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美·日 줄줄이 통화정책회의…일본만 마이너스금리 마이웨이

by방성훈 기자
2022.07.20 16:08:57

향후 1주일간 주요 기축통화국 잇따라 기준금리 결정
ECB, 21일 0.25%p 금리인상 전망…9월 인상폭이 관건
美, 26~27일 FOMC…자이언트스텝에 무게
日, 이번달도 마이너스 금리 유력…“엔저 가속화 우려”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유럽, 일본, 미국 등 주요 선진국들이 이번주와 다음주 잇따라 통화정책회의를 개최한다. 미국과 유럽의 기준금리 인상은 기정사실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시장의 관심은 오히려 인상폭이 어느 정도가 될 것인지다. 일본은 급격한 엔화가치 하락에도 ‘나홀로’ 저금리를 고수할 전망이다.

크리스틴 라가르드(왼쪽)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와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사진=AFP)


20일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 등에 따르면 유럽중앙은행(ECB)은 21일(현지시간) 통화정책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앞서 ECB는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7월과 9월 금리를 올리겠다고 예고한 상황이다. 유로존의 6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전년 동월대비 8.6%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에 ECB는 이번달 기준금리, 한계대출금리, 수신금리 등 3개 정책금리를 각각 0.25%포인트 인상(베이비스텝)할 방침이다. ECB의 금리인상은 2011년 7월 이후 11년 만이다. ECB는 2014~2015년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도입했고, 2016년 3월부터 6년째 기준금리를 제로금리로 유지하고 있다. 자체 예금금리도 -0.50% 수준을 지속하고 있다.

ECB는 21일 회의에서 0.5%포인트 인상(빅스텝) 관련 논의도 진행한다. ECB는 기본적으로 추가 금리인상은 점진적으로 진행할 것이라며 신중한 입장이다. 물가 상승과 경기침체가 동시에 진행되는 스태그플레이션을 유발할 수 있어서다.

아울러 금리인상을 서두르면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회원국들 간 국채금리 격차가 확대, 특정 국가의 조달 금리가 급등할 우려가 있다. 이 경우 남유럽 국가들의 재정위기가 재발해 유럽 경제를 급격하게 냉각시킬 수 있다. 현재 이탈리아가 매우 불안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빅스텝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식료품 가격이 고공행진하는 가운데 겨울철이 다가올수록 에너지 가격 상승세가 가팔라져 인플레이션을 심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외신들은 이번 회의에서 9월 금리인상 폭에 대한 힌트를 엿볼 수 있을 것인지가 최대 관전 포인트라고 설명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은 오는 26~27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시장의 관심은 금리인상 폭이다. 미국의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전년 동월대비 9.1%로 1981년 이후 41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시장 예상치인 8.8%를 웃돌면서 연준이 이번달 금리를 1.0%포인트 인상(울트라 빅스텝)할 것이라는 전망이 빠르게 확산했다. 하지만 이후 연준 이사들이 진화에 나서면서 현재는 0.75%포인트 인상(자이언트스텝) 전망으로 진정됐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패드워치에 따르면 6월 CPI가 발표된 지난 13일 연방기금(FF)금리 선물 가격에 반영된 이달 연준의 자이언트스텝 가능성은 19.7%에 그쳤지만 19일엔 64.4%로 급증했다.

일각에선 유럽과 달리 미 경제가 견고한 고용과 소비에 힘입어 1.0%포인트 인상도 감내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지만, 가파른 금리인상이 경기침체 시기만 앞당길 것이란 견해가 힘을 얻고 있다. 닛케이는 다만 “FOMC 전에 발표되는 주택 관련 지표가 충분한 수요 감속을 나타내지 않을 경우 1.0%포인트 인상론이 다시 고개를 들 수 있다”고 평했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BOJ) 총재. (사진=AFP)


일본은행(BOJ)도 20~21일 금융정책결정회의를 개최한다. 이번에도 단기 정책금리를 -0.1%로 유지하고, 장기금리인 10년물 국채 금리를 0%로 유도하는 금리 조작을 지속할 것이 유력하다고 닛케이는 내다봤다. 일본의 통화정책은 2016년 1월 이후 6년 반 동안 변동이 없는 상태다.

일본에서도 인플레이션 압박이 높아지고 있지만 에너지·식품 수입 물가 상승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라는 게 BOJ의 판단이다. 실제 신선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물가상승률은 지난 5월 0.8%에 그쳤다. 다만 BOJ는 이번 회의에서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2% 이상으로 상향할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4월 1.9%로 높인데 이어 3개월 만에 또 올리는 것이다.

닛케이는 “ECB가 이달 금리를 인상하고 나면 일본을 제외한 거의 모든 주요국 중앙은행이 긴축으로 돌아서게 되는 것”이라며 “일본의 고립이 더욱 심화하고 엔화가치 하락세를 더욱 부추겨 가계, 중소·영세 기업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