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도 살인 혐의 부인 "김건희·한동훈·재벌집 막내아들 때문"

by홍수현 기자
2024.09.30 16:36:42

30일 서울서부지법서 첫 공판 열려
"김건희판 재벌집 막내아들 사건 있었다" 궤변 늘어놔

[이데일리 홍수현 기자] 서울 은평구의 한 아파트에서 친분이 없는 이웃에게 일본도를 휘둘러 살해한 백모(37)씨가 첫 공판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하며 ‘(인명피해) 상황이 발생했다는 건 알지만, 불법 사찰과 자신에 대한 살해 시도가 먼저 인정돼야 한다’는 취지의 황당한 주장을 폈다.

서울 은평구 소재 아파트 단지에서 같은 아파트 주민에게 일본도를 휘둘러 살해한 30대 남성 백 모씨가 1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스1)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2부(재판장 권성수)는 30일 살인 및 총포화약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백씨에 대한 첫 공판을 진행했다.

백씨는 지난달 29일 오후 11시 30분쯤 은평구 아파트 정문 앞에서 전체 길이 약 102cm 일본도를 휘둘러 같은 아파트 주민 김모(43)씨를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에 따르면 백씨는 다니던 회사에서 약 3년 전 퇴사한 뒤 정치·경제 기사를 접하다 지난해 10월께부터 ‘중국 스파이가 대한민국에 전쟁을 일으키려고 한다’는 망상에 빠졌고, 같은 아파트 단지에서 자주 마주치던 피해자가 자신을 미행하고 감시하는 중국 스파이라고 생각해 범행했다.

이날 재판에서 백씨 측 변호인은 무죄를 주장했다. 변호인은 살인 혐의에 대해 “정당방위에 해당한다”며 일본도를 범행에 사용한 데 대해서도 “도검의 사용에 있어 정당한 사유가 있었다”고 말했다.

백씨도 검찰의 공소사실을 모두 부인했다. 그는 “전례 없는 기본권 말살 때문에 이 사건이 일어났다”며 “김건희판 재벌집 막내아들로 인해 모든 사건이 일어났다고 생각한다. 이로 인해 김건희(영부인)와 한동훈(국민의힘 대표), 윤석열(대통령), CJ가 3년 동안 저를 죽이려 했다”고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말을 했다.



백씨는 재판장이 재차 범행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는지를 묻자 같은 주장을 반복하며 “이것이 인정돼야 제 가격 행위가 인정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피고인이 주장하는 전제 사건에 대해선 재판부가 관여하거나 판단하지 않는다”며 “이번 재판은 피고인이 사람을 살해했는지에 대한 책임 유무를 따지는 것이기 때문에 그에 대한 입장을 정확히 밝히면 된다”고 백씨를 꾸짖었다.

재판부의 만류에도 백씨가 이해할 수 없는 말을 이어가자 방청석의 유족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피해자 아버지는 “아들이 너무 억울하게 떠나 나머지 식구들은 어떻게 살아야 할지 하늘이 원통할 뿐”이라며 “재판부가 이 한을 꼭 풀어달라”고 호소했다.

백씨 측 변호인은 “(백씨의) 망상장애가 의심돼 정신감정을 시행하고 싶으나, 피고인이 이를 거부하고 있어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라 난처해했다.

앞서 검찰은 백씨의 범행을 망상에 의한 이상동기 범죄로 분류하면서도, 철저하게 계획된 점으로 미뤄볼 때 심신미약으로 볼 수 없다는 수사 결과를 내놨다. 연습용 목검을 추가 구매해 흉기 쓰는 법을 연마하거나, 장검을 소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숨기기 위해 골프백에 넣고 다닌 행적 등을 근거로 들었다. 또 백씨는 올해 1월 살상 용도로 일본도를 구입하면서도 소지 허가를 받기 위해 ‘장식용’으로 허위 신청(총포화약법 위반)하기도 했다.

한편 백씨는 지속해서 국민참여재판을 요구하고 있으나, 재판부는 백씨가 모든 공소 사실을 부인하고 있어 국민참여재판이 현실적으로 열리기 어렵다는 뜻도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사건의 조사 내용에 관해 일절 입장을 밝히고 있지 않으므로 주요 증거에 대한 것들을 재판에서 하나씩 확인해야 한다”며 “국민참여재판은 적절치 않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