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택 중기중앙회장,현대차 '저격수' 된 사연

by박철근 기자
2016.10.04 14:18:11

"현대차 인상된 임금은 협력업체,국민이 부담"
"현대차 파업, 대ㆍ중기 임금격차 심화의 핵심"
현대차 임금 인상 대기업 전반으로 확대
이익 보전 위해 국민·협력업체에 부담 전가
"대기업 노동유연성 확보돼야 임금격차 완화 등 노동 문제 해결 가능"

[이데일리 박철근 기자] “현대자동차(005380) 노동조합의 파업은 단순히 임금 문제만이 아닙니다. 대·중소기업간 임금격차를 더욱 확대시킬 뿐 아니라 노조원들의 이익 보전을 위해 결국 임금 인상분은 국민과 대부분 중소기업인 협력업체가 부담하게 됩니다.”

박성택(60·사진) 중소기업중앙회장은 지난 1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같이 말하고 “현대차가 임금인상에 합의할경우 다른 대기업들도 임금인상 대열에 동참하게 된다”며 “불매운동 검토까지 언급한 이유는 현대차가 대기업 임금상승을 촉발하는 주범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중기중앙회를 비롯한 벤처기업협회, 한국여성경제인협회 등 중소기업단체들은 이와 관련해 지난달 28일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현대차 파업을 규탄하면서 현대차 불매운동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대·중기 임금격차 더 벌어져…미스매칭 및 청년실업 문제 심화

중기중앙회가 개별 기업의 경영 사안에 대해 입장표명을 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박 회장은 “현대차 파업은 단순히 현대차의 문제만이 아니다”며 “대·중기간 임금격차 심화, 청년실업 등 국가경제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이번에 중기단체들이 강경한 목소리를 내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 노조 파업이 임금인상으로 귀결될 경우 대·중기간 임금격차가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그는 우려했다. 박 회장은 “현대차가 임금을 인상하면 다른 대기업들도 따라서 임금을 인상하는 경우가 많다”며 “중소기업은 현실적으로 대기업의 임금인상률을 쫓아가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이어 “결국 대·중기간 임금격차는 더 벌어지고 청년들의 중소기업 취업 기피 현상 및 청년실업 문제를 가속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지난 2003년 65.8% 수준이던 중소기업 근로자의 대기업 근로자 임금비율은 꾸준히 확대되면서 올해 5월 현재 61.6까지 벌어졌다. 이는 대기업 임금이 100원이라면 중소기업 임금수준은 2003년 65.8원에서 올해 5월에는 61.6원으로 격차가 더 벌어졌다는 의미다.

대기업 기준을 100으로 했을 때 중소기업의 임금 수준. 숫자가 낮을수록 임금격차가 크다는 의미다. (자료= 중소기업청)
◇현대차 임금인상분 국민·협력업체에 부담 전가

현대차 파업에 박 회장이 관심을 두는 또 다른 이유는 파업에 따른 손실보전부담이 결국 국민과 협력업체에 전가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박 회장은 “사측이 노조의 임금인상 요구안을 수용하게 되면 사측은 일정 이익을 내기 위해 차량 가격을 인상하거나 협력업체의 납품단가 인하를 요구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중기중앙회에 따르면 1987년 현대차 노조가 설립된 후 28차례 파업으로 현대차의 생산피해는 129만여대·15조3000억원에 육박한다. 기존 노조원의 기득권을 유지하다보니 생산직 일자리 창출이 어려워졌다는 논리다. 중기중앙회는 “최근 8년간 현대차의 고졸 및 초대졸 기술직 모집은 100여명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이런 현상이 반복된 데에는 현대·기아차의 내수시장 점유율이 최고 77%까지 기록했기 때문이다. 그는 “파업 때마다 노조의 의견을 수용하면서도 한 해 수조원의 이익을 낼 수 있었던 것은 막강한 시장점유율을 바탕으로 국민과 협력업체의 주머니를 털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 노사는 파업과 협상 타결을 반복하면서도 이익을 보전하지만 협력업체들은 파업에 따른 손실보전이 어려운 상황이다. 한국자동차산업 협동조합에 따르면 현대차 파업시 1차 부품 협력사들의 손실액은 1일 9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사진= 중소기업중앙회)
◇“대기업 노동유연성 확보 절실”

박 회장은 대·중기 임금격차 심화·청년 일자리 미스매칭 현상 등 최근 국내 노동시장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대기업의 노동유연성 확보가 절실하다고 꼬집었다. 그는 “과거 대기업의 성장에 따른 중소기업의 낙수효과가 있었던 것처럼 노동시장도 대기업의 행동에 따라 낙수효과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대기업의 노동유연성이 높아지면 중소기업의 수익성이 개선돼 이를 근로자 임금 인상이나 인재 영입 등에 활용할 수 있다는 논리다. 박 회장은 “지난 6월 리더스포럼에서 대기업의 임금을 5년간 동결시키자고 주장했던 것도 중소기업의 임금수준을 높여 양측의 격차를 줄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자는 의미”라며 “현대차 임금 문제가 대기업 전반으로 확산되면 대·중기간 상생도 힘들고 사회양극화는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현대차 불매운동에 대해서는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박 회장은 “현대차 불매운동을 검토하겠다는 것은 일종의 선언적 의미”라면서도 “하지만 협력업체들에게 납품단가 인하 요구 등의 피해사례가 발생할 경우 범국민적 불매운동도 불사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