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24일 0시 기준 서울 지역 오미크론 변이바이러스 감염자는 누적 1310명을 기록했다. 이는 20일 1156명 대비 154명이 증가한 수치다. 전주(1월16일~22일) 확진자 별 특성을 보면 2주 전(1월9일~15일) 대비 372명 증가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오미크론이 빠르게 우세종화 되어 단기간에 확진자가 증가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에 서울시는 지난 21일 구로구 동네 의원 7개를 시작으로 자치구·서울시의사회와 함께 동네 병·의원이 재택치료 환자를 모니터링하는 ‘서울형 재택치료 모델’ 마련에 나섰다. 보건소에서 재택치료 대상자 리스트를 구로구 의사회에 전달하면, 의사회에서 지정된 동네 의원에 환자를 배정하는 방식이다. 코로나19 감염자는 평소 찾던 동네병원과 소통하면서 복용하던 약 및 기저질환 등을 논의할 수 있다.



실제 구로구에서 반응도 긍정적이다. 의원급 의사는 진료 시간 중 하루 2~3시간은 외래 진료를 받지 않고 재택치료 환자만 관리해야 한다. 전용 휴대전화를 항상 소지하고 있어 환자가 응급 전화를 하면 곧바로 연락할 수도 있다. 조금주 구로구 가정의학과 원장은 “하루 2~3번이 아니라 필요할 때마다 연락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환자들의 반응이 좋다”며 “또 아직은 환자가 많지 않아 병원 운영에도 큰 어려움은 없다”고 전했다.

하지만 구로구를 제외한 나머지 서울시 24개 자치구에서는 아직까지 준비 단계인 상황이다. 이미 업무가 포화 상태인 대다수 보건소에는 추가로 업무를 배정할 부서를 찾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동안 재택치료 관리는 자치구마다 병원급 의료기관 2~3곳이 관리해왔다. 병원급에서는 전담해 모니터링을 하고, 환자의 민원을 보건소로 전달해오는 시스템으로 운영됐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구청 관계자는 “의원급 재택치료 도입을 할 경우 담당할 부서를 찾지 못하고 있는 상태”라며 “지금보다 소통해야 될 의료 기관이 늘어나는데, 보건소에서 재택치료 환자를 분류하고 여러 민원 사항 처리 등 소통 업무가 많아 준비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있다”고 전했다.

동네 의원은 의사가 병원 내부에서 상주하며 재택치료자를 모니터링 해야 된다는 규정 때문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의사 1명에 간호보조 2명 정도로 운영되는 의원급 병원에서는 의사의 24시간 병원 상주가 어렵기 때문이다. 박명하 서울시의사회장은 “현재 구로구는 7~10개 의료기관이 컨소시엄 형태로 야간에는 의사들이 당직을 서는 형태로 어떻게든 운영은 하고 있다”면서도 “빠른 시일 내 의원급 재택치료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방역 지침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경증 및 무증상 환자 중에서 응급 상황이 발생하는 비율은 1% 이내인데다, 의사가 항상 전용 휴대전화를 갖고 있어 집에서도 얼마든지 응급콜을 받고 진단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서울 동네 의원이 코로나19 재택 환자를 관리하는 ‘서울형 의원급 재택치료’ 시범운영이 시작된 가운데 21일 오전 서울 구로구의 한 의원에서 의사가 비대면 진료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