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수급난에 쪼그라든 수입車…벤츠·BMW '왕좌' 각축전

by송승현 기자
2022.09.05 15:32:55

국내 인도물량 줄어 올 8월까지 17만6283대…전년比 9.3%↓
벤츠 판매량 준 반면, BMW 되레 판매량 늘어 바짝 추격
8월까지 격차 248대…BMW, 7년 만에 1위 자리 탈환하나

[이데일리 송승현 기자] 수입자동차 브랜드들이 부품 수급난으로 국내 물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국내 1위 자리를 두고 메르세데스-벤츠와 BMW가 치열한 자리다툼을 벌이고 있다. 벤츠가 6년 연속 1위 자리를 차지해왔지만 BMW가 그 뒤를 바짝 추격하며 1위 탈환을 노리고 있다.

BMW 플래그십 SAV 뉴 X7. (사진=BMW코리아 제공)
5일 수입차 업계에 따르면 올 8월까지 누적 신규 등록 대수는 17만 6282대로 전년 동기 대비 9.3% 감소했다. 수입차 시장이 쪼그라든 건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들이 부품 수급난으로 생산 차질을 빚으며 국내에 들어오는 물량이 줄었기 때문이다. 고객 인도 물량이 줄면서 수입차 브랜드들의 대부분이 지난해보다 적은 판매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지난 2016년부터 6년 연속 수입차 브랜드 1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벤츠의 판매량 저조가 눈에 띈다. 벤츠의 올 8월 누적 신규 등록 대수는 5만 593대로 전년 동기 대비 9.6% 감소했다.

반면, BMW의 판매량은 부품 수급난에도 오히려 국내 인도 물량이 줄지 않으며 판매량이 증가한 상황이다. 같은 기간 BMW의 신규 등록 대수는 5만 345대로 6.0% 증가했다. 작년 국내 수입차 브랜드의 성공을 상징하는 ‘1만대 클럽’을 달성한 7개 브랜드(벤츠·BMW·아우디·폭스바겐·볼보자동차·미니·지프) 가운데 올해 성장세를 기록한 건 BMW가 유일하다.



벤츠가 주춤한 상황에서 BMW가 치고 올라오자 수입차 왕좌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올 8월까지 벤츠가 1위를 달리고 있지만, BMW와 차이는 248대에 불과하다. 작년 이맘때 두 브랜드의 신규 등록 대수 차가 8490대 났던 걸 감안하면 역대급 싸움이다. 월별 추이는 벤츠보다 BMW가 좋다. 벤츠는 지난 3월 8767대를 찍은 뒤 점차 내리막을 걷고 있지만, BMW는 지난 3월부터 꾸준히 6000대 이상을 찍은 데다가 지난달에는 7303대로 가장 좋은 성적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BMW가 국내 수입차 1위를 탈환하면, 자동차 화재 사건으로 주춤했던 2015년 이후 7년 만에 왕좌를 차지하게 된다.

벤츠의 순수 전기차 더 EQS. (사진=벤츠코리아 제공)
아울러 올해는 1만대 클럽을 달성하는 브랜드의 수도 쪼그라들 전망이다. 이미 지난달 누적 기준으로 벤츠와 BMW, 아우디가 1만대 이상을 기록한 상태에서 폭스바겐(8586대)·미니(7668대)·볼보차(8556대) 정도만이 클럽에 이름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작년 1만449대를 기록했던 지프는 올해 누적 4020대로 주춤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6년 연속 벤츠가 1위를 차지한 가운데, 부품 수급난이라는 위기를 딛고 BMW가 왕좌를 차지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라며 “한 브랜드가 독주하는 시대가 끝나간다는 점에서 수입차 시장의 경쟁이 더 치열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