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이성기 기자
2015.07.13 17:38:10
김정태 회장 "작은 매듭에 불과, 시작은 이제부터"
화학적 결합과 갈등의 골 극복이 과제
[이데일리 이성기 기자] 하나금융지주와 외환은행 노조가 13일 우여곡절 끝에 하나·외환은행의 조기 통합에 의견을 모았지만 금융권에서는 “본 게임은 지금부터”라는 평가가 나온다.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 역시 이날 전화 통화에서 “서로 간의 불신을 씻고 장도를 위한 작은 매듭을 지었을 뿐 앞으로가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7월 김 회장이 조기 통합의 필요성을 제기한지 1년 만에 통합 작업은 일단 마무리 됐지만, 갈수록 악화하는 금융권의 경영 환경을 극복하고 통합의 시너지를 높이기 위해선 산적한 과제가 남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김 회장 등 그룹 최고경영자(CEO)들은 양행의 물리적 통합을 넘어 화학적 차원의 통합 작업을 승화시켜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김 회장은 “각 은행 리더가 직원들을 잘 다독이고 단합시켜 앞으로 한몸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하나·외환은행 통합 작업이 원활히 마무리 될 경우 이르면 오는 9월, 늦어도 10월에는 통합은행이 출범할 전망이다. 통합은행은 자산 규모가 290조원(2015년 3월말 기준) 수준으로 신한은행(260조), 국민은행(282조), 우리은행(279조원)을 넘어서는 ‘메가뱅크(거대은행)’로 거듭나게 된다. 우선 양행의 통합으로 하나금융은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점포수를 기준으로 국민은행의 경우 1150개에 달하고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은 각각 1090개, 930개에 이른다. 하지만 통합은행의 경우 점포수는 945개(2015년 6월말 기준)로 늘어나 신한은행을 제치고 업계 3위로 올라선다.
금융권은 이번 통합에 대해 외형적인 성장뿐 아니라 각 은행이 지닌 장점이 결합되면서 어느 정도의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인지 주목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PB(Private Banking)상품 등 개인금융 부문이 특화돼 있지만 상대적으로 기업여신이나 외환금융 부문은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반면 외환은행은 하나은행의 취약 부문에서 강점을 갖고 있다. 특히 외환은행의 해외 네트워크(22개국·지점 88곳)는 통합은행이 향후 해외 경쟁력을 한층 강화할 수 있는 바탕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정태 회장이 최근 양행 임직원이 참석한 행사에서 “서로 다른 것은 그대로 인정하면 된다. 서로의 장점이 무엇인지 알고 자기 것으로 만드는 게 중요하다”며 시너지 효과를 거듭 강조한 이유이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취약부분에 대한 보강이 이뤄져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구상할 수 있게 됐다”며 “자산규모는 물론 매장수와 직원수까지 확대돼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현재 위기 상황을 극복하고 함께 미래로 나아가자는데 공감하면서 전격적인 합의는 이뤄졌지만, 통합과정에서 빚었던 갈등의 골을 메우는 일은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단자회사로 출발한 하나은행이 한국은행 외환부를 모태로 한 ‘엘리트집단’ 외환은행을 인수하는 데 대한 외환은행 직원들의 반감이 기저에 깔려 있는 탓이다. 통합은행명에 ‘외환’ 또는 외환은행 영문인 ‘KEB’를 포함하기로 합의서에 명기한 까닭도 이 때문이다.
연봉체계와 복지후생 체계 등 양행 간의 근로조건을 통합하는 문제도 간단치 않다. 지난해 기준 직원 평균 연봉은 외환은행이 1억500만원, 하나은행이 7300만원일 정도로 차이가 크다. 하나금융 측은 노조의 요구를 수용해 합병 후 2년간 인사운용 체계를 출신은행 별로 이원화 해 운영키로 하고 통합은행의 임금 및 복지후생 체계는 기존 근로조건이 저하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언제까지 ‘투 트랙’으로 갈수는 없는 만큼 합의서 실행 과정에서 다시 진통을 겪을 가능성도 있다. 외환노조 관계자는 “은행 경쟁력 강화와 직원의 생존권 문제에 대한 이해가 일치해 합의하게 됐다”며 “철저한 합의 이행과 통합은행 발전 및 직원 권익 보호를 위해 협력할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