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의 역설…학업 중단율 15년 만에 최저

by신하영 기자
2021.08.26 16:20:43

조기유학 줄자 학업중단 0.6%…전년比 0.4%p 하락
비대면 수업 확대로 학교 부적응 자퇴·퇴학도 감소
초중고 학업중단비율 2004년 이후 15년 만에 최저
학령인구 감소 전문대 직격탄…충원율 9.3%p 급락

[이데일리 신하영 기자] 고등학교 1학년 자녀를 둔 인천의 조성웅(가명·46)씨는 최근 자녀의 조기 유학을 미루기로 결정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국가 간 이동이 제한되면서 대학 진학 후 유학을 고려해보는 것으로 방향을 튼 것이다. 조 씨는 “외교관의 꿈을 가진 딸이 중학생 때부터 해외 유학을 원했지만 코로나 여파로 계획을 바꿔 조기유학이 아닌 국내 국제고로의 진학을 택했다”라고 말했다.

자료=2021 교육기본통계
전 세계를 덮친 코로나 팬데믹 여파로 학교를 그만두는 학생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 간 이동이 제한되면서 조기유학이 감소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이 26일 발표한 ‘2021 교육기본통계’ 조사결과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초중고 학생들의 학업중단율은 0.6%(3만2027명)로 전년 1%(5만2261명) 대비 0.4%포인트 하락했다.

학업중단율은 학교 부적응 등을 이유로 자퇴·퇴학한 학생 비율을 나타낸다. 학생 수로 보면 학업중단 학생은 전국적으로 2만234명 감소했다. 학년별 학업중단 학생은 △초등학생 0.4% △중학생 0.5% △고등학생 1.1%로 모든 학년에서 각각 0.3%~0.6%포인트 감소했다. 특히 학업중단율 0.6%는 2004년(0.7%) 이후 15년 만에 기록한 최저치에 해당한다. 학업중단율은 2007년 1%를 기록한 뒤 2019년까지 꾸준히 0.8~1%를 유지했다.

교육부는 코로나 팬데믹 여파로 조기유학생이 줄어든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했다. 여기에 비대면 수업이 확대되면서 학교 부적응 학생도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 관계자는 “지난해 코로나 여파로 해외로 유학을 떠나는 경우가 많이 줄었다”며 “비대면 수업이 확대되면서 학교 부적응을 이유로 자퇴·퇴학한 학생도 줄어든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저 출산 여파로 학생 수는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유치원과 초중고 학생 수는 595만7087명으로 전년(601만6명) 대비 5만2919명(0.9%) 감소했다. 유치원을 제외한 초중고 학생 수도 지난해(534만6874명) 대비 2만3799명(0.4%) 감소한 532만3075명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2011년만 해도 유치원과 초중고 학생 수가 760만 명에 달했지만 10년 만에 164만 명(21.6%)이나 감소했다.



학령인구 감소 여파는 대학 충원율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학·대학원 등 고등교육 기간에 학적을 둔 재적학생 수는 320만1561명으로 전년(327만6327명) 대비 7만4766명(2.3%) 감소했다. 특히 고등교육기관의 신입생 충원율은 84.5%로 전년(87.6%) 대비 3.1%포인트 하락했다. 신입생 충원율은 모집정원 대비 실제 입학한 학생 비율을 나타냈다.

대학 충원난은 전문대학에 직격탄을 줬다. 일반대학의 신입생 충원율은 94.9%로 그나마 4%포인트 하락에 그쳤지만 전문대학은 84.4%로 전년 대비 9.3%포인트나 급락했다.

실제로 작년 수시모집부터 2021학년도 신입생 모집에 착수한 대학들은 올해 개강 직전까지 추가모집에 나섰지만 4만586명의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전문대학의 미충원 규모가 2만4190명, 일반대학은 1만6396명으로 미충원 인원의 약 60%가 전문대학에 쏠렸다.

지역별로는 수도권보다 비수도권의 신입생 충원율이 저조했다. 일반대학 비수도권 충원율은 92.4%로 수도권(99.1%) 대비 6.7%포인트 낮았다. 전문대학도 비수도권 충원율(82.8%)이 수도권(86.6%)에 비해 3.8%포인트 낮았다.

우리나라는 사립대학 비중이 80%에 달하고 있어 신입생 충원난은 곧바로 대학 재정난으로 이어진다. 교육부는 내년부터 매년 한계·위험 대학을 지정, 강력한 구조조정을 요구한 뒤 이에 따르지 않으면 폐교시킬 예정이다. 내년부터 상반기에는 소위 ‘부실대학’인 재정지원제한대학을 선정한 뒤 하반기에는 재정진단을 실시, 재정악화가 심한 대학을 가려내겠다는 것. 교육부 관계자는 “교육여건·성과 지표로 재정지원제한대학을 지정한 뒤 하반기 대학 재정진단을 실시, 한계·위험 대학을 가려낼 것”이라며 “이들 대학에는 정원감축 등 구조조정을 요구하고 불응 시 강제 폐교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