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반도체 인력유출·의대증원에…서울대, 해외인재 영입 시동
by최영지 기자
2024.04.03 15:21:55
다음달, 대만·日 등 아시아 명문대 교수 초청 포럼
AI반도체 연구·교육교류 강화…공대생 등용계획
팹리스 등 韓기업 채용 기회 가능성도
"인재유출·부족 등 위기 극복 위한 파격책"
[이데일리 최영지 기자] 서울대가 반도체 인재 육성을 위해 지난해 인공지능(AI) 반도체 대학원을 설립한 데 이어 외국 인재 등용 카드를 꺼내 들었다. 우리나라 반도체 인력·기술 유출 문제가 심화하고 있는 데다 의대 증원 움직임으로 반도체 인재 이탈 조짐이 보이자, 외국 학생들을 데려와 반도체 인재로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반도체 분야에서 외국 학생을 데려오겠다는 것이 국내 첫 시도인 만큼 학계와 업계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 서울대는 지난해 11월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원하는 ‘인공지능(AI) 반도체 대학원’ 개원식을 개최했다. (사진=서울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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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대 AI반도체 대학원은 다음달 16~17일 AI반도체포럼(AISF)을 개최할 예정이다. 대만 국립사범대, 일본 요코하마국립대를 비롯해 말레이시아, 베트남, 태국 등의 명문대 10개교 교수들을 초대해 AI반도체 연구·교육 협업과 인재 교류를 논의하는 것이 행사의 골자다. 이후 해당 대학 학생들에 서울대 AI반도체 대학원에서의 교육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실질적인 K-반도체 인재로 키우겠다는 것이다.
서울대는 해외 대학 교수들에 보내는 초청장을 통해 “서울대 AI반도체 대학원은 반도체 연구와 교육 분야에서 선구적인 역할을 하는 저명한 연구자들이 이끌고 있다”며 “이번 포럼이 동남아시아 및 동아시아 대학 간 국제 협력을 위한 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행사 참석자들은 외부인사의 AI 시장 전망 및 반도체 동향을 주제로 한 강연을 듣고 서울대 반도체 공동연구소를 둘러볼 예정이다. 서울대 반도체 공동연구소에선 주요 반도체 제조공정과 반도체 실습 교육 현황을 살펴볼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 2021년 이곳을 방문했다.
외국 학생들 입장에선 서울대에서 최고의 반도체 교육을 받을 수 있는 데다 향후 국내 팹리스(반도체 설계업체)를 비롯해 국내 유수 반도체기업에서 근무할 가능성도 갖게 되는 것이다.
| 유홍림 서울대 총장이 지난 2월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에서 열린 제78회 학위수여식에서 식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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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가 이같이 파격적인 대책을 마련해 구체화하는 것은 국내 최고 명문대 서울대마저도 국내 학생들만으로는 인재 확대가 녹록지 않다고 판단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에 따르면 오는 2031년 국내 반도체 필요 인력 규모는 30만4000명으로 증가한다. 그러나 2021년 기준 반도체 인력 규모는 17만7000명에 불과하다. 이 같은 상황이 지속할 경우 2031년에는 무려 5만4000명의 인력이 부족해진다. 연간으로 따지면 약 3000명이 꾸준히 부족한 셈이다.
앞서 서울대를 비롯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 한양대는 정부 지원을 토대로 지난해 AI반도체 대학원을 출범 시켰지만, 여전히 전문 인력을 충분히 양성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의대 정원이 대폭 늘어날 것으로 보여 국내 대학 반도체학과와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 등 대기업 취업을 보장하는 계약학과에 대한 관심도 시들해진 상황이다. 주요 산업 현장에 전문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 인재 유출도 악재로 작용하며 한국기업들의 경쟁력 훼손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서울대 관계자는 “교육 기회를 제공하려는 외국 학생들이 기본적으로 전기·전자공학을 전공했기에 반도체 산업 이해도는 높다”며 “학교뿐 아니라 인력 부족을 체감하는 기업에서도 외국 인력 수급을 기대하는 상황”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