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 맞은 밀키트 시장…IP사업 통해 반등 모색

by김정유 기자
2025.06.16 13:34:15

프레시지, 올해 IP제품 매출 217억 ‘15%↑’
올해 IP사업 강화, 마이셰프도 맛집IP 확대
코로나 이후 고물가·HMR에 밀린 밀키트
대형마트 PB 공세도, 차별화 IP로 승부

[이데일리 김정유 기자] 코로나19 엔데믹 이후로 성장이 정체된 국내 밀키트(간편조리제품) 업계가 올해 외부 지식재산(IP) 협업과 프리미엄 제품군 확대 전략에 드라이브를 건다. 최근 주요 식품 대기업들까지 밀키트 사업을 축소하고 있는 가운데, 이 같은 전략이 업계 전반의 반등을 이끌지 관심을 모은다.

지난해 12월 열린 ‘컬리푸드페스타 2024’ 프레시지 부스에서 시식회를 진행중인 최현석 셰프. (사진=프레시지)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밀키트 전문업체 프레시지의 올 1월부터 4월까지의 IP 제품 매출액은 217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대비 15% 증가한 규모다. 프레시지는 자체 제조 밀키트 등의 제품 비중(가정간편식 포함)이 전체 매출의 69%(지난해 기준)에 달한다.

프레시지의 올해 전략은 ‘질적 성장’이다. 이를 위해 유명 셰프 IP 제품 라인을 강화하고 있다. 실제 올 1분기 프레시지내 판매량 1·2위는 최현석 셰프의 IP 제품들이었다. 함박스테이크 50만개, 직화스테이크 46만개 등 약 100만개가 팔렸다.

회사 관계자는 “프레시지는 IP의 양적 확대보다는 질적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며 “오프라인에서 영향력이 있는 여경래 셰프, 박은영 셰프 등과 IP 계약을 체결함으로써 실질적으로 고객이 선택할 수 있는 IP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업체 마이셰프는 셰프보다도 유명 맛집과의 IP 제휴에 공을 들이고 있다. ‘사리원 소불고기’(사리원), ‘이비가 짬뽕순두부’(이비가짬뽕), ‘마살라 커리’(샘표 티아시아), ‘시리얼 새우’(싱가포르 관관청)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마이셰프의 매출 상위 30개 제품 중 약 30%가 IP 제품일 정도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밀키트 시장 규모는 2019년 1017억원에서 2023년 3821억원으로 성장했다. 특히 코로나19 펜데믹을 거쳤던 5년간 10배나 성장했다. 이동의 제약이 있던 상황에서 간편하게 고품질의 식사를 경험할 수 있어서였다. 하지만 이같은 성장세는 코로나19 엔데믹 이후인 2021년부터 3000억원대에 멈추고 있다. 고물가 장기화 속 더 간편하고 저렴한 가정간편식(HMR·조리된 완제품)이 우후죽순 출시되자 밀키트의 경쟁력이 흔들린 것이다.



실제 지난해 CJ제일제당(097950)은 자사 밀키트 브랜드 ‘쿡킷’을 시장에서 철수시켰다. 2019년 론칭 5년 만이다. hy도 자사 밀키트 브랜드 ‘잇츠온’ 대신 신선식품 구독 사업에 열을 내고 있다. 업계에선 높은 가격대, 불편한 조리 과정, 짧은 유통기한 등을 문제로 밀키트가 시장에서 외면받고 있다고 분석한다. 특히 최근 고환율과 원자재 가격 상승 등도 밀키트 업계로선 치명적이다.

밀키트 업계 관계자는 “그간 코로나19 이후 다양한 유통채널에서 HMR이 출시됐는데 낮은 가격대와 높은 품질로 시장 주도권을 가져간 상태”라며 “특히 밀키트 시장은 대부분 신선식품 위주여서 콜드체인(저온유통체계) 물류를 활용해야 하는데 비용이 많이 들고, 재료 역시 손이 많이 가 원가가 더 높을 수 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현재 국내 밀키트 시장은 대형마트 자체브랜드(PB) 시장과 중소 전문업체(프레시지·마이셰프 등) 등으로 나뉜다. PB 제품들의 시장 점유율은 약 60%에 달한다. 밀키트 전문업체인 프레시지 점유율은 22% 남짓으로 추정된다.

이처럼 시장이 대형마트 대 중소 업체로 재편되는 상황에서 전문 밀키트 업체들의 전략은 경쟁력 있는 IP 확보, 프리미엄 제품군 확대 등으로 좁혀진다. 가성비 높은 HMR 제품들과 경쟁하기 위해선 유명 맛집 및 셰프의 IP만큼 차별화 있는 요소가 없기 때문이다. 선택의 영역이 아닌, 생존의 요소라는 게 업계 설명이다. 또 과거엔 외부 IP와 단순 협업에 그쳤다면, 최근 업계에선 유명 셰프·맛집의 정체성을 더 깊게 반영하는 식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밀키트 시장은 고속 성장기가 이미 지났고 대형마트 PB와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과거처럼 무리하게 판매가를 낮추는 전략 대신, 중소 업체들만이 할 수 있는 적극적인 IP 발굴, 프리미엄 시장 맞춤 공략 등의 전략으로 반등을 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