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탈출했더니 물밀듯 주문"…올해 주가 2배 뛴 이 회사

by방성훈 기자
2024.12.24 14:57:16

日 프린트 기판 제조업체 메이코…올해 주가 2.2배↑
트럼프 中관세폭탄 앞두고 베트남 대량 생산 ''부각''
"2010년대 초반부터 中→베트남에 생산거점 이전"
中의존도 낮추려는 구매자들…벌써부터 수요↑ 조짐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일본의 프린트 기판 설계·제조업체 메이코가 탈(脫)중국 이후 주가가 2배 이상 뛰었다고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이 24일 보도했다.

(사진=메이코 홈페이지)


메이코는 전날인 23일 주당 9180엔에 장을 마감했다. 이는 지난해 말 4170엔 대비 2.2배 급등한 가격이다. 지난 3일에는 장중 9590엔까지 치솟아 2006년 2월 이후 약 19년 만에 최고가를 찍기도 했다. 무라타제작소, 다이요유덴(太陽誘電) 등 다른 전자 부품 대기업들의 주가가 올해 20~40% 급락한 것과 대비된다.

일찌감치 중국에서 ‘탈출’해 베트남으로 생산기지를 이전한 것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중국 제품에 대한 ‘관세 폭탄’을 예고하면서 앞으로는 중국 이외 지역에서 생산된 제품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메이코는 고품질의 인쇄회로기판(PCB)을 제조한다. PCB는 자동차, 스마트폰, 가전제품 등 모든 전자기기의 핵심 부품 중 하나다. 얇은 절연 기판 위에 전도성 회로가 인쇄된 형태로, 커넥터, 콘덴서, 반도체 등 다른 전자 부품들을 부착할 수 있다. 각 전자 부품들은 PCB를 통해 전기 신호를 주고받는다.

트럼프 당선인이 제시한 60% 이상의 대중 관세가 현실화하면 미 기업이 중국에서 생산된 프린트 기판을 구매할 때 더 비싼 가격을 지불해야 한다. 이에 미 구매업체들은 공급망을 재검토하고 있으며, 베트남에서 제품을 생산하는 메이코에 수요가 몰릴 가능성이 높다.

일본에서 프린트 기판을 제조하는 업체들 가운데 중국이나 대만 이외 지역에 대규모 생산 거점을 구축한 곳은 메이코가 유일하다. 메이코는 현재 일본에 6곳, 중국에 2곳, 베트남에 3곳 생산기지를 두고 있다. 닛케이는 메이코는 미·중 무역전쟁 조짐이 보였던 2010년대 초반부터 베트남에서 생산 체계를 갖추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도쿄해상에셋매니지먼트의 와타나베 신지 시니어 펀드 매니저는 “프린트 기판 업계는 중국 생산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짧은 납입기한에 대량 생산이 가능한 거점을 베트남에 두고 있는 메이코의 우위성은 압도적”이라고 평가했다.

메이코 역시 지난달 6일 실적발표에서 내년 1분기 연결순이익 전망을 전기대비 33% 증가한 150억엔으로 제시했다. 이는 기존 전망치(125억엔)보다 20% 상향조정한 것으로, 달성시 3분기 만에 최고 순이익을 갱신하게 된다.

특히 이번 분기부터 추가된 ‘위성 통신용’ 부문의 매출 전망을 기존 80억엔에서 약 160억엔으로 대폭 높였다. 앞서 메이코는 이번 분기 초 미국 대형 항공우주 제조업체로부터 인공위성 전파를 지상에서 수신하는 안테나용 기판을 대량 수주했다고 발표했다. 이미 수요가 몰릴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인공지능(AI) 열풍도 주가를 끌어올리는 데 기여했다. 앞으론 AI가 탑재된 스마트폰이나 AI를 활용해 더 많은 데이터를 처리해야 하는 데이터센터에서 ‘빌드업 기판’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빌드업 기판은 기판을 여러 층으로 쌓아 공간을 절약하면서도 많은 전자 부품을 담을 수 있어 고성능 기기에 적합한 제품이다.

다만 우려되는 점도 있다. 전체 매출에서 약 절반을 차지하는 자동차 관련 부문에서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있다. 메이코는 내년 1분기 자동차 관련 매출 전망을 8% 감소한 875억엔으로 제시했다. 주로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관련 시장에서 경쟁사에 점유율을 빼앗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경쟁사들이 잇따라 동남아시아에 진출하고 있다는 점도 불안 요소다. 아직은 수요를 독점할 수 있는 위치지만, 시간이 지나면 품질 및 가격 경쟁 불가피하다. 와타나베 매니저는 “2025년 이후에도 메이코의 강세가 계속될 것인지는 납품처에서 얼마나 더 많은 점유율을 확보할 수 있는지에 달렸다”고 말했다.

한편 메이코는 베트남에 대한 공격적 투자를 멈추지 않을 계획이다. 우선 2026년 1분기 이후 베트남에서 두 개의 신규 공장을 잇따라 가동할 예정이다. 메이코는 지난달 2027년 1분기까지 5개년 설비투자 예정액을 1100억엔으로 기존보다 200억엔 늘리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