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미국선 쌩쌩, 기아 쏘울 한국서 안 팔리는 3가지 이유
by남현수 기자
2018.07.13 14:55:17
[이데일리 오토in] 카가이 남현수 기자= 2008년 첫 출시 된 기아자동차 쏘울은 현재 2세대 페이스리프트 모델이 판매되고 있다. 쏘울은 미국서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지만 국내에서만 유독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내년 풀모델 체인지를 눈 앞에 두고 있다.
미국에서는 출시 9년째를 맞는 올해 100만대 판매를 돌파했다. 매년 꾸준히 10만대 이상 팔았다는 얘기다. 작년 한 해 동안만 쏘울은 미국에서 11만5712대가 팔렸다. 미국 내 기아차 판매(58만9668대)의 5분의 1을 담당했다.
국내 판매실적은 초라하다. 지난해 국내에서는 3009대가 판매됐고, 올해는 월 평균 200~300대 정도가 판매되고 있다. 그나마 쏘울 EV가 출시돼 판매에 힘을 보태고 있지만 상황을 반전시키기엔 역부족이다. 내년 상반기 3세대 쏘울이 출시 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실용성과 귀여운 디자인의 쏘울이 국내에서 외면 받는 이유를 짚어봤다.
미국에서 잘 나가는 쏘울에 대해 기아차 미국판매법인(KMA)은 다음과 같이 분석했다.
“피터 슈라이어 최고디자인책임자의 디자인 혁신 이후 처음 생산된 쏘울은 독특한 도시형 소형차로 미국 시장에서 즐겁고 펑키한 트렌드를 형성했다.”
KMA 최고운영책임자 마이클 스프레이그는 “젊은층 뿐 아니라 마음이청춘인 모든 이들에게 어필하는 쏘울 라인업 합류로 기아차 미국 내 판매를 150% 끌어올릴 수 있던 효자 차종”이라고 설명해 미국 시장에서 쏘울의 가치를 인정했다.
그렇다면 미국 시장에서는 먹히는 쏘울이 왜 국내 시장에서는 고전할까?
쏘울 EV
박스카는 우리나라 소비자들에게 생소한 장르다. 박스카는 객실, 트렁크가 하나의 박스로 공존하는 차량을 지칭한다. 트렁크 공간과 실내공간이 크기에 비해 넓은 게 특징이다. 한 마디로 공간 효율성을 최우선으로 살린 차다.
국내 소비자들은 차량을 선택 할 때 보수적인 경향이 강하다. 쉽게 말해 개성 보다는 인기 차종을 참고해 구매한다. 세단이나 SUV와 같은 차종이 판매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반면 비인기 차종인 박스카, 해치백, 왜건은 거리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단순히 6월 판매량만 봐도 알 수 있다. 지난 달 국내 판매된 국산차는 총 13만1827대다. 이 중 박스카, 왜건, 해치백 가운데 가장 많이 팔린 차량은 박스카 기아 ‘레이’로 1969대에 불과하다. 해치백은 현대차 i30 236대, 벨로스터 327대로 명맥을 유지한 수준이다. 박스카로 분류되는 쏘울은 445대가 판매돼 하위권인 41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마저도 쏘울 EV가 399대로 판매 대부분을 차지했다.
세계 자동차 시장은 세단에서 SUV로 지각 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SUV의 시장이 커진 주 된 이유는 여성 운전자 증가와 관련이 깊다. 국내 운전면허 소지자가 3천만명을 돌파한 지 3년이 지났다. 이 중 여성 운전자의 비율은 40%를 넘어 점점 증가하는 추세다. 쌍용차 티볼리가 국내 소형SUV 시장을 개척한 이후 현대 코나, 기아 스토닉 등이 출시돼 저변을 확대했다.
