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정부 기업된 HMM 내부선 ‘환영’…중장기 과제 ‘첩첩산중’

by김경은 기자
2024.02.07 14:02:47

[HMM 매각 무산]
선원·육상 노조 “해운산업 명운 바꿔” 환영
해운동맹 재편·친환경 전환 ‘굵직한 과제’
“정부 기업 장점 살리고, 한계는 극복해야”

[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HMM 매각이 인수자와 매각 측 간 경영권에 대한 이견으로 결국 무산되면서 당분간 재매각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국적선사를 품에 안을 원매자를 향한 매각 측의 높은 눈높이를 확인시킨데다 해운업계를 둘러싼 불확실성도 크다. 당장 HMM 내부에선 매각 무산을 환영하고 나섰지만 국제적 탄소규제 강화와 해운동맹 재편 등 굵직한 과제를 앞두고 정부 소유 기업이란 한계를 극복하고 장점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HMM 현대타코마호/사진=연합
7일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는 “하림그룹의 팬오션·JKL 컨소시엄과 7주 동안 성실히 협상했지만 일부 사항에 대한 이견으로 최종 결렬됐다”고 밝혔다. HMM의 선원·육상 노동조합의 반발이 워낙 거셌던 데다 ‘인수 이후 통합(PMI)’에 대한 우려가 컸던 만큼 HMM 내부에서는 이번 매각 무산을 적극 환영하는 분위기다. HMM 해원연합노조(선원 노조)와 전국사무금융노조 HMM지부(육상 노조)는 이날 공동으로 입장문을 내고 “해운산업계의 절실한 목소리가 반영된 오늘의 결정은 대한민국 해운산업의 명운을 바꾼 것”이라고 반겼다.

내년 초 해운동맹 재편을 앞두고 협상력 측면에선 긍정적 기대도 나온다. 경영능력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는 하림에 비해 정부가 보증하는 기업이라는 지위가 유리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해운동맹 재편은 현재 HMM이 당면한 최대 현안이다. 세계 2위 선사인 머스크(덴마크)와 5위 하팍로이드(독일)가 내년 2월부터 ‘제미니 협력’이라는 새로운 해운동맹을 창설하기로 하면서 HMM은 현재 다방면으로 대응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디 얼라이언스 가입 당시에도 파산 직전에 몰렸던 HMM 경영에 대한 우려를 정부가 담보해줄 것이란 점이 긍정적으로 영향을 미쳤단 분석이다.



중장기적으로는 해운업에 대해 강화된 글로벌 탄소규제 대응 과제가 놓여 있다. 현재 해운업계를 둘러싼 지각변동이 예사롭지 않다. 머스크와 CMA CGM(프랑스) 등은 메탄올 추진선과 액화천연가스(LNG) 추진선으로 공격적으로 선박을 전환하는 것과 더불어 친환경 연료 공급망 확보를 위한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으며 전 세계 친환경 연료 공급을 위한 항만 인프라 구축에 나서고 있다. 최근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한 한화그룹도 ‘친환경 해운사’ 설립 검토를 공식화했다. HMM은 코로나19 기간 확보한 10조원대 유보 이익을 통해 새로운 규제환경 적응을 위한 투자를 확대해 나간단 계획이다.

그러나 조단위 친환경 전환에 대한 공격적 투자 결정이 이뤄져야 하는 시기에 정부 소유 기업이란 점은 우려 요인으로 거론된다. 김인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해상법) 교수는 “해운시장이 매우 불안정한 상태로 정부가 재매각 시기 등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며 “얼라이언스가 HMM에 불리하게 재편 중이고 선박이 수요보다 공급이 많아 수입이 줄어드는 구조에서 시장이 우려하는 불확실성을 빨리 해소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HMM 관계자는 “매각과 무관하게 중장기 전략에 맞춰 투자와 운영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