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재성 변호사 “대법원, 日전범기업 매각명령 확정해야…왜 외교분쟁 염려하냐”

by윤정훈 기자
2024.05.23 15:45:12

강제징용 피해자, 대법원 강제매각 사건 신속판결 촉구
소송 대리인 “대법원이 외교 분쟁 염려해 2년간 결정 미뤄”
“양금덕, 이춘식씨 고령 감안하면 신속한 판결 이뤄져야”
文 전 대통령 자서전서 “제3자변제는 尹정부 굴욕외교”

[이데일리 윤정훈 기자]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 등 시민단체와 강제징용 피해자 가족이 대법원을 향해 전범기업의 매각 명령 결정을 신속히 확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일역사정의연평화행동이 23일 오전 11시 서울 서초구 대법원 후문앞에서 ‘대법원의 강제매각 사건 신속한 판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강제징용 피해 소송 대리인단의 임재성(가운데) 법무법인 해마루 변호사가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윤정훈 기자)
한일역사정의연평화행동이 23일 오전 11시 서울 서초구 대법원 후문앞에서 ‘대법원의 강제매각 사건 신속한 판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강제징용 피해 소송 대리인단의 임재성 법무법인 해마루 변호사는 “정부의 ‘제3자변제방식’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은 국내 일본기업의 자산에 대해 압류와 강제집행이라는 법적절차가 있을 수 밖에 없다”며 “2022년 양금덕 할머니의 사건, 2023년 이춘식 할아버지 건에 대해 대법원은 미즈비시중공업의 상표권과 특허권, 일본제철의 국내 자산을 매각해달라는 결정을 2년이 넘게 확정해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제3자 변제해법을 통해 강제동원 피해자에게 배상을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제3자 변제해법은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민간 기부금을 통해 마련한 재원을 일본 가해 기업을 대신해 강제동원 배상 확정 판결을 받은 피해자들에게 배상금과 지연이자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이와 관련해 이를 수용한 피해자와 유족도 있지만 생존 피해자인 양금덕, 이춘석씨와 고인이 된 피해자(박해옥·정창희씨) 유족은 제3자 변제안을 거부한 상태다. 이에 정부는 법원에 판결금을 맡기고 찾아가도록 하는 공탁을 하려했지만, 법원은 이에 대해 피해자의 의사에 반한 공탁은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임 변호사는 “대법원은 일본기업에 대한 매각 명령 결정 사건에 대해 판단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며 “외교적 분쟁 가능성을 염려하기 때문인데, 이는 삼권분립에 따라 사법부가 판단할 영역이 아니다”라며 대법원이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춘식 할아버지의 장남 이창환(좌측 셋째)씨가 강제징용 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신속판결을 촉구하는 입장문을 제출하고 있다(사진=윤정훈 기자)
양금덕 할머니 사건의 경우 2022년 5월 6일 대법원에 사건이 계류된지 2년이 지났다. 같은해 7월 26일 외교부는 재판부에 일본과 협상을 진행하고 있으며 민관협의회를 통해 해법을 찾는 중이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낸 바 있다. 이후 작년 3월 정부가 제3자 변제해법을 제시하면서 사실상 일본과 협상은 끝났다. 그럼에도 사법부는 판결을 내리지 않는 상황이다.

임 변호사는 올해 안에 대법원에서 판결이 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임 변호사는 “자산매각 명령 사건 중에서 대법원에서 2년이 넘는 사건은 없다. 당사자들이 고령인데도 신속한 재판을 하지 않는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질 수 있다”며 “올해 중에는 판단의 순간이 올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임 변호사는 “만약에 대법원에서 제3자 변제방식이 안된다고 판결을 내리면 윤석열 정부의 이 해법은 위법한 정책이 되고, 일본한테도 약속을 못 지키게 된다”며 “한국이 제3자 변제방식을 들고 온 순간부터 일본의 이슈가 더이상 아니게 된다”고 민사 문제를 한국 정부가 개입해서는 안된다고 했다.

제3자변제방식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문재인 전 대통령도 자신의 자서전 ‘변방에서 중심으로’에서 지적했다.

문 전 대통령은 “일본 피고기업도 당초에는 중국 피해자와 징용기업간 민사 문제로 해결된 것처럼 해결할 의사가 있었는데, 일본이 우경화하면서 무리한 요구를 해왔다”며 “일본 정부가 강제징용의 강제성과 불법성을 부정하는 것은 역사적 사실을 부정하는 반문명적 태도”라고 비판했다.

이어 “일본이 요구한 유일한 해법은 무조건 한국이 책임지라는 건데, 윤석열 정부가 이를 받아들였다. 이것은 굴복이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