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발칵’ 총리의 광란파티…정부 수반의 음주는 어디까지

by김영환 기자
2022.08.22 17:06:44

산나 마린 핀란드 총리, 파티 영상 공개로 홍역
“정치 지도자도 때로 파티서 춤추고 노래해” 항변
尹대통령도 지난 5월 음주 만취 사진 공개되면서 논란
‘北 미사일 도발’까지 엮어서 여론 시끌

[이데일리 김영환 기자] 산나 마린 핀란드 총리의 파티 동영상으로 핀란드가 발칵 뒤집혔다. 한 국가의 수장이 술에 취해 춤을 추는 모습이 ‘영상’으로 공개되자 파급력이 커졌다. 이를 문제 삼는 비판과 옹호하는 여론이 뒤섞였다.

산나 마린 핀란드 총리가 동영상이 유출되며 제기된 마약 복용 의혹을 부인했다. (사진=AFP)
비판 의견 중 ‘안보위기’ 측면은 우리로서도 고민해봄직한 지점이다. 유럽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안보 위협이 높아진 상태다. 70여년간 중립국 지위를 유지해온 핀란드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을 추진 중이다. 이를 이끈 당사자가 마린 총리다.

마린 총리를 궁지로 몰아넣은 영상의 촬영 날짜는 지난 6일이다. 마린 총리는 부재 시 업무 대행을 지정하지 않은 채 파티에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린 총리가 부인하고 있는 마약 투여 혐의가 아니더라도 기준치 이상의 음주가 핀란드 국가 안보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으리라고 보기 어렵다.

총리가 술에 취한 ‘파티’ 자체도 문제시됐다. 지인들의 모임이라고는 하지만 마린 총리는 이 모임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했다. 마린 총리를 찍은 영상물이 전세계에 다 퍼질대로 퍼진 상황이 이를 반증한다. 체액이 묻은 담배꽁초 하나도 수거해가는 북한 김정은 만큼은 아니더라도 국가 수반의 일거수일투족이 공개되는 것은 국가 안보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

가디언에 따르면 아누 코이부넨(Anu Koivunen) 핀란드 투르크대 젠더학 교수는 “마린 총리는 모두를 믿을 수 없는 모임에서 스스로를 억제하지 못했다”라며 “이것이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우리도 지난 5월 윤석열 대통령의 ‘만취 사진’이 공개돼 논란을 겪었다. 소문난 애주가로 알려진 윤 대통령이 취임 사흘 만에 취한 모습이 일반에 잡히면서 야권의 공세를 받았다. 더욱이 이날은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다음날이었다.



당시 대통령실은 이에 대해 “중요한 일정들, 공개해야 하는 일정은 대부분 공개한다”면서도 “그 외 일정도 있고, 개인 일정도 있을 때마다 저희가 일일이 확인해드릴 상황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윤 대통령의 음주 여부에 대해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은 것이다.
(사진=온라인 갈무리)
대통령제를 택하고 있는 대한민국은 유사시 군을 통솔할 수 있는 가장 상단의 지휘관이 대통령이다. 윤석열 정부 취임 이후만 따져도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 4차례나 있던 상황에서 군통수권자가 만취하거나, 만취하더라도 이를 드러내는 건 안보 위협이다.

조기숙 이화여대 교수에 따르면 노무현 전 대통령은 만찬 시 포도주스로 건배했다. 노 전 대통령도 애주가였으나 “24시간 위기상황에 대처할 준비를 해야 하는 대통령인데 술 마시고 판단력을 잃으면 곤란하다”라고 술을 피하는 이유를 댔다.

마린 총리는 자신에게 쏟아지는 의혹에 대해 “정치 지도자도 때로는 파티에서 춤을 추고 노래할 수 있으며,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유권자에게 달려 있다”고 항변했다. 핀란드에서는 젊은 여성들이 파티 영상을 공개하며 해시태그로 ‘산나와 연대를’을 달아 지지 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다만 코이부넨 교수의 지적처럼 “유출된 비디오 영상에서 젠더 문제는 결정적인 요인이 아니다.” 남녀를 떠나 국가 수반의 판단력이 음주 등의 이유로 흐려질 수 있다는 지점에서의 우려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외교학 교수는 “핀란드가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의 최전선이라는 점에서, 또 코로나19 유행 속이라는 점에서 복합적으로 문제가 된 것 같다”면서도 “사생활을 지켜줘야 할 부분에서는 보다 유연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