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유동성 공급받는 금융기관 '상시 모니터링 체계' 구축해야"

by최정희 기자
2023.10.05 15:00:00

한은·금융학회 공동 정책심포지엄 개최
"적격담보 ''대출채권'', 담보가치 사전 평가해야"
''유동성 공급'' 확대 대출개편에도 주요국보다 엄격
한은은 상시대출제도 ''은행''에만 한정, 주요국은 ''비은행''까지...

한국은행 전경(사진=한은)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한국은행이 디지털 뱅크런에 대비해 금융기관에 대한 유동성 공급망을 확충한 만큼 금융기관을 감시할 상시 모니터링 체계를 확립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임건태 한은 통화정책국 신용정책부장은 5일 서울 한은 별관 2층 컨퍼런스홀에서 열린 ‘한은·금융학회 공동 정책 심포지엄’에서 “한은 대출제도의 유효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신속한 지원을 위한 상시 모니터링 체계 구축, 대출채권의 사전 담보가치 평가 등 활용 가능성 제고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은은 지난 7월 27일 상시대출제도인 ‘자금조정대출’의 적용 금리를 ‘기준금리+50bp’로 절반 정도 낮추고 일중당좌대출 등 적격담보채권 범위에 지방채, 기타 공공기관채, 우량 회사채 뿐만 아니라 대출채권을 추가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비은행의 유동성 부족시 중앙회를 통해 신속하게 유동성을 공급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다만 대출채권을 적격담보에 포함하는 방안은 1년 내외의 준비 기간을 거쳐 시행키로 했다.

한은이 일시적 유동성 위기를 겪는 기관에 신속하게 자금을 지원하기 위해 금융기관 상시 모니터링 체계를 확립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임 부장은 특히 “은행에 비해 상대적으로 한은의 정보 접근성이 제한되는 비은행에 대한 신속한 유동성 지원 결정을 위해 감독당국과 한은의 수시 정보 공유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금융기관의 담보 납입 여력을 높이기 위해 특정 상황에서만 활용 가능한 ‘대출채권’의 인정 요건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우리나라는 한은법 제65조에 따라 특정 상황 하에서 금융통화위원회가 건건마다 임시적격성을 부여할 때만 대출채권이 적격담보로서 인정된다. 주요국이 평시에도 대출채권을 적격담보로 인정하는 것과 대조된다.

이를 위해 대출채권 담보 가치를 사전적으로 평가해 언제든 신속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영란은행은 대출채권을 상시대출제도의 담보채권으로 활용하고 있을 뿐 아니라 대출채권의 가치를 사전에 평가함으로써 필요시 신속한 담보 수취가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현장 방문 등을 통해 적절한 헤어컷(Hair cut·부채가치 상각)비율을 사전에 설정하는 것이다.

임 부장은 “상설대출 제도를 이용하는 기관에 대해선 엄격한 사후관리 등을 통해 최종대부자 기능 강화에 따른 한은의 손실 가능성, 금융기관의 도덕적 해이 등의 부작용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러한 노력은 금융안정 제고 뿐 아니라 금융기관의 담보자산 관리체계 효율화, 개별 담보채권 시장 활성화, 위기 대응 능력 강화 등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은이 유동성 공급망을 강화했지만 여전히 주요국에 비해선 금융안정 기능이 미약하다는 평가다. 임 부장은 “자금조정대출 등 상설대출제도는 한은법상 제약 등으로 은행만 가능한 반면 주요국은 상설대출제도를 통해 평상시에도 신용협동기구, 저축은행 등 비은행에 대해서도 유동성을 공급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은은 한은법 80조에 따라 특정 상황요건 하에서 건건마다 금통위 의결을 거친 경우에만 비은행에 유동성 공급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