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10년물 국채 금리 '고공 행진'…한국 주담대 금리 치솟나

by김국배 기자
2023.08.23 16:10:18

연 4.35%까지 치솟아, 16년만에 최고치
은행 조달 비용 높여 대출 금리 상승 압박
4대 은행 주담대 고정금리 상단 6.36%, 일주일 전보다 0.06%p 올라
미 10년물 국채 금리 연 5%까지 오를 수도

[이데일리 김국배 기자]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16년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는 등 고공 행진을 하면서 국내 대출 금리도 덩달아 오를 가능성이 커졌다.

22일(현지시간)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미 뉴욕 채권시장에서 10년물 국채금리는 전 거래일 대비 0.01%포인트 내린 4.332%에 마감했다. 전날엔 글로벌 금융 위기 때인 2007년 11월 이후 16년여 만에 최고 수준인 연 4.35%까지 치솟았다가 소폭 내린 것이다.

(사진=뉴스1)


미 국채금리가 상승하는 이유는 미국이 재정 적자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국채 발행을 늘리고 있는 데다, 미국 경제가 호조를 보이면서 연방준비제도(Fed)가 장기간 긴축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예측돼서다.

문제는 세계 시장 금리의 기준이 되는 미국 국채 금리의 상승이 한국 시장 금리도 끌어올린다는 것이다. 미국 국채 금리가 장기간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 이보다 안정성이 떨어지는 한국 채권 금리는 더 높일 수밖에 없는 탓이다. 이는 은행의 조달 비용을 높이고, 대출 금리를 상승시킨다.

실제 주택담보대출 고정(혼합형) 금리의 지표인 은행채 5년물 금리는 지난 17일 4.41%까지 오르며 5개월여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지난 5월말 4%대로 올라선 뒤 꾸준히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이날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은행의 주담대 고정 금리는 3.90~6.36%로 집계됐다. 일주일 전인 지난 16일과 비교하면 상단(6.3%)이 0.06%포인트 올랐다. 주담대 변동 금리도 같은 기간 4.28~6.94%에서 4.32~6.95%로 하단은 0.04%포인트, 상단은 0.01%포인트 상승했다.

은행채 금리는 주담대 고정 금리의 기준이 될뿐더러 코픽스 산출에 반영돼 변동금리에도 영향을 준다. 지난달 주담대 변동 금리의 기준으로 삼는 지표인 코픽스(COFIX)가 석 달만에 하락했지만 하락세라고 단정짓기 힘들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심지어 미 10년 국채 금리는 향후 연 5%대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는 상황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17일(현지시간)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에는 흔했던 5% 세계에 대비해야 한다고 뱅크오브아메리카(BofA)가 경고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나증권도 최근 미 10년물 국채 금리가 최고 연 4.82%까지 도달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신용상 금융연구원 금융리스크연구센터장은 “미 국채 금리가 올라간단 얘기는 한미 간 시장금리 격차가 벌어지는 것이고, 외화 유출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뜻”이라며 “그간 국내는 경기 둔화 우려에 금리를 내릴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었는데 이젠 금리를 내리기 더 어려워진 상황”이라고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 기준에서 주담대 금리의 벤치마크가 되는 금융채 5년 금리가 4월 이후 상승세가 계속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주담대 금리 상승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또 대출 수요가 증가할 경우 은행의 조달 금리가 올라 주담대 금리가 상승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