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상봉]한층 가까워졌지만…"시간이 너무 짧아 아쉬워"

by김진우 기자
2015.10.21 16:59:14

이산가족상봉 이틀째 "더 가까워진 것 같아…마음을 여니까"
"상봉행사가 중요한 게 아냐…한 번씩 만나는 것으로는 부족"
北 82살 언니, 브라질에 있는 두 동생에게 영상편지 보내기도

[금강산=공동취재단·이데일리 김진우 장영은 기자] 60년 이상 떨어져 살던 혈육들과 겹겹이 쌓인 한(恨)을 풀기에는 이산가족들에게 주어진 시간이 너무 짧았다.

이산가족들은 헤어진 피붙이들과 이틀째 만나며 한층 가깝게 마음을 열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지만 2시간씩 개별상봉~공동오찬~단체상봉 3차례 주어진 총 6시간의 상봉 시간은 턱없이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

제20차 남북 이산가족상봉 이틀째인 21일 가족들은 전날 단체상봉과 환영만찬에서의 감격스러운 만남을 이어가며 한층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첫날 상봉이 ‘눈물의 바다’였다면 둘째 날에는 ‘편안하고 따뜻한 기운’이 맴돌았다.

남측 이산가족인 양영례(67) 씨는 북측 작은아버지 량만룡(83) 씨와 사촌 량명숙(60) 씨와 개별상봉을 마치고 “(오늘 또 보니까) 더 가까워진 것 같다”며 “마음을 여니까…”라고 환하게 웃었다.

양씨의 동생인 양옥희(59) 씨는 “작은아버님께서 조카들한테 각자 짧은 글을 하나씩 남겨주셨다”며 “‘가족끼리 친절하게 잘 살아라’, ‘잘 왕래하면서 살아라’ 등을 적어주셨다”고 개별상봉의 소소한 내용을 소개했다.

북측 언니인 남철순(82) 씨를 만난 여동생 순옥(80) 씨는 “어제는 조금 어색하고 그랬는데 오늘은 방에서 웃고 떠들고 조금 편하게 얘기했다”고 했다.

북측 도흥규(85) 씨 외조카 윤인수(59) 씨도 “어제는 감정이 북받쳐서 말을 잘 못했는데 오늘은 사근사근 잘 얘기하셨다”고 달라진 분위기를 전했다.



이산가족들은 2시간씩 이어지는 ‘징검다리’ 상봉에 대해 진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도씨의 조카 이민희(54) 씨는 “개별상봉이 2시간밖에 없어 너무 아쉽다”며 “(1시간 뒤 공동중식이면) 그냥 여기 나와서 단풍나무 앞에서 사진도 찍고 같이 점심 먹으러 가면 좋겠다. 이렇게 다시 헤어졌다 봐야 하는 게 아쉽다”고 말했다.

이씨는 “어제 첫 상봉이 끝나갈 때 삼촌이 이걸로 모든 상봉이 끝나신 줄 알고 2시간만 만날 거면 상봉을 왜 하느냐며 화를 내셨다”며 “조카들이 이따 또 볼 거라고 여러 번 설명해드렸고 삼촌은 ‘이따 꼭 와, 꼭 와’ 여러 번 말씀하셨다”고 전했다.

북측에 있는 사촌누나를 만난 강정구(81) 씨는 “이런 상봉행사가 중요한 게 아니다. 이렇게 한 번씩 만나는 것으로는…(부족하다)”이라며 “서신 교환이 수시로 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개별상봉을 마치고 나온 남측의 한 가족은 북측 가족들이 버스를 타고 멀어지는 모습을 보면서 “몇 분 뒤에 또 밥 먹으러 올 걸 왜 저렇게 버스에 태워 끌고 가는지…”라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자매 상봉을 한 남철순 씨는 공동오찬에서 4남매 가운데 만나지 못한 춘자·완효 씨에게 영상편지를 썼다. 두 동생이 지난 1985년 브라질로 이민을 가는 바람에 이번 상봉행사에 참가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남씨는 영상편지에서 동생들을 향해 “나는 잘 살고 있고 통일이 되면 꼭 다시 만났으면 좋겠다”고 했다.

공동오찬에는 메뉴로는 볶음밥과 닭고기완자 맑은국, 생선 락화생(땅콩) 튀김, 버섯고기완자 볶음, 잣죽, 김치, 샐러드 등이 제공됐다. 북한에서 인기인 들쭉술과 대동강 맥주, 금강산 샘물(생수), 은정차, 배향단물(배맛 주스) 등이 마실 것으로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