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해고해 5인 미만 사업장으로 전환도 고민중”

by김경은 기자
2024.01.24 15:49:30

“마지막 기회”…정부·중소기업계, 중처법 유예 ‘안간힘’
김기문 중기중앙회장, 여야 원내대표 면담통해 중기 현장 우려 전달
오영주·김기문 간담회서도 ‘중처법 유예’ 화두
노동·중기·국토장관 “국회 전격 합의 요청” 한목소리
중소기업계, 준비 미흡 호소

[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중소기업계가 50인 미만 사업장의 중처법 적용 유예를 위해 막판 안간힘을 쏟고 있다. 법 시행 전 유예 가능한 마지막 기회인 25일 국회 본회의를 하루 남기고 정부와 경제단체가 발로 뛰며 야당 설득에 나섰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은 24일 여야 원내대표와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등을 잇따라 만나 중처법 적용 유예를 요청했다. 오는 27일부터 중처법이 50인 미만 사업장에 확대 적용되는 것을 앞두고 중소기업계의 간곡한 호소를 전달하기 위해서다.

50인 미만 사업장에 중처법 적용을 2년 유예하는 개정안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5개월째 계류 중이다. 25일 국회 본회의가 예정돼 있지만 더불어민주당이 법안 처리 조건으로 산업안전보건청(산안청) 설치 등을 내걸어 합의에 난항을 겪고 있다.

김 회장은 여야 합의를 촉구하기 위해 이날 오전 국회를 찾아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차례로 면담했다.

여야는 법 시행에 따른 중소기업계의 어려움에 공감하면서도 책임 공방을 되풀이했다. 윤 원내대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어 대단히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민주당이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닫고 있다”고 비판했다.

홍 원내대표는 김 회장과 면담에서 산안청 설치라는 원론적인 입장을 되풀이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국힘측이 산안청 신설 제안을 받아준다면 시행 유예 법안을 통과시키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고 김 회장은 전했다.

다만 김 회장은 면담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에서도 조정할 용의가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홍 원내대표가) 아침 일찍 시간 내준 걸 보면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여야가 합의하면 극적으로 통과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면담 이후 서울 여의도 중기중앙회에서 오 장관을 만나 중처법 시행 유예 필요성에 대해 재차 강조했다. 오 장관의 중기중앙회 방문은 취임 이후 처음이며 당초 중소기업계 정책 논의를 위해 마련한 자리이나 업계 최대 현안인 중처법 관련 이야기가 주를 이뤘다.

오 장관도 “현장이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법 적용을 강화할 때 입법의 목적인 재해 예방보다는 범법자만 양산할 가능성이 굉장히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이어 “50인 미만 중소기업들이 중대재해에 대비할 수 있도록 정부도 최대한 노력할 것”며 “(여야 합의를 위한)시간이 오늘도 남아 있다”고 강조했다.

이정식(가운데) 고용노동부 장관과 오영주(오른쪽)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이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추가 유예 촉구 합동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 장관은 중기중앙회 방문에 앞서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과 함께 정부서울청사에서 ‘중대재해법 추가 유예 입법 촉구’ 브리핑을 진행하는 등 중처법 유예를 위한 목소리를 마지막까지 높였다.

대표 발표자로 나선 이 장관은 “현장의 절실한 호소에 귀 기울이고 반영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앞두고 다시 한번 간곡히 국회에 호소한다”며 “국회에서 전격적 합의로 신속히 처리해주면, 민관은 추가 유예기간 동안 산업안전 대진단 등을 통해 50인 미만 기업의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시행 유예 법안 처리가 난항을 겪으면서 50인 미만 중소기업 현장은 연일 살얼음판이다. 당장 3일 뒤부터는 산업현장에서 산업재해 예방의무를 다하지 않은 가운데 사망자나 2명 이상의 중상자가 나오면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는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을 내게 된다.

현장에선 준비가 미흡하다는 점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 2년간 유예기간을 뒀지만 대다수는 만성적인 인력난과 재정난, 정보 부족 등으로 법 시행을 준비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법을 시행하면 범법자를 양산할 수 있고 사업주가 생산, 경영 등 1인 다역을 수행하는 기업은 경영 위기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인력 축소나 폐업까지 고려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박평재 한국표면처리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법 제정 이후 코로나19라는 예측 불가능한 전대미문의 위기가 있었다는 점을 고려해줬음 좋겠다”며 “법을 지키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라 지킬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달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