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F2017]구글, 페이스북에만 유리한 규제, 이젠 바꾸자

by김유성 기자
2017.11.21 14:27:12

해외 플랫폼 기업 막강한 영향력 바탕으로 국내 기업 위 '갑' 군림
인터넷·통신 기업 "역차별적 규제" 개선 위한 제도적 노력 필요
규제의 글로벌화 VS 인터넷의 규제시스템 편입
과기정통부는 '신중', 방통위는 '다소 적극적'

[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디지털 경제 시대 전세계 동영상 시장을 장악한 유튜브를 어디까지 규제할 수 있을까. 매년 수 조원의 매출을 우리나라에서 올리면서 세금과 고용은 기대에 못 미친다는 구글을 어떻게 봐야할까. 이들과 경쟁하는 우리 인터넷 기업과 스타트업이 느끼는 역차별 문제는 해결 방법이 과연 없을까.

최근 불거진 국내 기업 역차별 문제, 디지털 경제 시대에 맞는 규제 체계 정비를 논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21일 이데일리는 전국경제인연합회 그랜드볼룸에서 제4회 IT컨버전스포럼을 열었다.

포럼내 행사로 ‘디지털 식민지? 외국계 인터넷 플랫폼 업체와 기울어진 운동장 규제,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주제로 좌담회가 마련됐다. 허욱 방송통신위원회 부위원장을 좌장으로 업계, 정부, 학계 패널들이 참석했다.

업계를 대표해서는 최성진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사무총장, 김형곤 통신사업자연합회 사업협력 실장, 학계와 법조계를 대표해서는 신민수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 강신욱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가 나왔다. 정부 측에선 양청삼 과학기술정통부 인터넷제도혁신 과장이, 김종영 방통위 이용자정책총괄 과장이 참석했다.

[이데일리 신태현 기자] 21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 플라자에서 열린 ‘제4회 이데일리 IT 컨버전스포럼(ECF2017)’에서 ‘디지털 식민지? 외국계 인터넷 플랫폼 업체와 기울어진 운동장 규제,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좌담회가 진행되고 있다.
종합경제 미디어 이데일리가 주최한 ECF2017의 주제는 ‘4차 산업혁명, 대한민국의 갈 길은(부제: 기업가정신과 AI생태계 구축 전략)’으로 이날 포럼에선 미래 세대의 좋은 일자리를 만들기 위한 기업인의 역할과 국내 기업의 혁신 성장을 가로막는 해외 기업과의 역차별 규제 해소 대책, 글로벌 IT공룡들과 당당히 겨루는 주요 기업들의 사업 전략이 발표됐다.
토론회의 시작은 실제 국내 기업들이 느끼는 역차별 문제에 대한 토로로 시작했다. 인터넷 업계를 대표해 나온 최성진 사무총장은 “우리가 말하는 기울어진 운동장은, 기본적으로 국내 스타트업과 인터넷 기업이 비즈니스 하기 불리한 환경이란 것”이라며 “이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여기서 언급된 불합리한 환경은 국내 기업에만 차별적으로 적용되는 규제를 뜻한다. 최 사무총장은 “글로벌 기업들이 막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 상황에서 서버가 국내에 없다는 이유로 (이들 기업들은) 국내법에 적용을 받지 않는다”며 “검색, 메신저를 제외한 동영상, 소셜미디어는 이미 구글·페이스북에 장악됐고, 이런 점은 불필요한 규제로 벌어졌다고 본다”고 단언했다.

국내 기업에 대한 역차별적인 규제의 예로 청소년 유해 콘텐츠 관리를 들 수 있다. 국내법에 직접적인 적용을 받는 국내 플랫폼 기업은 19세 이상 성인 인증부터 수많은 동의를 사용자들로부터 받아야 한다. 해외 기업들은 19세 이상이라는 포괄적 동의만 얻으면 바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이 부분에서 국내외 서비스 간 경쟁력 차이가 발생한다.

최성진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사무총장 (신태현 기자)
통신사를 대표해 나온 김형곤 통신사업자연합회 사업협력 실장은 글로벌 기업이 상대적으로 누리는 편의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페이스북등)협상력이 막강한 글로벌 기업들이 부담해야할 부분(통신망 이용료)을 국내 인터넷 기업과 이용자가 부담하는 형태가 됐다”며 “이 부분이 통신사업자들의 애로사항”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우리가 우려하는 부분은 5G 망 투자 등에 상당한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며 “제도 보완을 하고 규제 정비를 해야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글로벌 사업자들도 국내 사업자와 동일 선상에서 망 비용을 낼 수 있도록 정부가 개입해야한다는 점을 간접 시사한 것이다.

신민수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역차별 문제의 가장 좋은 해법은 네이버 같은 기업이 여럿 있어 구글을 이기고, 통신사업자들도 경쟁력이 좋아진다는 데 있을 것”이라며 “사실 그게 어렵다는 게 가장 큰 난제”라고 진단했다.

강신욱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최근 텀블러 사태에서 보듯 (해외 기업이) 아예 준수를 안하면 국내법은 적용이 안된다”며 “외국 사업자가 (국내법)을 준수하는가 그렇지 않은가가 아니라 국내 법 규정이 해외보다 더 강하냐, 혹은 완화해야 하는 게 문제인 것 같다”고 했다. 제조업과 달리 인터넷 사업은 국경이 없고 글로벌한 기준이 통용돼야한다는 전제가 담겨 있다.

강 변호사는 “법 자체가 특정 사업자에 대한 규제 강화로 간다면, 오히려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그 강한 법을 견디기 힘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따라서 그는 “전반적으로는 규제 완화 쪽으로 가야 하며 (글로벌 기업 규제에 따른) FTA 위반 문제도 같은 맥락에서 봐야 한다”고 했다.

