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정남 기자
2015.04.13 16:51:50
성완종 리스트 파문, 정치권 대부분 이슈 빨아들여
연금개혁 막판 암초…메가톤급 후폭풍에 막힐 수도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여의도 정가의 이슈들이 ‘성완종 리스트’ 파문에 블랙홀처럼 묻히고 있다. 이 때문에 주요 국정과제를 처리하기 위한 사실상 마지막 기회로 여겨지는 4월 임시국회가 시작과 동시에 삐거덕거리고 있다.
공무원연금 개혁 등 민감한 의제는 다음달 이후 새정치민주연합의 원내지도부가 바뀌고 여야가 내년 총선을 위한 준비를 본격화할 경우 처리가 물 건너갈 것이란 관측이 대다수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13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성완종 리스트 파문과 관련해 “이 일로 국정운영이 중단되거나 약화돼선 절대로 안 된다”면서 “4월 임시국회에서 경제활성화 법안이 반드시 처리돼야 하고 공무원연금 개혁 등 4대 개혁도 꼭 성공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승민 원내대표도 “국회가 할 일은 해야 한다”면서 “(야당이) 이를 핑계로 중요한 일들을 하지 않으려 한다면 직무유기”라고 말했다.
하지만 여권의 속내는 복잡하다. 허태열·김기춘·이병기 전·현직 대통령 비서실장과 이완구 국무총리 등 여권 전반을 쥐락펴락할 만한 거물급 인사들이 한꺼번에 연루된 만큼 메가톤급 파장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 와중에 역사적인 과업(課業)으로 평가되는 공무원연금 개혁을 끌고 갈 수 있을지에 대한 위기감도 팽배하다. 여권 인사들이 돈과 관련한 도덕성에서 힘을 잃는다면 그만큼 연금 개혁 동력도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아울러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안 등 여권이 강조하는 경제활성화 법안 9건 역시 처리를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야당은 이미 이번 파문을 ‘친박(친박근혜) 권력형 비리게이트’로 규정하고 총력전을 예고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당내 위원회까지 만들고 위원장에 3선 전병헌 의원을 임명했다. 4월 임시국회가 열리긴 했지만 주요 입법보다는 일단 여기에 집중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새정치연합의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한 인사들은 하나같이 이번 사태만 언급했다. 문재인 대표는 “박근혜정부의 앞날이 진심으로 걱정된다”면서 “박근혜정부가 국정을 운영할 도덕적 권위를 잃는다면 대한민국의 불행”이라고 비판했다.
정치권에서는 국회의 입법 외에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구조개혁 등 주요 과제 역시 성완종 리스트 파문에 밀려 ‘없던 일’로 전락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