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진우 기자
2014.02.19 18:06:28
[이데일리 김진우 기자] 일본 아베 내각의 역사왜곡이 ‘점입가경’이다. 올해 상반기 평화헌법 해석 변경을 통해 ‘집단적 자위권’을 공식화하려는 시계추에 맞춰 우경화 행보가 차근차근 진행되는 양상이다.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일본 정부의 독도 영유권 주장, 역사교과서 왜곡 등이 일련의 흐름으로 볼 수 있다.
우리 정부는 일본의 역사왜곡에 항상 피동적인 입장이다.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사람이 죽은 뒤에 약을 짓는다)’처럼 일본이 역사도발을 하면 그때서야 외교부 대변인 혹은 정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반박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일례로 정부는 지난달 28일 일본이 중·고교 교과서 제작 지침에 독도가 자국 고유영토라는 주장을 명시한 것과 관련해 철회를 요구하면서 “일본 정부가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이에 상응하는 조치를 단호히 취해 나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당시 외교가에서는 정부가 주일대사를 통해 일본 외무성을 항의방문하는 것과 외교적 항의 표현으로 주일대사를 일시 귀국조치하는 것 등이 거론됐지만, 현재까지 어떤 조치도 이뤄진 게 없다.
우리 정부가 우유부단한 모습을 보이는 사이 일본은 실리를 차근차근 챙기고 있다. 아베 내각이 주창하는 ‘강한 일본’이 최근 젊은 세대까지 호응을 얻으며 정권지지율이 50%를 상회하고 있고, 집단자위권 역시 예정대로 추진되고 있다. 일본은 ‘한·일 정상회담을 원한다’는 메시지를 꾸준히 던지며, 한·일 양국간 관계가 파탄에 이르는 상황의 책임을 한국에 전가하고 있다. 정부는 일본이 과거사 문제와 관련해 전향적인 입장을 표명할 것만 촉구할 뿐 딱히 대책을 내놓지 못하는 상황이다.
정부가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예가 있다. 중국 외교부는 아베 내각이 ‘난징 대학살’을 부정하는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19일부터 1박2일간 외신기자들을 대상으로 ‘학살현장’을 둘러보는 기획취재 행사를 마련했다고 한다. 외교전의 최일선이라고 할 수 있는 외신기자들에게 두 눈으로 역사의 현장을 보여줌으로써 우호적인 분위기를 조성하고 일본을 압박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달 19일 중국 하얼빈 역에 개관한 ‘안중근 기념관’ 역시 중국 정부의 주도로 이뤄졌다. 정부는 ‘말’만 앞세울 게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