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진제 개편 이렇게]③불붙은 개편 논란…산업용으로 옮겨가나

by김상윤 기자
2016.08.12 15:24:55

산업용 전기 소비량 절반에 달해
전기요금은 주택용보다 싸지만…
원가보상률은 이미 100% 넘어서
대기업만 따로보면 원가 부족 수조원
전경련 "지금은 산업용 요금 내릴때"

[세종=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인터넷데이터센터(IDC)는 인터넷서비스에 필요한 서버, 전용회선, 네트워크를 관리하는 ‘인터넷서버호텔’로 불린다. 빅데이터 시대에 중요한 기기라는 의미다. 하지만 좋은 별명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전기 먹는 하마’라고 불리기도 한다. 서버 장비뿐만 아니라 전원시설, 냉각장치 등이 24시간 풀가동해야 하기 때문이다.

보통 다국적 IT기업은 이런 IDC를 한국에 두지 않는다. 한국에 서버를 두게 되면 국내에서 서비스사업자로 등록돼 법인세를 내야 한다. ‘조세피난처’를 통해 법인세를 최소화하는 다국적 기업입장에서 한국은 상대적으로 큰 매력이 없는 곳이다.

그럼에도 마이크로소프트와 일본 최대 통신사인 소프트뱅크는 2011년 KT와 함께 공동으로 경남 김해에 IDC를 설립했다. 당시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한국은 일본보다 전기료가 싸다”며 한국에 IDC를 둔 이유를 설명했다.



국민들이 전기요금에 대한 불만이 폭발한 것은 주택용 전기요금의 누진제 자체 문제도 있었지만 산업용, 일반용 전기가 상대적으로 싸다는 인식도 한몫을 했다. 이에 따라 주택용 누진제 개편과 함께 산업용 전기요금도 인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14년 기준 한국의 산업 전력 소비 비중은 55.4%로 국제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산업부문 전력 소비 비중(평균) 32%보다 훨씬 높다. 반면 가정이 쓰는 전력 소비 비중은 13.1%로 OECD 평균인 31.3%보다 낮다.



전력 소비는 산업용이 훨씬 많은데도 산업계는 가정에 비해 저렴한 전기요금을 내고 있다. 한국전력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주택용 전기 판매단가는 1kWh 당 123.69원으로 산업용 107.41원보다 비싸다. 다른 나라에 견줘 산업용 소비가 압도적으로 많은 상황에서 가계에만 누진제를 적용해 부담을 집중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송유나 사회공공연구원 연구위원은 “전력 사용량이 역대 최대를 기록하는 이유는 산업용 수요가 대폭 증가한 것”이라며 “산업용 요금을 올리면 상대적으로 가정용 요금을 인하할 여지가 생긴다”고 말했다.

물론 이를 원가보상률로 보면 상황이 달라진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가정용 전기의 원가보상률은 86.7%로 산업용 101.9%보다 낮다. 산업용 원가보상률은 2012년 89.5%, 2013년 97.9%, 2014년 101.9%로 매년 인상됐다. 원가보상률은 총수입을 총원가로 나눈 값이다. 산업용 전기는 가정용과 달리 발전소에서 생성된 고압전기를 송전선로에서 바로 끌어쓰고 송전탑과 선로 대지비 등을 모두 기업이 부담하다 보니 산업용 전기의 원가가 낮기 때문이다.

원가보상률은 올라갔지만, 한전은 대기업 상당수로부터 제대로 원가를 보상받지 못하고 있다. 한전이 2012~2014년 3년간 20개 대기업에 판 전기의 ‘원가부족액’은 3조5418억원이다. 대기업들이 대량의 전기를 소비하다 보니 전기요금을 깎아줬지만, 부족액 상당 부분은 중견·중소기업에서 매운 셈이다. 박주민 의원실 관계자는 “산업용 원가 보상률은 올라갔지만 여전히 대기업은 혜택을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산업계는 당장 반발하고 있다. 올 초만 해도 정부에 공식적으로 전기요금 인하를 요구했었다. 수출이 둔화되는 상황에서 유가는 하락하고 있는 만큼 몇 년째 올렸던 전기요금을 낮춰 기업의 어려움을 덜어달라는 이유다. 전경련 관계자는 “중국만 해도 올 1월 산업용 전기요금을 1kW당 0.03위안을 인하했다”면서 “지금은 인상이 아닌 산업용 전기를 인하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 의견은 엇갈린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원가보상률이 이미 100% 이상 올라간 상황에서 기업에 더 부담을 주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산업용 전기 인상은 장기적 과제로 두되 당장 문제가 큰 주택용 누진제를 손 보는 게 시급하다”고 언급했다.

반면 홍준희 가천대 에너지IT학과 교수는 “주택용 전기 누진제를 일부 완화하더라도 업종별 형평성 문제는 계속 나올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국민에게 양해를 구하고 에너지 전반의 시스템을 정비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