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투기' 통렬한 반성 대신 물타기…과거에도 '전수조사' 번번이 무산

by김겨레 기자
2021.03.15 14:57:31

김태년 "야당이 전수조사·특검 거부"
이낙연 "野, 부동산 비리 몇배 더 많을 것"
논란마다 '윤리감찰단' 언급, 결과는 늘 비공개
손혜원·조국 국면에도 전수조사 카드…매번 무산

[이데일리 김겨레 기자]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3기 신도시 땅 투기 사태로 인한 민심 이반이 진정되지 않자 더불어민주당이 ‘선출직 전수조사’ 카드를 꺼냈다. 하지만 비슷한 논란 국면마다 ‘국회의원 전수조사’를 주장한 뒤 비판 여론이 사그라들면 유야무야 무산된 경우가 많아 이번에도 반복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직무대행이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대위회의에서 모두 발언하고 있다.(사진=노진환 기자)
김태년 민주당 대표 직무대행은 15일 국회에서 열린 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에서 “국민의힘이 국회의원 전수조사와 특검을 모두 거부하고 있다”며 “이참에 모든 선출직 공직자와 서울·부산시장 후보 등 재보궐선거에 출마한 모든 후보자, 직계 가족에 대한 부동산 전수조사를 제안한다”고 밝혔다. 전수조사 대상에 국회의원 뿐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장과 광역시도의원, 기초의원까지 포함하자는 얘기다.

이낙연 민주당 상임선대위원장도 국민의힘을 향해 “도둑이 제발 저린 것이 아니면 회피할 이유가 뭔지 궁금하다”며 “세간에선 부동산 비리가 국민의힘 쪽에 몇 배 더 많을 거란 얘기도 나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서도 “2009년 이명박 정부가 토지공사ㆍ주택공사를 통합한 이후 너무 많은 정보와 권한이 (LH에) 집중됐다”며 투기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이 이전 정부에 있었다는 취지로 말했다.

통렬한 반성 대신 야당을 향한 ‘물타기’를 시도하는 모습에 여론이 악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 윤리감찰단은 지난주까지 당 소속 의원들과 보좌진들의 3기 신도시 토지 보유 현황을 자진신고 받고, 그 결과를 김태년 직무대행에 보고했다.

하지만 조사 결과를 공개 시점은 물론 결과를 발표할 지 등에 대해서도 함구하고 있다. 조사 방식과 대상 역시 밝힐 수 없다고 한다. 3기 신도시 인근에 땅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 민주당 소속 의원 6명 역시 윤리감찰단이 아닌 언론 보도로 밝혀졌다.



최인호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현재까진 특별히 알릴 내용이 없다”며 “윤리감찰단은 대표 직속 기구로 그 활동 내용이 파악되지 않는다”고 했다. 김태년 원내대표실 관계자도 윤리감찰단 조사 결과를 발표할 지에 대해서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윤리감찰단은 이달 발표되는 공직자 재산신고 내역도 조사에 참고할 예정이다.

시민단체의 요구에도 민주당 윤리감찰단은 당내 다주택 의원 수와 명단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 11월 16명이었던 다주택 의원이 이 전 대표 퇴임 시점 몇 명 남아있느냐는 질문에 이 전 대표도 즉답을 피했다. 당 소속 의원들의 재산 축적 논란이 일 때마다 윤리감찰단을 거론하며 ‘강력 조사’를 언급했지만, 조사 결과를 공개한 적은 없었던 셈이다.

국회의원 전수조사도 마찬가지다. 2019년 손혜원 전 의원의 이해충돌 논란·조국 전 법무주 장관 딸 입시 의혹·이미선 헌법재판관 주식 보유 논란 국면에도 여야는 전수조사를 주장했지만 실제로 이뤄진 적은 없었다. 번번이 시기나 방법 등 부차적인 문제를 두고 줄다리기를 벌이다 무산됐다.

여야가 국회 국정조사를 합의해놓고도 유야무야 된 사례도 있다. 여야는 지난 2018년 공공부문 채용비리 국정조사를 실시하기로 합의했지만 이뤄지지 않은 채 20대 국회 회기가 종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