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가파른데 젊은층은 결혼 기피…후대 부양부담만 커진다
by이명철 기자
2021.09.27 16:45:25
취업 못했는데 집값 올라 결혼 못해…생산인구 감소 악순환
저출산 매년 최저치…40~50년 후 부양부담 세계 최고 수준
“여성 등 경제활동 참가 늘리고 중장년층 생산성 높여야”
[세종=이데일리 이명철 공지유 기자] 경제 성장이 둔화하는 추세에서 코로나19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위기는 국가채무 1000조원 시대를 앞당기며 재정 부담을 키우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저출산 고령화가 가장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탓에 나타나는 한국의 급격한 생산연령인구 감소는 결국 미래 세대 부담으로 고스란히 전이될 전망이다.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생산성을 향상해야 하는 만큼 여성이나 청년의 경제활동 참여와 중장년층 일자리 효율 제고 같은 정책을 시급하게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의 합계출산율(가임기 여성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수)이 사상 최저치 경신을 이어가는 데는 결혼 감소의 영향이 크다. 통계청 인구동향에 따르면 지난 해 혼인건수는 21만3502건으로 전년대비 10.7% 줄어 2012년(-0.6%) 이후 9년째 감소세다. 코로나19에 따른 방역 조치로 결혼을 미루는 예비 신혼부부까지 늘면서 감소폭은 1971년(-18.9%) 이후 40여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외환위기 당시인 1997년 감소폭(-10.6%)보다 크다.
통계청이 27일 발표한 `2020 인구주택총조사 표본 집계 결과`에서도 미혼 인구는 15~19세를 제외하고 모든 연령대에서 5년 전 조사보다 늘어났다. 이는 최근 몇 년간 경제 성장은 크게 둔화한 반면 주택 가격은 급등하는 등 생활 여건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결혼 시기 자체를 미루거나 아예 포기하고 있는 청년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결혼 적령기인 30대의 경우 미혼인구 비중이 전년대비 6.2%포인트 늘어난 42.5% 수준이다. 30대 미혼 비중은 2000년 13.4%, 2010년 29.2% 등 급속히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30대 남성의 경우 지난해 미혼 인구 비중이 50.8%다. 30대 남성 두 명 중 한 명 꼴로 총각으로 남아 있다는 의미다. 결혼하지 않는 30대 여성도 33.6%에 달했다.
출생아 수는 갈수록 줄어드는 데 고령화 속도는 가팔라지고 있다.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0년(7.3%) 10%에도 못 미쳤지만 2010년 11.3%, 2015년 13.2%, 지난해 16.4%로 점차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다.
이처럼 고령인구가 늘수록 이들을 돌봐야 할 부담은 더욱 커지게 된다. 경제활동이 힘들어 생산성은 낮아지는 반면 보호시설이나 요양보호사 등 지출은 늘어나는 구조가 되는 것이다. 지난해 15세 이상 활동제약 인구 2989만명 중 돌봄이 필요한 인구는 1351만명로 집계됐다. 연령대별로는 70세 이상이 96만 1000명으로 가장 많고 이어 60대 16만 2000명, 50대 10만명 등 순이다.
지난해 노령화지수는 23.0으로 2년 전보다 1.5포인트 늘었는데 이는 생산연령인구(15~64세) 100명당 고령인구가 23명이라는 의미다.
저출산 고령화 추세와 함께 1956~1963년생인 베이비부머 세대들의 은퇴가 맞물리면서 생산이 가능한 인구 감소세는 앞으로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생산연령인구가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0년 71.7%에서 올해 71.3%로 20년새 0.4%포인트 감소하는데 그쳤다. 하지만 통계청의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2030년 65.4%, 2040년 56.3%, 2050년 51.3%로 낮아지고 2067년에는 45.4%에 머물 것으로 추정됐다. 지금부터 50여년이 지나면 한 명이 벌어서 다른 한 명의 생활비까지 부담해야 하는 시대가 오는 것이다.
해외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도 부양비 부담의 속도는 빠르다. 한국의 2017년 기준 총부양비(생산연령인구에 대한 유소년·고령인구의 비율)는 36.7명으로 미국(51.2명)을 비롯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2015년 기준)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2065년에는 117.8명으로 OECD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 될 전망이다. 대표 고령화 국가인 일본(96.2명)보다도 부양 부담이 더 커지게 된다.
생산성의 저하는 결국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만큼 정부는 인구정책 태스크포스(TF) 등 대응에 고심을 기울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다양한 계층의 경제활동 참가를 늘리고 저성장 시대에서 출산율을 높일 여건을 만들어 인구 절벽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윤동열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정년을 앞둔 중장년 계층의 생산성 향상과 경력단절여성 등 여성 인력 활용을 논의해야 한다”며 “청년들이 질 좋은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사이 집값이 오르고 다시 결혼을 못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만큼 사회적인 침체 대응에 대해서도 정책을 충분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