전장이 4140mm, 휠베이스가 2570mm인 쏘울은 현대차 코나(전장 4165mm, 휠베이스 2600mm), 기아차 스토닉(전장 4140mm, 휠베이스 2580mm) 등 소형 SUV와 크기가 비슷하다. 소형 SUV에 비해 전고는 천장 공간이 더 높은 박스카의 특성상 쏘울이 더 높다. 대신 좌석 위치는 소형 SUV가 더 높다. 높은 좌석의 위치는 운전자 시야 확보에 도움을 준다. 또한 소형 SUV는 당당한 외관이지만 크기가 작아 운전이 미숙한 운전자도 부담스럽지 않아 인기를 끌고 있다. SUV에 밀려 세단 시장마저 줄고 있는 가운데 박스카 시장은 아예 소비자의 관심 밖이 됐다.
국내 판매되는 쏘울은 1.6리터 가솔린과 디젤 두 가지다. 가솔린 모델의 가격은 1750만원부터 시작한다. 가장 비싼 모델은 2145만원이다. 거기에 몇몇 옵션을 더하면 가격은 더 높아진다. 쏘울 1.6 디젤은 단일 트림으로 2315만원이다.
1600cc의 배기량을 가진 국산 박스카는 쏘울이 유일하다. 쏘울을 구매 리스트에 올리는 소비자는 소형 SUV 혹은 준중형 세단과 비교한다. 준중형 세단과 소형 SUV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싼 쏘울은 소비자의 구미를 당기기에는 뭔가 부족하다. 참고로 현대 아반떼 1.6가솔린 모델은 1420만원, 1.6디젤은 1640만원부터 선택이 가능하다. 기아 소형 SUV 스토닉은 1.4가솔린이 1655만원, 1.6디젤이 1895만원으로 쏘울보다 저렴하다.
쏘울의 가격은 문턱이 높다. 소비자들이 박스카라는 새로운 장르의 차를 비싼 돈을 주고 도전(?)하게 만든다면 다른 차종으로 갈아탈 충분한 이유를 주는 셈이다. 소비자들이 좀 더 저렴하고 익숙한 차량을 구매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다.
3세대 쏘울 위장막 차량
지금 판매되고 있는 2세대 쏘울은 2013년 풀체인지 된 모델이다. 출시 된지 5년이나 지난 쏘울에는 첨단 안전 옵션들이 많이 빠져있다. 비인기 차종이다 보니 마이너체인지나 연식 변경을 할 때도 소극적이다. 쏘울에 포함되는 크루즈 컨트롤은 앞차 여부와 상관없이 설정한 속도로 계속 달리는 구형방식이다. 반면 스토닉에는 후측방 경보, 차로 이탈 경고, 하이빔 보조 등 최신의 안전 옵션이 달린다. 또한 코나에는 전방 주차 보조 시스템, 후방 교차 충돌경보, 헤드업 디스플레이, LED 헤드램프이 적용돼 최신 기술을 뽐낸다.
내년 완전히 새롭게 출시 될 3세대 쏘울에는 이런 최신 옵션과 안전 사양이 적용돼 한층 업그레이드 된 장비를 갖출 것으로 보인다. UVO 텔레매틱스, 플로팅 타입 디스플레이, 운전자지원시스템(ADAS)등이 장착 될 것으로 전망된다. 새 모델이 출시되면 현행 쏘울의 부족한 옵션 경쟁력이 개선 될 것이다.
쏘울은 괜찮은 동력성능(1.6L가솔린-최고출력 132마력, 최대토크 16.4kg.m 1.6L디젤-최고출력 136마력, 최대토크 30.6kg.m)과 넓은 실내 공간을 가졌다. 장점이 많은 차다. 3세대 쏘울은 코나의 플랫폼을 공유한다. 박스카의 원형은 살리돼 좀 더 SUV에 가까운 모습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기존 파워트레인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가솔린, 디젤, EV 모델뿐 아니라 모터가 뒷바퀴를 굴리는 E-4WD가 적용된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3세대 쏘울에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3세대 쏘울은 자동차 시장의 트렌드인 SUV 인기를 반영해 보다 SUV에 가깝게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SUV의 높은 인기를 힘입어 높은 안정성과 품질을 갖춰 미국 시장뿐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명예를 회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는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