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처셀 라정찬 또 구속…줄기세포 '불똥' 우려(종합)

by김지섭 기자
2018.07.18 13:59:40

허위·과장 정보를 활용해 주가조작한 혐의
2015년에도 징역 3년 선고받은 적 있어
줄기세포 치료제, 한국이 글로벌 시장 선도
라 대표 구속으로 업계 이미지 타격 입을라 우려

라정찬 네이처셀 대표 (제공=연합뉴스)


[이데일리 김지섭·최정훈 기자] 허위·과장 정보를 활용해 주가를 조작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던 라정찬 네이처셀(007390) 대표가 구속되면서 줄기세포 치료제 업계에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18일 서울 남부지법 김병철 영장전담부장판사는 라 대표에 대해 “증거인멸 및 도주의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앞서 지난 13일 서울 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단장 문성인)은 허위·과장 정보로 시세를 조종한 혐의(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로 라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네이처셀 주식은 지난해 5000~6000원에서 거래되다가 같은 해 11월부터 오름세를 타며 올해 3월 들어 6만원을 넘어섰다. 그러나 한국거래소는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3월까지 네이처셀의 주가 움직임에서 수상한 점을 발견하고 ‘패스트트랙’(긴급조치) 제도를 통해 검찰로 관련 정보를 넘겼다. 수사에 착수한 검찰은 지난달 7일 서울 영등포구 네이처셀 본사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압수수색 당일 라 대표는 회사 홈페이지에 입장문을 내고 “저와 네이처셀을 포함한 바이오스타그룹은 양심과 법률에 반하는 어떠한 행동도 한 적이 없다”며 “일부 언론의 보도 내용에서 제기된 네이처셀 주식 관련한 시세조종을 시도한 적이 전혀 없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이번 구속에 대해서도 네이처셀 측은 “확정된 사실은 없다”며 “대표이사 직무대행 체제로 정상적인 경영활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라 대표는 배임·횡령과 약사법·관세법 위반 혐의 등으로 지난 2015년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고, 지난 2016년에는 배임 혐의로 기소됐다가 무죄 선고를 받았다. 때문에 이번 구속 수사는 네이처셀에 대한 신뢰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그동안 네이처셀은 퇴행성관절염 줄기세포 치료제 후보물질 ‘조인트스템’을 개발해왔다. 줄기세포는 장기나 조직으로 분화하는 능력을 가진 세포다. 줄기세포 치료제는 망가진 장기나 조직을 줄기세포를 이용해 새로 만드는 것으로, 조인트스템은 환자 자신의 배나 엉덩이 지방조직에서 줄기세포를 추출해 약을 만든다.



네이처셀은 지난 3월 조인트스템의 조건부허가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신청했으나 반려되면서 주가가 급락했다. 임상시험 참여자 수가 13명에 불과했고 자기공명영상(MRI) 결과도 53.85%에서 증상이 진행돼 효과를 증명하기에 부족했다는 것이 당시 식약처 중앙약사심의위원회의 판단이었다.

네이처셀의 줄기세포 치료제 조건부 허가 실패에 이어 라 대표가 구속되자, 과거 황우석 교수 사태와 배아줄기세포 연구의 윤리적 문제 등으로 홍역을 치른 줄기세포 치료제 업계는 이번 문제가 지나치게 확산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판매 승인된 줄기세포 치료제 9개 중 4개를 국내에서 개발했고 현재도 다수의 후기 임상 연구를 진행하는 등 국내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 역량은 글로벌 선두 수준으로 인정받고 있다.

실제로 국내에서 개발된 줄기세포 치료제들은 효능·효과를 입증하며 처방을 늘리고 있다. 파미셀이 개발한 세계 최초 줄기세포 치료제 ‘하티셀그램-AMI’의 출하량은 발매 첫해인 2011년 85건에서 연간 200건 이상으로 늘면서 이달 현재 총 출하량 약 1500건을 넘어섰다. 메디포스트가 2012년 허가받은 무릎연골 치료제 ‘카티스템’은 국내 총 430여 곳 병원에서 지난해 2428건의 투여를 기록했고, 지난 5년 연평균 약 40%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해외시장 진출을 위한 개발도 활발하다. 파미셀은 간경변 줄기세포 치료제 ‘셀그램-리버’를 미국에서 개발 중이고, 메디포스트도 지난해 6월 미국에서 카티스템의 임상 1·2a상을 마쳤다. 이 밖에도 안트로젠은 당뇨병성족부궤양, 강스템바이오텍은 아토피피부염, 차바이오텍은 급성뇌졸중 및 간헐성 파행증 등의 질병을 대상으로 줄기세포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줄기세포 치료제 시장 규모는 630억달러로, 연간 25.8% 성장해 오는 2025년 3940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하지만 이번 라 대표의 구속 등 최근 반복되는 악재가 줄기세포 치료제 업계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한 상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다른 기업들이 잘하고 있어도 한 기업에서 반복적으로 문제가 생기면 줄기세포에 대한 인식 자체가 나빠질 수 있다”며 “줄기세포 분야가 국내에서 성장하고 세계로 나아가야 하는 상황에서 자칫 규제 강화로 이어질 지 우려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