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버행 해소' 그래피·'임상 2상 성공' 바이젠셀 동반 상한가[바이오맥짚기]
by나은경 기자
2025.12.04 10:25:03
[이데일리 나은경 기자] 26일 국내 제약·바이오·헬스케어 섹터에서는 △바이젠셀(308080) △그래피(318060) △삼양바이오팜(0120G0) 총 세 종목이 가격제한폭까지 상승하는 기염을 토했다. 삼양그룹 지주사인 삼양홀딩스(000070)로부터 인적분할한 삼양바이오팜은 지난 24일 코스피 상장 후 3거래일 연속 상한가다.
지난 8월25일 코스닥 상장한 그래피는 오버행 리스크가 해소된 데다 글로벌 최대시장인 북미에서 자사 틀니 관련 소재가 미국 식품의약국(FDA) 판매 허가를 받았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장중 가파르게 상승하다 결국 상한가를 기록하며 장을 마쳤다.
바이젠셀은 전날 저녁 회사의 주력 파이프라인이 임상 2상에서 통계적 유의성을 확인했다고 공시하면서 장 시작 직후부터 상한가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국내 증시에서 가장 큰 하락폭을 기록한 곳은 케어젠(214370)이었다. 케어젠은 황반변성 치료제의 임상 1상 결과 발표가 연기되는 것 아니냐는 시장의 우려로 3일치 상승분을 하루만에 반납했다.
KG제로인 엠피닥터(MP DORTOR·옛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3D 프린팅 기반 투명교정장치 전문기업 그래피의 종가는 전일 대비 29.9% 오른 1만7530원을 기록했다. 회사에서는 오버행 리스크 해소가 주가 상승의 주요 원인이라고 보고 있다.
상장 후 3개월 매각제한 기한이 전날 종료되면서 121만2260주(전체 주식의 10.98%)가 추가로 시장에 풀리게 된 것. 유통물량이 전체 주식 수의 69.84%까지 늘어난 전날(25일) 오전에도 거래량이 1041만주로 급상승하면서 장중 한 때 상한가(1만6510원)를 기록하기도 했다. 직전 5영업일간 평균 거래량이 45만주 수준이었으므로, 25일에만 평균치의 23배 넘는 물량이 거래된 셈이다. 이 같은 흐름이 26일까지 지속돼 이날에도 거래량은 835만주에 달했다.
그래피 관계자도 "25일 손바뀜이 대거 이뤄지면서 시장에서 오버행 이슈가 해결됐다고 판단,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 | 그래피의 3D 프린터용 치과용 레진 제품군 THD(TERA HARZ Hard Denture)로 제작한 틀니의 모습 (사진=그래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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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발표된 FDA로부터의 제품 허가 소식도 상승세에 힘을 더했다. 그래피는 틀니 제작을 위해 주로 쓰이는 3D 프린터용 치과용 레진 제품군 THD(TERA HARZ Hard Denture) 8종이 FDA로부터 510(k) 승인을 받았다고 밝혔다. 회사는 해당 제품 출시가 미국에서 그래피의 인지도와 신뢰도를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래피 관계자는 "510(k) 허가 이후 제품 등록 등의 절차에 2~3주가 소요되는데 그 이후 바로 미국 시장에 THD 제품군을 출시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며 "회사의 주력 제품은 투명교정장치로 이번 승인이 그래피가 만든 소재에 대한 신뢰도를 높임으로써 투명교정장치 등 기존 제품의 매출 상승과도 시너지를 이룰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투명교정 시장은 2023년 기준 25조원(시장비중 27.6%)에서 2030년 60조원(40.0%)으로 성장속도가 두드러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글로벌 투명교정 시장 중 북미 시장은 45%를 차지하고 있는 최대 시장이다.
| | 바이젠셀은 지난 25일 저녁 NK/T세포 림프종 치료제 VT-EBV-N의 임상 2상이 성공했다고 공시했다. 주가는 이튿날인 26일 개장 직후 상한가로 직행해 52주 신고가인 4555원을 경신했다. (자료=KG제로인 엠피닥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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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젠셀은 전날(25일) 장 마감 후 나온 림프종 치료제 VT-EBV-N 임상 2상 성공 소식에 장 시작 직후부터 상한가로 직행, 4555원에 장을 마쳤다.