강신욱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신태현 기자)
과기정통부, 방통위 관계자들은 정부가 ‘노력중’이라고 전했다. 다만, 직접적인 해외 기업 규제를 위해서는 실제 적용 가능한 집행력, 이를 위한 법과 제도의 개정 작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양청삼 과기정통부 인터넷제도혁신 과장은 “현 정부의 기본적인 입장은 네거티브 규제 원칙으로 바꾸자는 것”이라며 “구체적인 규제에 대해서는 하나하나 찾아 혁파하려고 노력중”이라고 말했다.

다만. 정부가 개입해 직접 규제하기 힘든 한계점도 전했다. 그는 “(신산업규제와 달리)인터넷은 태생이 자율 규제, 제한적 책임 등에 의해 발전해왔다”며 “사전적인 규제가 쉽지 않은 영역”이라고 말했다.



김종영 방통위 이용자정책총괄 과장도 “만족스럽지 못하겠지만 정부 부처가 열심히 하고 있다는 점을 알아줬으면 한다”고 운을 뗐다. 김 과장은 “전통적으로 인터넷서비스제공자(ISP, 통신사)가 갑, 콘텐츠제공자(CP, 인터넷사업자)가 을이었다”며 “어느샌가 슈퍼 을이 나오면서 규제 역차별 문제가 발생하는 것 같다”고 했다.

김 과장은 “자본금 1억원 미만인 부가통신사는 신고의무조차 없다. 일부 외국계 부가통신사업자들은 어떤 상황인지 현황조차 파악 못하고 있다”며 “이들 사업자들이 반드시 신고를 하게끔 하고, 국내 매출액이 일정액 이상인 경우 국내외 기업에 동일한 기준이 다 적용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해외 사업자들이 법을 어겼을 때 집행을 강제할 수 있는 강제력이 있어야 한다며 실제적인 규범체계와 집행력, 이를 위한 절차적 보완이 있지 않는다면 (역차별 문제는) 해결이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좌장인 허욱 방통위 부위원장은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단어를 쓰고 있지만, 이게 울퉁불퉁하다면 혹은 3차원이라면, 또 혹은 아시아 등 전 세계로 시장을 확대한다면 어떤 정책적 대안이 필요할까”라고 질문했다.

허욱 방송통신위원회 부위원장 (신태현 기자)
김형곤 실장은 “20~30년전 통신이 주를 이룰 때 부가서비스를 하기 위해 나온 사업자가 부가통신사업자였다”며 “시대가 바뀌면서 이들(부가통신사업자)이 초갑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에 맞춰 규제가 바뀌어야 한다”며 “해외에 맞춰 완화할 부분은 완화해야겠지만, 시장 지배력을 가진 사업자에 대해서는 규제를 할 필요가 있지 않은가”라고 반문했다. 큰 틀에서 인터넷·콘텐츠 사업자도 영향력이 커진 만큼, 통신사업자들과 마찬가지로 일정한 규제를 부여해야한다는 뜻이다.

반면, 최성진 사무총장은 “부가통신사업자를 기간통신사업자처럼 규제 수준을 높여야 한다는 접근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반대”라며 “일종의 갈라파고스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국내 기업들이 실험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모든 규제에 네거티브 조항을 붙여야 한다”며 “국회에서 노력하는 등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 해결해 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강신욱 세종 변호사는 “이 논의는 그간 통신기업이나 방송기업이 맡아 왔던 인터넷 생태계에 대한 공적 책임을 인터넷 기업들도 사회적 책임이라는 관점에서 어떻게 나눠야 할 까의 문제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신민수 교수는 “과세가 조세법으로 쉽지 않다면 방송통신발전기금 같은 특별부가금을 생각해볼 수 있다. 프랑스도 이런 시도가 있다”며 “이것도 어렵다면 역무구분을 부과할 수 있다. 현재 기간통신사업을 등록제로 묶으면서 별정1,2호를 묶으려는 시도가 있는데, 영향력이 큰 부가통신(인터넷)을 별정 3,4호와 묶으면 충분히 역무를 부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자율 규제를 전제로 하되, 이를 지키지 않을 때는 강력한 규제가 있을 것이라는 신호를 정부가 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청삼 과기정통부 과장은 “신기술과 관련된 기존 규제를 풀어갈 적극적 의사가 있지만 현실적으로 부딪히는 부분이 많아 끈질기게 풀어가는 게 중요하다”면서도 “이에 반해 인터넷과 관련된 규율 시스템을 창설하는 부분은 상당히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통신방송분야의 전통적 규제를 인터넷 기업의 확장하는 것은 사후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해외에서의 흐름과 다소 다르다”면서 “다만, 인터넷 기업에 대한 투명성과 공정성 강화, 신뢰확보를 위한 정책적 대안들을 고민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김종영 방통위 과장은 “근본적으로 과거 전기통신사업법 규제체계는 기간통신사업 중심이었지만 지금은 부가통신사업자들이 커지면서 영역이 해외로 확대돼 거기서부터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라며 “하지만 이용자 보호 측면을 보면 별로 규정이 안 돼 있고, 실제로 규제의 집행력을 갖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어찌보면 규제시스템의 시각 자체를 통째로 바꿔야 하는 시점”이라면서 “부가통신신고의무 등에 대해 입법적 보완이 필요하고, 자율규제와 함께 이뤄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쉽게 해결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허욱 방통위 부위원장은 “새로운 제도 설계 개념으로 접근하는게 필요하다”면서 “외국계 플랫폼들도 세금이나 고용, 망사용료를 통해 국내 경제에 기여할 필요가 있다. 금지행위 위반시 행정규제 위반시 실효성 있는 수단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