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질환자 원격의료, 강원서 물꼬…전국 확대는 언제쯤?

by이지현 기자
2019.07.24 12:00:00

규제자유특구위원회서 강원 디지털 헬스케어 특구 지정
외진곳 사는 당뇨·혈압 재진환자 상대로 원격 진단·처방
혹시 의료 영리화 의도?…일부 시민단체 의심의 눈초리
정부 "시범실시후 강원 내 확대 가능…전국은 시기상조"

복지부 시범사업과 규제자유특구 비교 현황


[이데일리 이지현 기자] 강원 철원에 사는 오숙희(72)씨는 아파도 어지간하면 참는 게 일이 됐다. 무릎관절이 다 닳아 병원은 고사하고 수십킬로미터 떨어진 보건지소를 찾는 것도 녹록지 않아서다. 그러나 최근 설치한 스마트 워치 덕에 상황은 바뀌었다. 이젠 심장이 쥐어짜듯 아프면 병원에서 먼저 알고 오씨에게 연락해왔고 긴급 처치를 받을 수 있다. 앞으로는 오씨처럼 강원도에 사는 노인 등 이동이 쉽지 않은 환자들도 집에서 병원 진료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병원을 찾아가지 않아도 되는 원격 진료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24일 규제자유특구위원회는 현행법상 불법인 원격의료를 시범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강원을 디지털 헬스케어 특구로 지정했다. 특구로 지정되면 일부 기업이 아닌 지역 전체를 대상으로 규제를 유예·면제해 준다.

정부는 △당뇨·혈압 만성질환 원격진료 △의약품 안심서비스 △정보의 민간기업 활용 △IoMT(의료사물인터넷)기반 원격의료서비스 △포터블 엑스레이(portable X-ray) 사용 △마라톤 등 행사참가자 대상 원격의료 등 6건에 대한 규제를 강원에서 풀기로 했다. 이에 따라 의료인 간 협진 시에만 가능했던 원격의료가 모니터링과 상담·교육 시에는 의사-환자 간에도 가능해진다. 다만 진단과 처방이 필요할 때는 방문간호사가 입회해야 한다.



특구는 원주와 춘천, 화천, 철원 4개 지역 중심으로 지정된다. 의료기관 접근이 어려운 이 지역 격오지 환자가 집에서 의사 상담·교육을 받을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의사는 환자를 지속 관찰·관리하게 돼 의료 사각지대가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특구법상 실증특례·임시허가는 2년이다. 평가 등을 통해 1~2년 정도 1회 연장 가능하다. 최대 4년까지다.

이후 전국 확대 가능성은 미지수다. 관련법 개정이 필요하지만 시민사회단체 반대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원격진료의 안정성과 효용성이다. 그동안 의료단체연합 등에서는 의료 전문성이 없는 환자가 직접 원격진료기계를 작동하고 원격진료기계에 나타난 몇 가지 수치만으로 의사 처방전까지 받게 될 경우 오진 가능성과 의료사고 위험성이 커진다고 지적해왔다. 현정희 의료연대본부장은 “대면진료가 더 안전함에서 원격진료를 강행하려는 것은 다른 의도가 있어 보인다”며 “인터넷과 연계해 헬스테크놀로지의 한 방편으로 원격의료를 통해 의료영리화를 꾀하려는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이같은 비판을 피하기 위해 정부는 우선 원격의료 대상을 강원 격오지의 만성질환자 가운데 재(再)진료가 필요한 사람으로 한정했다. 원격 진단·처방은 간호사 입회 하에 행하도록 했다. 대형병원으로 쏠리지 않도록 1차 의료기관에서 원격진료가 가능하도록 제한도 뒀다. 한 정부 관계자는 “여러 지적사항을 수렴해 앞으로 2년간 강원 일부 지역에서 만성질환자를 대상으로 시범 실시하는 것”이라며 “성과가 좋다면 강원 다른 지역으로 확대할 수 있겠지만 전국적으로 확대하는 것은 아직 시기상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