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면 셀코리아”…금융위 회계개편안에 증권가 우려

by최훈길 기자
2023.06.13 18:56:35

금융위, 2조 미만 상장사 내부회계관리제도 5년 유예
학계·증권·회계업계, 코리아 디스카운트 가속화 우려
횡령·배임 방지하려면 회계 투명성 강화 필요성 제기
금융위 “지금은 기업 숨고르기 필요, 향후 대책 모색”

[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금융위원회가 회계 규제를 완화한 것을 두고 증권가, 학계, 회계업계에서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했다. 한국 증시 저평가(코리아 디스카운트)를 극복하고, 기업 횡령·배임을 방지하려면 회계 규제를 강화하는 게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한국공인회계사회와 자본시장연구원은 13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내부회계관리제도 실효성 제고방안 세미나’를 열고 이같은 논의를 했다. 김영식 공인회계사회 회장은 “지난해 우리 자본시장은 여러 기업에서 잇따라 발생한 횡령 사건으로 큰 홍역을 치렀다”면서 내부회계관리제도의 실효성 강화 필요성을 제기했다.

한국공인회계사회, 자본시장연구원이 13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내부회계관리제도 실효성 제고방안 세미나’를 개최했다. (사진=최훈길 기자)


앞서 금융위는 지난 11일 △내부회계관리제도 외부감사 부담 완화 △상장회사 감사인 지정비율 적정화 △표준감사시간 적용 유연화 등을 담은 주요 회계제도 보완방안을 발표했다. 특히 금융위는 자산 2조원 미만 중소형 상장사는 연결기준 내부회계관리제도 외부감사 도입 시기를 5년 유예(2024년→2029년)하기로 했다. 경기 부진 상황에서 기업의 회계 부담을 완화하는 취지에서다.

이를 두고 학계, 증권·회계업계에서는 유예보다는 제도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상호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내부회계관리제도가 부정 방지에 실효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위원 분석에 따르면 내부회계관리제도 감사를 의무화한 2019년 이후 전체 횡령·배임 사건 중 자산 2조원 이상 기업의 비중이 47%나 급감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필요성도 제기됐다. 정상진 한국투자신탁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기업들은 감사 비용 부담 때문에 내부회계관리제도 유예가 낫다고 판단하지만, 유예조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만 심화시킬 것”이라며 “글로벌 스탠다드와 다르게 우리만 회계 투명성 강화 없이 이대로 가면 국내 시장 이탈(셀코리아)이 일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5년 유예 뒤 제도 폐지로 가는 것에 대한 우려도 컸다. 박정익 EY한영회계법인 전무는 “내부회계관리제도의 최종 목적은 투자자 보호”라며 “해외는 내부회계관리제도가 잘 갖춰져 있는데, 우리만 5년 뒤 제도를 폐지하는 쪽으로 가선 안 된다. 오히려 향후 5년간 제도를 잘 정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자본시장연구원은 향후 5년 정비 과제로 △세액공제를 부여해 내부회계관리제도를 위한 시스템 도입·확산 △△포상금을 비롯한 인센티브를 확대해 횡령·배임 등에 대한 내부고발 활성화 △기업의 이행부담을 완화하는 방안 마련 등을 제시했다. 김범준 카톨릭대 회계학과 교수는 “5년 뒤 실효성 있는 내부회계관리제도를 꼭 도입하되 기업이 감내할 수 있을 정도로 단계적인 정책 추진을 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관련해 송병관 금융위 기업회계팀장은 “내부회계관리제도 5년 유예를 한 것은 코로나19 여파, 성장률 전망치 및 상장사 실적 하락 등을 고려한 숨고르기 차원”이라며 “앞으로 5년간 허송세월 하듯이 보내지 않고 인센티브 방안, 기업 특성에 맞는 감사 기준 등을 마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뢰성 있는 회계정보의 작성·공시를 위해 회계처리를 사전에 규정된 절차와 방법에 따르게 하는 내부통제시스템이다. 주로 전산시스템을 개선해 회계 투명성을 높이는 절차를 통해 구현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