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릭 약가 40% 인하 초읽기…반사이익 예상되는 3대 제약사

by송영두 기자
2025.12.04 10:26:01

[이데일리 송영두 기자] 정부가 제네릭(복제약) 의약품 약가 인하를 핵심으로 한 약가제도 개편에 나서면서 제약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국내 제약사의 상당수가 제네릭 중심의 사업 구조를 유지하고 있는 만큼, 약가 인하에 따른 수익성 악화는 물론 중소 제약사의 존립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이를 계기로 산업 재편이 이뤄지며 장기적으로는 국내 제약사의 신약개발 경쟁력이 높아질 것이란 기대감도 동시에 제기된다.

25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제약 산업의 혁신 생태계 조성을 목표로 약가제도 개선 작업에 착수했다. 이번 개편의 핵심은 제네릭 약가 인하다. 현재 오리지널 의약품 대비 53% 수준인 제네릭 약가를 40%까지 낮추는 방안이 유력하게 논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제약사 대부분이 제네릭을 사업의 ‘허리’로 삼고 있는 만큼, 제네릭 가격 인하는 업계 최대 이슈로 부상했다.

정부와 여당은 이번 개편의 취지가 단순한 건강보험 재정 절감이 아니라, △신약의 혁신 가치 반영 △의약품 공급 안정성 제고 △투자 선순환 구조 정착 등 ‘혁신 생태계’ 구축에 있다고 강조한다. 제네릭에 투입되던 재정을 줄이는 대신, 혁신 신약 개발이 가능한 환경을 만들어 제약 산업의 체질을 바꾸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해석이다.

(그래픽=김일환 기자)




국내 대부분 제약사 실적은 여전히 제네릭에서 나온다. 일부 도입 의약품, 건강기능식품, 화장품 등 부수적인 사업에서도 매출이 발생하지만,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다. 국내 제약사들의 제네릭 매출 비중은 전체 의약품 매출의 약 80% 수준으로 추정된다.

실제 한미약품(128940), 대웅제약(069620), 보령(003850) 등 이른바 ‘대형사’들 역시 제네릭 비중이 높다. 이들은 길리어드가 개발한 만성 B형 간염치료제 ‘비리어드’의 제네릭을 비롯해, 아스텔라스의 과민성방광치료제 ‘베시케어’ 제네릭 등을 주력 품목으로 판매하고 있다. 삼진제약, 부광약품 등 중소·중견 제약사들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다양한 제네릭 품목이 여전히 국내 제약사의 핵심 먹거리라는 의미다.

정부는 건강보험 재정에서 차지하는 제네릭 의약품 비중을 줄이고, 이를 신약 산업으로 재배분해 생태계를 바꾸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단기간에 제네릭 약가가 낮아지면 대형사와 중소사 할 것 없이 실적에 직격탄이 될 수밖에 없다. 특히 재무 여력이 상대적으로 큰 대형·중견사와 달리, 제네릭 수익에만 의존해온 소형 제약사들은 생존 가능성 자체가 불투명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정부는 그간 제네릭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신약 경쟁력을 키우라는 메시지를 꾸준히 보내 왔다. 약가제도 개선, 연구개발(R&D) 투자 확대 요구 등 정책적 신호도 반복됐다. 그럼에도 사업 구조 다변화나 신약개발 역량 확보에 소극적이었던 기업들은, 결국 대내외 환경 변화 속에서 시장 논리에 따라 자연스럽게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셈법’도 업계 안팎에서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대형사든 중소사든 제네릭 비중이 높다는 점에서 약가 인하가 실적에 미치는 충격은 불가피하다”면서도 “다만 대형 제약사들은 자금 여력이 있는 만큼, 약가 인하로 감소한 이익을 버티면서 새로운 성장 전략을 모색할 수 있다. 반면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 제약사들은 제네릭 수익이 줄어드는 순간 존립을 걱정해야 할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결국 재무 체력이 약한 제약사는 제네릭 약가 인하로 인한 실적 악화를 견디기 어렵고, 반대로 자금력을 가진 기업들은 이를 계기로 신사업과 구조 전환에 나서면서 ‘양극화’가 심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단기적으로는 제약업계 전반이 불확실성에 휘말릴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글로벌 제약강국 도약의 관건인 신약 분야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것이란 기대도 존재한다. 제네릭으로 더 이상 높은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워지면, 대형 제약사를 중심으로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하기 위한 신약 R&D 투자가 더욱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다.

이미 한미약품, 유한양행, 종근당(185750) 등 주요 제약사는 매출의 10% 안팎을 신약 연구개발에 투입하고 있으며, △글로벌 제약사와의 조(兆) 단위 기술수출(라이선스 아웃) △글로벌 항암제 상용화 등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이들 기업은 일찌감치 제네릭 위주의 사업 구조만으로는 성장이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는 판단 아래, 신약개발로 무게 중심을 옮겨왔다.

업계에서 특히 주목하는 기업도 이 세 곳이다. 우선 한미약품은 다양한 신약 후보를 발굴하며 여러 차례 글로벌 제약사와 대형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해 왔다. 최근에는 글로벌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혁신 비만치료제 개발에 속도를 내며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고 있다.

유한양행은 존슨앤드존슨에 폐암치료제 ‘렉라자’를 기술수출해 글로벌 상업화에 성공했고, 이로 인한 실적 급증이 내년부터 본격화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잘 만든 신약 한 개가 실적과 기업가치에 얼마나 큰 임팩트를 줄 수 있는지 국내에서 최초로 증명한 셈이다. 동시에 유망한 국내 바이오벤처는 물론 해외 기업에도 적극 투자해 유망 후보물질과 플랫폼 기술을 확보하는 ‘투트랙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렉라자에 이어 알레르기 치료 신약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기대를 모은다.

종근당은 최근 들어 가장 공격적으로 신약개발에 나서고 있는 회사로 꼽힌다. 2조2000억원을 투입해 경기 시흥에 최첨단 바이오의약품 복합 연구개발 단지를 조성하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미국 보스턴에 글로벌 R&D 거점을 마련했다. 2023년에는 글로벌 빅파마 노바티스에 신약 후보물질 ‘CKD-510’을 약 13억500만달러(약 1조7300억원)에 기술이전하며 신약개발 드라이브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글로벌 의약품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다중 모달리티 분야에서도 존재감을 키우는 중이다. 종근당은 네덜란드 시나픽스로부터 항체약물접합체(ADC) 플랫폼 기술을 도입했고, 비소세포폐암 치료제이자 이중항체 신약 후보인 ‘CKD-702’ 개발도 병행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한미약품, 유한양행, 종근당은 국내 제약사 가운데 신약개발을 가장 선도적으로 이끌어온 회사들”이라며 “제네릭 중심 사업 구조보다 신약개발 사업이 확장성과 수익성 면에서 훨씬 우위에 있다는 점은 이미 국내외 시장에서 충분히 입증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정부의 약가제도 개편은 단기적으로 제약업계의 뼈를 깎는 고통을 수반할 수밖에 없지만, 장기적으로는 신약개발을 우대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정착된다면 ‘제2, 제3의 한미약품·유한양행’이 탄생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이번 개편이 제약 산업의 구조 전환과 신약 경쟁력 강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