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뉴질랜드 FTA 정식 서명…국내 영향은?(종합)

by윤종성 기자
2015.03.23 16:18:54

한-뉴질랜드 정상회담..23일 FTA 정식 서명
朴대통령 "양국 수교 53년 역사에 한 획 그어"
전문가들 대체로 긍정 평가.."농업피해 안 커"
농민단체 비판.."수입 농산물로 몸살 앓을 것"

[이데일리 윤종성 이준기 방성훈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23일 방한 중인 존 필립 키 뉴질랜드 총리와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 간 자유무역협정(FTA)에 정식 서명하면서 두 나라는 FTA 논의 개시 5년 9개월 만에 정식 서명 절차를 마쳤다. 한·뉴질랜드 FTA는 양국의 국회 비준 동의 절차가 마무리되면 곧바로 효력을 발휘하게 된다.

박 대통령은 서명 후 “양국 수교 53년 역사에 한 획을 긋는 뜻 깊은 일”이라며 “FTA 정식 서명으로 양국 관계는 경제 분야는 물론이고 문화, 인적 교류, 안보, 국제협력 등 다방면에서 한 차원 더 높은 협력을 할 수 있는 중요한 토대를 마련했다”고 추켜세웠다. 하지만 수입유제품의 직격탄을 맞게 될 낙농업계 등 농민들은 강도 높게 비판하고 나섰다.

협정이 공식 발효되면 뉴질랜드는 7년 안에 한국이 수출하는 전 품목에 대해 관세를 철폐하게 된다. 한국의 타이어, 세탁기 등은 즉시 관세가 철폐되고 자동차 부품, 냉장고, 건설 중장비를 비롯해 버스·트럭·특장차 등 상용차에 대한 관세가 3년 내 사라진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15년 내에 뉴질랜드 수출품 대부분(96.4%)에 대한 관세를 없앤다. 이 가운데 포도주, 양가죽 등은 발효 즉시 관세가 철폐된다.

문제는 그 동안 쟁점이 됐던 전지분유 등 낙농품이다. 정부는 대(對)뉴질랜드 수익실적의 일부 물량에 대해 자율관세할당(TRQ)을 부여하는 식으로 최대한 방어했다는 입장이지만 당사자인 농민들은 정부 발표에 반발하고 있다. 한국낙농육우협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FTA로 인해 고삐 풀린 수입유제품이 국내시장을 잠식하고 있다”며 “미국·유럽연합(EU)·호주·뉴질랜드 등 낙농선진국은 유제품 수출 공세를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협회는 또 “지금이라도 정부는 낙농품 무관세쿼터(TRQ) 관리방식을 일본과 호주의 경제동반자협정(EPA)과 같이 국내산 구매조건이 반영되도록 개선해야한다”며 “학교우유급식 제도화, 기업체 단체급식, 국산우유 사용 확대, 우유·유제품 수출지원, 치즈기금 설치, 수입 유제품 자조금 부과 등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도 비판 성명을 통해 “뉴질랜드와의 FTA로 18~40%인 소고기 관세가 15년에 걸쳐 완전 철폐되게 된다”면서 “키위·멜론 등 수입과일 관세가 낮아지면 이미 포화상태인 국내시장은 수입농산물로 인해 몸살을 앓을 수밖에 없다”고 날을 세웠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농업분야의 피해도 우려만큼 크지는 않을 것이라는 견해를 내비쳤다. 김영귀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지역통상팀장은 “교역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제조업 기반이 없는 국가인 만큼 우리 수출 시장을 확대한다는 측면에선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며 “특히 이번 FTA는 선진 농업국가인 뉴질랜드에서 교육 훈련 등을 통해 배울 수 있는 길을 열어놨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했다.

김한성 아주대 경제학과 교수는 “아세안+6 국가들 중 일본을 제외한 역내국들 간 FTA 체결을 완료함에 따라 향후 동아시아 경제통합 추진에 긍정적”이라며 “이를 계기로 정치, 외교적인 협력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농업부문에서 우려가 있으나 교역규모로 봤을 때 피해가 크지 않을 것이고, 중국이 뉴질랜드의 최대 수출국이라는 점도 국내 낙농·축산 제품 피해를 줄일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대외경제연구원, 산업연구원, 농촌경제연구원, 해양수산개발원, 노동연구원, 조세연구원 등 6개 연구기관은 4월 발표를 목표로 한·뉴질랜드 FTA협상 결과를 반영한 경제적 영향 평가를 진행 중이다. 정부는 이 평가 결과를 토대로 국내 보완대책을 수립할 방침이다.

▲한-뉴질랜드 FTA 상품양허안(양허 단계별 주요 품목)<자료=산업통상자원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