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또 MB 겨냥.."과도한 사업으로 공기업 부채 증가"

by피용익 기자
2013.06.12 16:10:54

[이데일리 피용익 기자] 감사원이 또 이명박 정부의 주요 사업을 겨냥한 감사 보고서를 내놨다. 4대강 살리기 사업, 입학사정관제의 부실 문제를 지적한 데 이어 이번에는 보금자리주택을 문제삼았다.

감사원은 12일 이명박 정부의 기획재정부, 국토해양부, 지식경제부 등 부처와 한국전력공사, 토지주택공사(LH) 등 9개 주요 공기업에 대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감사 결과 이명박 정부가 대형 건설 및 토목 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하는 바람에 공기업 부채가 크게 증가했다고 결론지었다.

감사원에 따르면, 국토부는 지난 2008년 9월 보금자리주택 건설방안을 마련하면서 지역별, 주택유형별 수요분석은 하지 않은 채 2018년까지 150만호의 보금자리주택을 건설키로 했다. 2009년 8월에는 수요와 공급가능 여부 등도 검토하지 않고 당초 2018년까지 수도권 개발제한구역에 보금자리주택 30만호를 건설하려던 계획을 2012년까지 32만호를 조기 건설하는 것으로 변경했다.

LH는 국토부의 무리한 보금자리주택 건설 방안과 계획 변경에 따라 재무 역량ㆍ사업 타당성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은 채 사업을 추진했고, 재원 및 수요부족으로 사업이 지연ㆍ취소됨으로써 부채 증가의 원인이 됐다.

또 정부는 2009년 9월 4대강 사업 중 33개 공구 공사를 수자원공사가 회사채를 발행해 추진하도록 한 상황에서 일부 공구가 국가에 무상귀속됐는데도 공사에 대한 지원대책을 마련하지 않았다.



도로공사의 고속도로 사업에서도 2007∼2010년 개통된 ‘익산∼장수’ 등 9개 고속도로의 경우 2011년 교통량이 타당성 조사 때의 예측량 대비 평균 4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 사업 추진과정에서 타당성 부풀리기, 재무구조 악화방지 방안 등이 미흡했던 것으로 지적됐다.

한전의 전기요금 책정도 도마 위에 올랐다. 한전은 국내 대기업의 경쟁력이 대폭 강화됐고, 제조원가 중 전력비 비중이 감소했는데도 산업용 전기요금을 총괄원가보다 낮게 책정하고 있어 과소비와 한전의 재무구조 악화의 원인을 제공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번에 감사를 받은 9개 공기업의 2011년 말 부채는 284조원으로 2007년 말 128조원보다 121% 증가했다. 재무구조의 안정성이나 수익성 등 주요 지표도 모두 악화됐다. 그런데도 감사 대상 공기업의 대다수는 실현 가능성이 부족하거나 실효성이 떨어지는 재무관리계획을 수립하고 있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앞서 감사원은 지난 1월 이명박 정부가 추진했던 4대강 살리기 사업 관리실태 감사 결과를 통해 보의 내구성과 수질관리 기준 문제를 지적했다. 4월에는 창의교육시책 추진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명박 정부의 대표적 교육정책이었던 입학사정관제도가 부실하게 운영돼 왔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또 지난 3월과 5월 각각 한국산업은행과 우리금융지주의 경영 상태를 지적하면서 ‘MB맨’으로 꼽히는 강만수 전 회장과 이팔성 전 회장을 압박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