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이성기 기자
2015.11.09 16:33:59
[이데일리 이성기 정다슬 기자] 연내 인터넷은행 도입, 계좌이동제 본격 실시 등 지각 변동이 일고 있는 금융권이 연말 ‘인사 회오리’에 휩쓸릴 것으로 보인다. 주요 시중은행 부행장들이 대거 다음달 임기 만료인 상황에서 저성장·저금리 장기화 속 불투명한 경영 환경 탓에 어느 때보다 인사 폭이 클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상당수 사외이사들도 내년 3월 임기가 끝나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를 기점으로 교체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특히 NH농협금융지주는 다음달 말(31일) 김주하 농협은행장의 임기 만료를 앞두고 이달 중 자회사임원후보추천위원회(자추위)를 구성해 차기 은행장 선임 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라 관심을 모으고 있다.
2년 단임제인 농협은행장의 경우 그간 연임 사례가 없지만 김 행장은 연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지난해 1월 취임 이후 영업력 강화와 리스크 관리 등에 성과를 보이는 등 우수한 ‘성적표’를 거뒀기 때문이다. 농협은행은 올해 상반기 전년도 대비 150% 증가한 3000억원의 순이익을 올리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6년 만에 처음으로 목표를 초과 달성하는 등 올해 손익 목표(6800억원)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일각에선 차기 농협중앙회장이 취임하는 내년 3월까지 일단 김 행장의 임기를 연장한 뒤 새 중앙회장의 의중을 반영해 선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지만 이번 기회에 중앙회장 입김에서 벗어나 행장을 선임해야 한다는 견해도 만만찮다. 김용환 농협금융 회장도 지난 국정감사 자리에서 “차기 농협중앙회장 선거와 관계없이 은행장을 선임하겠다”는 의견을 피력한 바 있다.
농협금융은 차기 은행장 선임을 위해 이달 말쯤 농협중앙회장 추천 1명·농협금융 이사회 추천 사외이사 2명·농협금융 회장 추천 집행간부 1~2명 등 최대 5인의 ‘자추위’를 구성할 방침이다.
최근 지주 사장직을 부활시켜 김옥찬 전 SGI서울보증 사장을 영입한 윤종규 KB금융 회장의 2기 체제도 관심을 모은다. “임직원들이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연말 대대적인 인사는 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긴 했지만 금융권 선두 탈환을 위한 쇄신 작업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다. KB금융의 경우 이희권 KB자산운용 대표·김영만 KB저축은행 대표·정순일 KB부동산신탁 대표·박충선 KB인베스트먼트 대표·오현철 KB신용정보 대표, 김윤태 KB데이타시스템 대표가 다음달 31일 임기를 마친다.
주요 은행 부행장들의 물갈이 여부도 관심이다. 농협을 포함해 신한·국민·KEB하나·우리 등 5대 은행의 부행장 36명 중 22명(61.1%)이 올 연말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10명 중 6명이 옷을 벗게 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신한은행과 KEB하나은행의 경우 연말 부행장 전원의 임기가 끝난다. 신한은행의 경우 부행장보 9명 가운데 6명의 임기가 만료된다. 부행장급은 대개 2년 임기 후 1년씩 연장되는데 조용병 행장 취임 후 첫 임원 인사라는 점에서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 대폭 인사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통합 원년인 KEB하나은행의 경우 조직 안정화를 이유로,당면 최우선 과제인 ‘민영화’를 추진 중인 우리은행의 경우엔 연말 인사 폭이 예상보다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한 편이다.
사외이사들도 큰 폭의 변동이 예상된다. 금융위원회가 지난해 12월 도입한 ‘금융회사 지배구조 모범규준’에 따르면 은행들은 전체 사외이사 중 5분의 1을 매년 정기 주총에서 새로 선임해야 한다. 따라서 임기 만료를 앞둔 사외이사를 중심으로 교체 가능성이 높다. 현재 5대 은행 사외이사로 재직 중인 26명 중 16명(61.5%)의 임기가 내년 3월 끝난다. 금융권 관계자는 “각 은행이 내년 주총에서 최소한 사외이사 1, 2명씩은 교체해야 한다”며 “사외이사의 자격 요건이 강화돼 걸맞은 사람을 물색하는 일도 더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한편 김옥찬 전 사장의 사임으로 공석인 SGI서울보증 사장에는 최종구 전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이 유력한 상태로 현재 인사혁신처 심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