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우병우·이석수 사태 침묵..'北균열론'으로 정면돌파

by이준기 기자
2016.08.22 16:25:09

을지 NSC·을지 국무회의 잇따라 주재.."北 심각한 균열조짐"
"北의 레짐 체인지 염두" 일각서 관측.."침묵, 우병우 재신임"

[이데일리 이준기 기자] 박근혜 대통령은 22일 우병우 민정수석과 이석수 특별감찰관 의혹과 관련, 검찰이 본격 수사에 착수한 데 대해 침묵했다. 대신 북한의 체제분열과 국면전환용 도발 가능성을 강조, 안보위기를 부각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안보를 고리로 지지층을 결집해 정국의 핵으로 떠오른 우병우 사태를 정면돌파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은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을지훈련) 첫 날인 이날 청와대 지하벙커로 불리는 국가위기관리상황실에서 주재한 을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북한 엘리트층조차 무너지고 있고 북한의 주요 인사들까지 탈북과 외국으로의 망명이 이어지는 등 심각한 균열 조짐을 보이면서 체제 동요의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며 “북한이 국면전환을 위해 도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고 정연국 대변인이 서면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민방위 점퍼를 착용한 박 대통령은 웃음기 없는 얼굴로 회의를 주재했다고 한다.

태영호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의 망명 등 북한 지도층의 동요가 현실화한 만큼 북한의 체제단속을 위한 테러 및 도발 가능성이 크다는 게 박 대통령의 인식인 셈이다. 청와대 안팎에선 북한이 사이버테러는 물론 제5차 핵실험이나 국지도발 등에 나설 것이라는 구체적 시나리오별로 대응 방안을 강구 중이다. 이와 관련, 박 대통령은 “정부와 군은 북한이 을지연습을 빌미로 도발할 가능성에 대해 만반의 대비 태세를 갖추고 만일 물리적 도발을 일으킬 경우 철저하게 응징해야 할 것”이라고 지시했다.



일각에선 박 대통령이 ‘심각한 균열’ ‘내부 동요’ 등의 다소 파격적 단어를 사용한 점에 비춰 이른바 레짐 체인지(regime change·정권교체)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정부가 태 공사보다 더 높은 지위의 북한 고위층 인사의 탈북 의사를 접했다는 확인되지 않은 소문도 나돌았다. 이에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북한 체제의 현 내부상황을 진단한 것으로 그에 따라 더 커진 테러 및 도발 가능성을 지적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박 대통령은 공교롭게도 우 수석과 이 감찰관에 대한 검찰의 동시 수사라는 초유의 사태가 이뤄진 날이라는 점에서 이와 관련한 입장 표명이 있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으나 침묵으로 메시지를 대신했다. 박 대통령은 우 수석에 대한 각종 의혹이 빗발치던 지난달 21일 NSC에서 “비난에 흔들리면 나라가 불안하다. 고난을 벗 삼아 소신을 지켜라”라고 말해, 간접적으로 우 수석을 재신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박 대통령의 침묵은 당분간 우 수석을 내치지 않겠다는 의미”라며 “침묵 자체가 정면돌파”라고 했다. 검찰에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이라는 야권의 비판을 피하고자 발언을 삼갔을 것이라는 추정도 있다.

박 대통령은 을지 NSC 이후 위민관으로 자리를 옮겨 주재한 국무회의에선 “위기 상황을 앞에 두고 우리 내부의 분열과 반목이 지속하고 위기를 극복해내겠다는 국민적 의지마저 약화한다면 지금까지의 위대한 역사가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고 퇴보의 길로 접어들게 될지도 모른다”며 ‘국론 단합’을 강조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갈등에 대한 조기 봉합을 촉구한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