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증시·위안화 가치 '뚝'…7.3위안마저 무너지나(종합)

by김정남 기자
2023.08.21 17:20:24

中 본토 상하이 종합지수 등 중화권 증시 약세
달러당 7.3위안대서 거래…7.4~7.5위안 가나

[이데일리 김정남 방성훈 기자] 중국 인민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에도 아시아 주요국 증시는 약세를 보였다. 중국 당국의 경기 부양 의지에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탓이다. 또 위안화 가치는 추가로 하락하면서 달러당 7.3위안마저 무너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사진=AFP 제공)


21일 마켓포인트, 마켓워치 등에 따르면 이날 중국 본토의 상하이 종합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1.24% 하락한 3092.98에 거래를 마쳤다. 선전 성분지수는 1.32% 내린 1만320.39를 나타냈다. 중화권 홍콩 항셍 지수는 1.65% 떨어졌다. 호주 ASX 지수는 0.46% 하락했다.

그나마 일본 닛케이 지수와 한국 코스피 지수는 각각 0.37%, 0.17% 상승했다. 장 초반과 비교해 지수 자체는 장중 내내 낮아졌지만, 상승한 채 마감했다.

아시아 증시 전반이 약세로 기운 것은 인민은행의 돈 풀기 정도가 기대에 못 미친 탓이다. 인민은행은 이날 오전 회의를 열고 1년 만기 대출우대금리(LPR)를 기존 3.55%에서 3.45%로 0.10%포인트 인하했다. 시장 예상치(0.15%포인트)를 밑돌았다. LPR은 중국에서 사실상 기준금리 역할을 한다. 게다가 5년 만기 LPR은 4.20%에서 4.05%로 0.15%포인트 내릴 것이라는 전망을 깨고 동결했다. 5년물 동결은 무리하면서까지 경기를 부양하지 않겠다는 의지라는 해석까지 일각에서 나왔다.

블룸버그는 “실망스러운 LPR 데이터는 중국 경제의 약한 회복과 다른 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를 가중시켰다”고 전했다.



특히 장중 골드만삭스의 비관적인 보고서가 나오면서 증시는 낙폭을 키웠다. 티모시 모 골드만삭스 전략가는 “위기 전이 위험을 막기 위한 더 강한 정책 대응이 가능해질 때까지 중국 증시는 예상보다 낮은 수준에 머무를 것”이라고 봤다. 골드만삭스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중국 지수의 주당순이익(EPS) 성장 전망치를 14%에서 11%로 하향했다. 중국 당국이 취한 조치는 단편적이었고 앞으로 대규모 부양책을 고려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골드만삭스의 분석이다.

인민은행의 조치는 디플레이션 수순으로 향하는 경제를 일으켜 세우되, 위안화 가치 추락은 어떻게든 막아보려는 고민이 담겨 있다. 금리를 과격하게 내릴 경우 경기 부양 효과는 있겠지만, 위안화 가치는 추가 하락할 수 있는 딜레마에 빠진 탓이다.

그럼에도 실제 위안화 가치는 오히려 더 떨어졌다. 역내 달러·위안 환율은 장 초반만 해도 7.3위안을 밑돌았다가, 인민은행의 LPR 발표 이후 7.3위안을 돌파했다(달러화 강세·위안화 약세). 장중에는 7.3084위안까지 치솟았다고 마켓워치는 전했다. 전거래일 종가는 7.2855위안이었다. 역외 환율 역시 줄곧 달러당 7.3위안 위에서 거래가 이뤄졌다. 장중 7.3361위안까지 올랐다. 이 정도 레벨이면 2007년 말 글로벌 금융위기 초입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더 주목할 것은 시장에서 형성한 환율 수준이 인민은행이 이날 오전 발표한 고시환율(달러당 7.1987위안)보다 훨씬 높다는 점이다. 당국은 위안화 가치 방어에 나서고 있지만, 시장 참가자들은 위안화를 팔고 달러화를 사는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는 뜻이다. 추후 7.4~7.5위안까지 갈 경우 당국 입장에서는 더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 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즈호은행의 켄 청 아시아 외환전략가는 “5년 LPR 동결은 중국 은행들이 예대 금리차를 줄이는 기준금리 인하를 꺼린다는 신호로 해석한다”며 “인민은행이 시장에 잘못된 메시지를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통화 완화만으로는 부동산과 경기를 부양하기에는 역부족”이라며 “성장 전망과 위안화에 부정적”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