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최중경-이만우, 회계사회 회장직 놓고 `정책대결` 예고

by김도년 기자
2016.05.24 16:35:00

최 후보 "총괄대표에 감사실패 책임 물어선 안돼…韓 회계 투명성 심각하지 않다"
이 후보 "감사실패엔 지휘부도 책임져야…'경영자 확인서' 제도로 투명성 높일 것"

최중경 전 지식경제부 장관
[이데일리 김도년 기자] 전직 장관과 원로 교수가 1만8000여 회계사를 대표하는 한국공인회계사회 차기 회장 자리를 놓고 맞붙었다. 최중경 전 지식경제부 장관과 이만우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가 그 주인공. 이들은 회계 투명성과 감사보수를 높이고 분식회계에 대한 회계사 책임을 명확히 하자는 큰 방향성에 동의하면서도 각론에선 시각차를 보이고 있어 선명한 정책 대결을 기대케 하고 있다.

공인회계사회는 임기가 만료되는 강성원 회장 후임이 될 제43대 회장 선임을 위해 오는 28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입후보 등록 신청을 받는다. 이후 다음달 22일 정기총회에서 새 회장을 선출한다. 회계업계에 따르면 김광윤 아주대 교수와 민만기 회계사 등도 후보로 나설 것으로 보이지만 경력이나 이름값 등을 고려할 때 최 전 장관과 이 교수의 2파전으로 점쳐진다. 회계사회 회장은 업계 이익을 대변하는 자리로 갈수록 중요성이 더해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힘있는 관료 출신이 와서 이권을 대변해줘야 한다는 논리와 회계업에 대한 경험과 애정이 많은 사람이 와야 한다는 논리가 대립하고 있다.

최 전 장관은 행정고시 합격전 공인회계사로 삼일에서 일했었고 이 교수도 고려대 교수로 가기 전에 삼일에서 경력을 쌓았다. 또 최 전 장관은 재정경제부 국제금융국장 재직 시절 고강도 환율 방어에 나서며 ‘최틀러’라는 별명이 붙는 등 시장과 관가 안팎에서 선 굵은 카리스마로 이름을 날렸다. 이에 비해 이 교수는 정치력은 강하지 않지만 각종 칼럼 등을 통해 사회적 문제에 제 목소리를 내왔고 이번 선거전이 시작되기 전부터 회장 출마 의사를 대외적으로 밝히는 등 강한 의지를 불태우고 있어 만만치 않은 상대로 평가된다.

특히 이들 두 유력 후보는 24일 이데일리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주요 현안과 관련해 명확하게 엇갈리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이만우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
금융당국이 회계법인 총괄대표에게 감사 품질관리 책임을 묻는 방안을 추진하는데 대한 견해 차가 가장 컸다. 최 전 장관은 빅4 회계법인 원로들로부터 추천받은 만큼 총괄대표에게 책임을 물어선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총괄대표는 현장에서 감사증거를 채집하고 분석하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현장의 모든 일을 책임질 순 없다”며 “아들이 잘못하면 아버지를 감옥에 보내겠다는 발상은 안된다”고 말했다. 반면 이 교수는 감사실패의 모든 책임을 현장 담당자에게만 지우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하며 “감사 수임과 관리시스템에 대해서는 회계법인 지휘부에서도 책임져야 하고 책임소재를 어떻게 나눌지 회계사회가 적절한 모델을 내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회계 투명성 순위가 후진국 수준에 머무르는데 대해서도 미세한 시각차가 있었다. 이 교수는 “국내 회계 투명성이 낮은 것은 기업에서 기초 장부를 작성하는 회계책임자들이 애초에 윗선 지시를 받고 숫자를 조작해서 적는 것이 문제”라며 “미국처럼 대표이사, 책임자급은 물론 모든 회계담당자들이 자신이 분식회계를 하지 않았다고 고백하는 확인서를 쓰게 한다면 내부자 공모 문제를 없앨 수 있고 회계 투명성도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최 전 장관은 “일감 경쟁으로 감사보수가 낮아지면서 감사품질이 떨어지는 문제는 있지만 우리 회계사들이 70여년 가까이 노력해 정착된 회계시스템이 그렇게까지 불투명하진 않다”고 답했다.

감사보수를 높일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는 최 전 장관은 조정자 역할을 해 온 관료 출신답게 기업과 감사인 등 이해당사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답변한 반면 이 교수는 대형 회계법인의 감사일감 덤핑 수주와 비현실적인 아파트 감사보수 책정 문제처럼 자기 학살적인 경쟁을 뿌리뽑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 보겠다고 답했다.

끝으로 이 교수는 “학생들을 가르치며 회계사를 3000명 이상 배출했고 회계사 시험을 10년 이상 출제한 교수로서 갈수록 전망이 어두워지는 회계사들의 위기를 어떻게 풀어나갈 지 고민할 것”이라며 출사표를 끝맺었다. 최 전 장관도 “사회 생활을 회계사로 시작했고 회계 담당 사무관, 과장을 거치면서 회계업계와는 인연을 맺게 됐다”며 “기업 재무 정보를 더하면 거시경제 정보가 되기 때문에 재무제표 적정성을 검토하는 회계감사의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