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 차단 논란’에..인터넷 규제 공론화 협의체, 13일 발족

by김현아 기자
2019.06.07 17:13:29

방통위원장 사과, 대통령 지지율하락까지 번진 사태
입법조사처 주최 토론회서 전문가들 "감청은 아니다"
하지만 정보차단시 투명성 높이고 법제도 보완 필요성 지적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지난 2월, 방송통신위원장 사과와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 하락까지 확대된 ‘https차단 논란’ 이후 정부는 인터넷 내용 규제 전반에 사회적 합의를 이끌기 위해 ‘인터넷 규제 공론화 협의체’를 만들기로 했다.

공론화 협의체는 이달 13일 첫 회의를 시작으로 인터넷 내용 규제의 방향이나 규제 적정성에 대해 논의한 뒤 연내에 결론을 낸다는 방침이다.

7일 국회입법조사처가 주최한 ‘인터넷 접속 차단 정책 현황 및 과제’ 토론회에 참석한 전혜선 인터넷윤리팀장은 이같이 밝히면서 “디지털성범죄, 불법촬영물 등의 피해가 커서 문체부·여가부 등과 협의하면서 불법 행위에 대한 법 집행 효율성을 높이는 데에만 집중했다”며 “저희가 생각하지 못한 부분들이 많이 있어 공론화 협의체를 통해 인터넷상의 규제 전반에 대해 더 많이 듣고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https 차단 논란이 감청 논란으로 번졌지만,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감청으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다만, △이런 논쟁이 시작된 데에는 새로운 인터넷 접속 차단 방식에 대한 정부의 설명 부족이 있었고, 이를 해결하려면 △온라인 불법정보 차단에 대한 투명성 강화와 법·제도적인 보완이 필요하다는데 인식을 같이 했다.

정부가 https로 암호화된 사이트 중 현행법상 불법정보에 한해 도입한 ‘SNI(Server Name Indication) 필드 접속차단 방식’을 내용을 들여다보는 감청으로 보기는 어렵다는게 전문가 평가였다.

허준범 고려대 컴퓨터학과 교수는 “(SNI 필드 접속차단 방식은)https로 암호화하려 할 때 환경 설정 과정에서 순간적으로 TLS Handshake가 노출돼 이 때 드러나는 서버 이름을 보고 서버 위치를 확인해 차단하는 것”이라며 “통신 내용을 들여다보는 패킷 감청과는 다르다”고 말했다.

패킷 감청이라면 편지 겉봉을 뜯어 편지 내용을 들여다 봐야 하지만, 이 기술은 우편배달부가 편지를 배달해주기 위해 편지 겉봉의 주소지로 보내는데 있어 편지 겉봉의 주소를 숨기려는 시도(https)를 막아 원래 편지를 보내려는 주소지를 알아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도 서비스제공자(KT,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는 편지 겉봉의 주소를 알고 있었고 이를 통해 연결하고 서비스의 안정성을 추구해온 만큼, 법상 불법정보에 대해 수신을 차단하기 위해 고도화된 방법으로 숨긴 겉봉 주소지(https 방식)가 어디로 보내지는지 알아 불법을 차단하는 방식이라는 의미다.



허 교수는 “기술적으로 크게 바뀐게 없다”면서 “이 논란은 기술 문제라기 보다는 법과 정책의 문제”라고 했다.

▲SNI 차단 흐름도


▲정부의 불법 음란물 https차단에 항의하는 시민
하지만 중국 등 일부 국가를 제외하고는 https 차단을 하는 나라는 거의 없다. 또, 온라인상 유통이 금지되는 불법정보 역시 법 규정이 애매하거나 이를 차단·삭제하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규정이 모호하다는 평가가 여전하다.

최경진 고려대 법학과 교수는 “표현의 자유만큼 중요한 게 리벤지 포르노 영상으로 인해 피해자가 받는 고통이어서 현행법상 불법정보에 대한 차단 정책은 불가피한게 아닌가 한다”면서도 “하지만 인터넷 접속 차단에 있어 절차적 투명성을 강화하고 차단 조치의 행정권 남용을 막기 위한 조치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병일 진보네트워크센터 활동가는 “특정 개인에게 피해를 주는 성폭력물은 즉시 차단이 필요하나 국가보안법 위반 논란이 있는 게시물 등은 법원의 최종 판단 이후에 삭제나 차단하는게 맞다”며, 공적이거나 사회규범과 관련된 게시물을 마구잡이로 삭제하는데 반대했다.

그는 “정보통신망법 등에는 불법정보의 범위가 정해져있지만, 방통위 설치법에 따르면 ‘심의가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정보’ 등 애매모호하고 폭넓게 방심위에 심의권을 주고 있어 문제”라고 지적했다.

신용우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도 “유선전화 시대에 맞게 정의된 감청의 정의에 대한 정비나 방통위 설치법이 모호해지지 않게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최진응 입법조사관은 “호주에도 우리나라 방심위와 비슷한 국가기구가 있지만 접속 차단을 자제하고 있다”면서 “불법정보를 규정한 정통망법 44조의7의 개정 문제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