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음모 재판서 '혁명동지가'·'적기가' 제창 공방(종합)

by연합뉴스 기자
2014.01.09 19:34:34

진보당 행사 녹음파일 증거조사…‘이적동조’vs‘가요제창’

(수원=연합뉴스) 이석기 의원 등이 기소된 ‘내란음모 사건’ 재판에서 검찰과 변호인단은 피고인들이 통합진보당 행사에서 부른 노래인 혁명동지가와 적기가를 놓고 맞섰다.

9일 수원지법 형사12부(부장판사 김정운) 심리로 열린 33차 공판에서는 이 의원과 홍순석, 이상호 피고인 등 4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2012년의 두 차례 진보당 행사 녹음파일에 대한 증거조사가 진행됐다.

2012년 6월 21일 경희대학교 국제캠퍼스에서 열린 진보당 당직선거 출마자 결의대회 녹음파일은 2시간 51분 분량으로 이 의원 강연, 당직 선거 출마자 소개, 참석자들의 ‘임을 위한 행진곡’과 혁명동지가 제창이 담겼다.

참석자들은 행사가 끝날 무렵 ‘동만주를 내달리며 시린 장백을 넘어 진격하는 전사들의 붉은 발자국 잊지 못해’, ‘뜨거웁게 부둥킨 동지 혁명의 별은 찬란해’, ‘몰아치는 미제 맞서 분노의 심장을 달궈’ 등 가사로 이뤄진 혁명동지가를 불렀다.

같은 해 8월 10일 경기도 광주 곤지암청소년수련원 행사 녹음파일(6시간 6분 분량)에 대한 증거조사에서도 참석자들이 3차례에 걸쳐 혁명동지가를 부르고 이 의원의 강연 이후 권역별 토론·촌극 발표 과정에서 적기가를 부른 사실이 확인됐다.

법정에서 공개된 적기가의 가사는 ‘민중의 기 붉은기는 전사의 시체를 싼다’, ‘높이 들어라 붉은 깃발을 그 밑에 굳게 맹세해’, ‘원쑤와의 혈전에서 붉은기를 버린 놈이 누구냐 돈과 직위의 꼬임을 받은 더럽고도 비겁한 그놈들이다’ 등이다.

검찰은 공소장에서 혁명동지가는 한국을 미국 식민지로 보고 북한 대남혁명 노선에 동조해 혁명투쟁 의식 고취를 선동하는 노래로, 적기가는 공산주의를 뜻하는 붉은 깃발을 높이 들고 미 제국주의·남한 적들과 싸울 것을 선동하는 노래로 전제했다.

그래서 이들 노래를 부르자고 제의하고 직접 부른 피고인들은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점을 알면서도 반국가단체인 북한을 찬양·고무·선전·동조했다고 적시했다.



변호인단은 “혁명동지가를 이적표현물로 본 판례가 있지만, 당시 이적성 검토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며 “민중가요가 이적표현물로 다시 법정에 나온 것은 공안시계가 23년 전에 멈춰 있다는 사실을 드러낸다”고 주장했다.

혁명동지가는 민중가요 작사·작곡가인 백자(41)씨가 만든 노래로 1991년 이적표현물 판결을 받았지만 1990년대 학생운동 세력에 의해 집회·시위 현장에서 자주 불렸다.

적기가에 대해서는 “영국 노동당에서 불리고 프로축구팀 멘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주제곡이기도 한 ‘The Red Flag’를 번역한 노래”라며 “일부 참석자가 불렀지만, 피고인들은 부르지 않았고 노래를 부르는 행위 자체는 이적성을 띨 수 없다”고 반박했다.

검찰과 변호인단의 주장은 이 의원의 강연 내용과 행사 성격을 두고도 엇갈렸다.

검찰은 곤지암청소년수련원에서 이 의원이 한 강의를 “북한의 대남혁명론에 동조하면서 북한을 강성대국으로 평가하고 혁명적 낙관주의 정신으로 정권교체를 이루자는 선동이자 이적·고무·찬양 행위”로 규정했다.

이어 “이들 행사는 진보당 공식 행사가 아닌 특정계파의 모임”이라며 “이구동성으로 외치는 ‘내가 바로 이석기다’라는 등의 용어는 참석자들이 이석기 피고인을 중심으로 행동, 활동했다는 것을 반증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변호인단은 “당시 한반도 정세의 특징에 대한 객관적 진술이 강연의 주제였고 진보당이 처한 조건에서 소속 국회의원으로서 계급적 기반 확대, 전략적 지원 근거지 정립, 핵심역량 구축 등을 강조한 것”이라고 맞받았다.

또 “당 공식 행사에서도 대전환기, 총공세, 맞받아치자 등 용어가 빈번히 사용되는 것을 알 수 있다”며 “진보 운동가들의 이런 언어습관과 정서에 대한 이해 부족과 낯섦이 이 사건을 기소에까지 이르게 한 주요 원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