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中겨냥해 CFIUS 권한 대폭 강화

by방성훈 기자
2018.07.20 14:45:50

벤처캐피털·부동산·해외거래 조사 권한 확대
美기술 유출 차단 위한 수출 통제 시스템도 강화
中포함한 외국기업 투자 및 美기업 해외 거래에도 영향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AFP PHOTO)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미국 의회가 대미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의 권한을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중국 기업들의 대미 투자를 견제하고 미국의 핵심·첨단 기술 등의 유출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CFIUS는 미국 재무부 산하 기관으로 주로 해외 기업의 미국 내 투자 및 기업인수에 대해 국가안보를 위협하는지 여부 등을 조사·심의한다. 또 수출 규제 시스템을 통해 해외로 유출되는 미국 기술도 단속한다. 위원회는 이를 토대로 대통령에게 조언할 수 있다.

1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존 코닌 공화당 상원의원은 이날 “상·하원이 CFIUS 권한을 강화하기 위한 법안과 관련해 최종 합의했다”고 밝혔다. CFIUS 권한을 대폭 강화하는 조항이 추가된 이번 법안은 작년 11월 코닌 의원과 로버트 피텐거 공화당 하원의원에 의해 제안됐다. 코닌 의원을 비롯한 많은 의원들이 중국이 CFIUS 법의 허점을 악용, 미국 기술을 취득하고 있다고 지적해 왔다.

CFIUS 권한이 이번처럼 대폭 바뀌는 것은 10년 이래 처음이다. 법안은 통과가 확실시되는 국방비 지출안과 묶여 처리될 예정이다. 이르면 이달 안에 입법화될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 국가안보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대외 거래, 특히 중국의 대미 투자 및 기업인수를 차단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그동안 중국을 겨냥해 새로운 행정명령을 시행하는 대신, CFIUS 관련법을 개정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고 의회와 협력해 왔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중국의 미국 기술 부문 투자와 관련해 “CFIUS가 미국 안보를 잠재적으로 위협할 수 있는 중국의 투자 제한을 검토할 것”이라며 보완 입법을 촉구했다. 아울러 미국의 기술과 인재 보호 등을 위해 해왔던 일들을 앞으로는 CFIUS가 하게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법안이 의회를 통과하고 나면 CFIUS 권한이 대폭 강화될 전망이다. 미국에서 거래를 하는 외국 기업과 해외에서 활동하는 미국 기업 모두 영향을 받게 된다. CFIUS는 외국 자본이 기업 지배권을 갖지 않는 벤처 캐피털 펀드 등을 통한 투자에 대해 더 많고 강력한 조사 권한을 보유하게 된다. 아울러 민감한 미국 내 시설 및 부동산 거래에 대한 조사 권한도 확대된다. 유령회사를 세워놓고 소유권을 교란시키는 것으로 추정되는 거래 등에 대해서도 개입할 수 있게 된다.

법안에는 CFIUS의 수출 통제 시스템을 강화시킨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미국의 중요 기술이 해외로 유출되는 거래를 막기 위해서다. 이에 따라 미국 중요 기술이 포함된 조인트 벤처 등의 계약과 관련해 수출은 물론 해외 거래도 CFIUS의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다.

한편 재계는 민주당과 더불어 중국 견제 효과보다는 미국 내 해외 투자 제한 효과가 더 클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일부 기업들은 이번 조치가 기업들의 투자 및 사업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특히 해외거래 비중이 높은 IBM과 제너럴일렉트로닉(GE) 등은 이번 조치가 단순히 외국 자본의 대미 투자뿐 아니라, 미국 기업들의 해외 거래까지 통제하고 있다는 점에 우려를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