VT-EBV-N은 NK/T세포 림프종 치료제다. 경쟁 제품으로는 아타라 바이오의 '에브발로'(Tab-cel)가 있다.
바이젠셀은 2021년 코스닥에 기술특례상장했는데 2023년까지 매출이 전무하다 지난해 처음 3억원 가량의 매출을 냈다. 상장 당시 회사는 증권신고서를 통해 2024년 중 VT-EBV-N의 기술수출 수익을 내 238억원의 매출을 낼 것으로 기대했었지만 상장 전인 2020년 보령과 맺은 35억원 규모의 VT-EBV-N 국내 독점 판매 계약 외에는 기술수출 실적이 없는 상태다.
특히 회사는 올해 연말 매출액 기준 관리종목 지정 유예 기간이 종료될 예정이어서 VT-EBV-N의 임상 2상 성공이 더 뜻깊다. 당장 내년부터 VT-EBV-N를 통해 연간 30억원 이상의 매출을 냄으로써 관리종목 지정 리스크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바이젠셀 관계자는 "이번에 나온 VT-EBV-N의 임상 2상 결과로 신속심사 지정 신청과 조건부 품목허가를 추진할 계획이다"라며 "이외 VT-EBV-N와 관련된 구체적인 사업계획은 오는 12월2일 진행할 기업설명회(IR)를 통해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식품의약품안전처가 VT-EBV-N를 조건부 품목허가하면 앞선 계약에 따라 보령(003850)이 국내 판매를 맡게 된다. 이밖에 해외 제약사와 글로벌 판권계약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케어젠은 주력 파이프라인의 임상 1상 결과 연기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커지면서 11.41% 하락한 7만3700원에서 장을 마쳤다.
케어젠은 앞서 이달 말까지 습성 황반변성(wAMD) 치료제 CG-P5의 1상 임상결과보고서(CSR)를 발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이달 중순부터 지속 상승, 지난 10월30일 6만2500원이었던 주가가 지난 25일 8만3600원까지 올랐었다.
하지만 26일 당일까지 별 다른 발표가 없자 시장에서는 또 한번 CG-P5 임상 1상 결과 발표가 미뤄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CG-P5 임상 1상 예상 종료일은 당초 2024년 12월31일로 알려졌으나 이후 2025년 6월30일로, 다시 2025년 10월31일에서 이달 30일로 세 차례 연기된 바 있어 이 같은 우려에 기름을 부었다.
이에 회사측은 회사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공지사항을 내고 "CSR 수령 시점이 미국 현지시간 11월28일로 확정됨에 따라 시차를 감안하면 한국 시간으로는 11월29일에 수령할 수 있을 것"이라며 "회사는 CSR 수령 즉시 내부 검토를 마치고 오는 12월1일 지체없이 공시하겠다"고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앞선 발표 연기는 중앙 판독 절차를 추가해 수집된 데이터를 통합·재분석 하며 발생한 불가피한 연기였다"며 "이번에는 연기 없이 결과 발표가 이뤄질 것"이라고 자신했다.
중앙 판독 절차란 기존에 케어젠이 6개 임상시험 사이트에서 취합된 데이터를 통일성을 갖춘 데이터로 만들기 위해 통합하는 과정이다. 회사는 이번 1상 데이터를 토대로 FDA에 혁신치료제 지정(BTD·Breakthrough Therapy Designation)을 신청할 예정인데 이를 위해서는 중앙 판독 절차가 불가피했다는 설명이다.
케어젠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건강한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다른 임상 1상과 달리 CG-P5 임상 1상은 중증 습성 황반변성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해 안전성과 유효성을 모두 평가할 수 있게 설계됐다"며 "1상 데이터 만으로도 BTD 신청 및 승인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BTD가 되면 FDA와의 빈번한 사전 협의를 통해 개발 초기부터 전략적 가이드라인을 수립할 수 있고 심사기간도 단축할 수 있다. BTD 치료제의 33%가 최종 승인되는 등 성공률이 비교적 높게 나타난다. 회사는 이번 결과를 바탕으로 기술수출을 추진하는 한편 임상 2상도 준비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글로벌데이터는 글로벌 습성 황반변성 치료 시장 규모를 지난 2023년 기준 67억 달러(약 9조9000억원)로 추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