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서 책만 보나…국립중앙도서관이 바뀐다

by김용운 기자
2016.03.22 16:12:46

임원선 국립중앙도서관장
"책 읽는 공간서 향유하는 공간으로"
도서관·아카이브·박물관 결합한
''라키비움'' 꾸며 전시실·문학실 마련
이광수 ''무정'' 재판본 특별전도

임원선 국립중앙도서관장이 22일 도서관 내에 새롭게 꾸민 문학실에서 ‘라키비움’ 시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국립중앙도서관).


[이데일리 김용운 기자] “단순히 책의 활자를 읽는 공간에서 책의 맥락을 파악해 좀더 풍성하게 이해하고 느낄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국립중앙도서관이 복합문화공간으로 변신을 시도했다. 서울 서초구 국립중앙도서관은 지난해 7월부터 최근까지 내부 보수공사를 진행해 도서관과 정보아카이브, 박물관을 결합한 ‘라키비움’(Larchiveum) 시설인 전시실(337.5㎡·약 102평)과 문학실(870㎡·약 263평)을 개설하고 22일 새롭게 문을 열었다.

임원선 국립중앙도서관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그동안 도서관은 책의 내용을 전달하는 데 치중해 왔다”며 “그러나 최근 백석과 김소월의 시 초판본이 대중적인 인기를 끄는 데서 보듯 책 자체의 물성을 느끼고자 하는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임 관장은 “지난 몇년간 국립중앙도서관이 인터넷서비스와 디지털에 집중하다 보니 정작 도서관이 소장한 책 자체의 가치에 다소 소홀했다”며 “이에 대한 반성으로 문학실을 북카페처럼 꾸며 도서관이 보유한 희귀 문학도서와 작가의 유품·원고 등을 전시하고, 또 전시실에는 도서관장서를 큐레이팅한 전시를 선보이기로 했다”며 새 단장한 시설에 대해 소개했다.

이에 따라 문학실은 우리나라에서 나온 소설책과 시집, 문학이론서와 평론서, 세계문학서 등 2만 8785권을 갖춰 따로 꾸몄다. 근대문학의 흐름을 엿볼 수 있는 연대기 코너와 시·소설·희곡분야 대표 작가와 작품을 선보이는 장르별 코너도 마련했다. 여기에 딱딱한 나무의자 대신 안락한 소파를 배치해 차별화를 꾀했다. 오는 24일까지는 이광수의 ‘무정’ 재판본(1920), 백석의 ‘사슴’ 초판본(1936), 서정주의 ‘화사집’ 초판본 특제본(1941) 등 도서관이 소장한 희귀본 세 권을 특별히 공개한다.

상설전시공간인 전시실에는 ‘그날의 영광, 내일의 기대: 국내 문학상 수상 작품전’을 연다. 현존하는 국내 문학상 82개와 수상작 1350여점, 손보미·박성준·박준 최진영 등 문학상을 받은 신인작가의 인터뷰 영상 등을 볼 수 있게 했다.

임 관장은 “도서관을 단순히 책만 보는 장소가 아니라 정보를 교류하고 문화를 향유하는 교육적 공간으로 만들겠다”며 “특히 문학실은 작가가 어떤 생각을 하면서 글과 책을 쓰게 됐는지 작품의 맥락을 파악하고 생각의 지평을 넓힐 수 있는 장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립중앙도서관이 22일 문학실에서 공개한 백석의 ‘사슴’ 초판본, 이광수의 ‘무정’ 재판본, 서정주의 ‘화사집’ 초판본 특제본(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