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C 감산 비웃는` 美셰일, 증산 시동…치킨게임 재연되나
by김경민 기자
2017.01.10 13:46:02
|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2월 인도분의 배럴당 가격 추이(자료=NYMEX)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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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경민 기자] 주요 산유국들이 줄줄이 감산 ‘약발’이 오래가지 않을 전망이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에 이어 11개 비(非) 회원국들까지 15년 만에 원유 생산 감축에 합의했지만 미국 셰일 채굴 장비 숫자는 오히려 늘고 있기 때문이다. 언제든 생산량을 늘릴 수 있는 채비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감산을 약속했던 세계 2위 산유국 이라크의 원유 수출량도 지난달 오히려 늘어나 ‘치킨게임’ 양상으로 번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2월 인도분의 배럴당 가격은 전거래일대비 3.8% 내린 51.96달러에 마감했다. 이는 종가 기준으로 지난해 12월16일 이후 최저 수준이다. 런던 ICE 선물시장의 3월 인도분 브렌트유는 3.66% 하락한 배럴당 55.01달러 수준에서 머물고 있다.
최근 국제 유가 분위기는 좋았다. 지난해 말 오펙 14개 회원국이 올해부터 하루 최대 생산량을 약 120만배럴 줄인 3250만배럴로 낮추는데 합의한 덕분이다. 여기에 러시아, 멕시코 등 OPEC에 가입하지 않은 산유국 11개도 하루 평균 원유 생산량을 55만8000배럴 줄이기로 약속하면서 저유가 시대도 막을 내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OPEC과 비회원국들이 공동으로 원유생산 감축에 합의한 것은 지난 2001년 이후 처음이며 합의에 따른 감산은 올 1월1일부터 6개월간 시행되는 것이었다.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배럴당 40달러대에서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던 WTI는 감산 소식과 함께 바로 50달러대를 회복했다. 일각에서는 60달러대도 뚫어낼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왔다. 그렇지만 막상 감산이 시작된 새해 유가 흐름은 계속 50달러대에 머물고 있는 모습이다.
원유값 상승의 발목을 잡는 우려 중 하나는 감산을 실제로 얼마나 이행하는가다. 지난해 감산 이행 약속에도 OPEC 내 2위 산유국인 이라크의 남부 바스라 유전지대의 12월 원유 수출량은 하루 평균 351만배럴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아무리 올해부터 감산량을 줄이기로는 했다지만 오히려 최대한 뽑아내고 있는 이라크를 보며 감산에 대한 회의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이라크 정부는 새해부터 감산 약속을 이행할 것으로 주장하고 있지만 `제2의 이라크`가 나올 수 있다는 점에서 불안감을 잠재우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미국 셰일 원유 시추장비 숫자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지난 6일 베이커휴즈 집계에 따르면 미국 내 가동 중인 원유 시추장비수는 529개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15년 12월 이후 최대 규모다. 채굴 장비 숫자는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바클레이즈는 올해 말까지 채굴 장비 숫자는 850개에서 875개로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이런 분위기 속에 OPEC이 과거와 같은 세계 원유시장에서의 패권을 되찾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실제로 OPEC 산유국들의 세계 원유시장에서의 점유율도 크게 낮아진 상황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지난 10월 세계 석유공급량 9780만배럴 중 러시아·브라질 등 비(非) OPEC 국가들의 산유량은 5704만배럴로 집계됐다. OPEC 산유국 산유량의 1.5배 이상이다. 스캇 달링 JP모건 원유·가스 담당 리서치부문 대표는 “올 하반기까지 미국 셰일 생산은 계속 늘어날 것”이라면서 “올해 하루평균 셰일 생산량은 20만배럴로 예상되지만, 만약 국제유가가 배럴당 60달러선까지 치솟게 된다면 셰일 생산량도 60만배럴로 늘어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어 “결국 유가는 올 하반기까지 배럴당 50달러대를 유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