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빌딩 코리아-3]①'미생' 구조개혁으로 '완생' 경제체질 만든다
by피용익 기자
2015.01.05 18:57:46
[세종취재팀=피용익 윤종성 하지나 김상윤 방성훈 기자]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작년보다 0.4%포인트 높은 3.8%로 잡았다. 그러나 새해 초부터 한국 경제를 둘러싼 주변 상황은 녹록지가 않다. 미국의 금리인상 가능성과 엔저 현상, 유가 하락 등이 복잡하게 얽히면서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경제체질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이유다. 박근혜정부의 경제체질 개선 노력은 구조개혁에 방점이 찍혀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최근 “지금 아프다고 수술을 안 하겠느냐”는 말로 구조개혁의 시급함을 강조했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더 나아가 “개혁이 밥 먹여준다”는 신년 일성을 던졌다. 정부는 올해 노동·금융·공공기관·연금·교육·주택 6개 분야의 구조개혁을 추진해 경제체질을 개선하고 경제회복 노력의 효과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각 분야의 전문가들로부터 ‘미생’을 ‘완생’으로 거듭나게 할 묘안을 들어봤다.
노동부문 구조개혁은 서비스업과 중소기업 노동자에 대한 처우 개선에서 시작돼야 한다. 우리나라 취업자의 90%는 중소기업에 다니고 취업자의 70%는 서비스업 종사자다. 노동 의존도가 큰 서비스업, 중소기업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것이 해묵은 노동 문제 해결의 시발점이다. 다양한 서비스업과 중소기업에 대한 각종 규제를 타파해 부가가치를 높이고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정부 발상은 환상만 좇는 것이다. 중앙정부가 독선적으로 하려 하지 말고, 지방자치단체와 손을 잡는 것도 방법이다. 제주도를 관광특구로 육성해 일자리를 만들어냈던 것처럼 말이다.
정부가 내놓는 노동 대책들은 10년 전 노동문제를 다루던 패러다임과 크게 다르지 않다. 구조개혁을 말하는 정부가 정작 어려운 과제들은 뒤로 미룬다. 비정규직 문제는 대기업 내 비정규직과 정규직 근로자의 갈등이 본질이다. 이건 비정규직의 근로 기한을 4년으로 늘려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대기업 노조에 비정규직을 가입하도록 유도하는 게 핵심이다. 기업의 임금체계 개편도 세법 개정 등 정부 주도로 추진할 수 있는 일인 데도, 모른 척 하고 있다. 대기업 노조원들의 소득 수준은 중산층 이상이기에 세금에 상당히 민감하다. 결국 정부의 의지 문제다. 강력한 정부의 힘으로 구조 개혁을 추진하지 않으면 노동분야는 계속 ‘미생’으로 남게 될 것이다.
정부와 민간 부분이 해야할 부분을 명확하게 구분해야 한다. 정부는 큰 방향을 제시하고 리스크만 관리 감독해야 하는데 시중은행의 기술금융 실적이나 지배구조 기준까지 모두 정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 산업이 시장에서 경쟁력을 키울 만한 여건이 마련되지 않는 건 당연한 일이다.
핀테크(FinTech) 관련해서도 정부 당국이 나서서 할 게 아니라 은행에서 알아서 할 수 있는 여건만 마련해줘야 한다. 필요하다면 정부가 도와주고 제도를 뒤받쳐주는 방식으로 가야하는데 현재는 산업적인 부분과 감독 기능이 얽히고설켜 있어 제대로 운영되기 어려운 실정이다.
용두사미로 그친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 우리금융 민영화, 금융감독체계 개편, 정책금융개편 등 4대 금융 태스크포스(TF)도 확실히 마무리 지어야 한다. 현재 수면 아래로 들어갔지만 아직 제대로 자리를 잡았다고 할 수 없다. 우리은행을 하루빨리 매각하고 정책금융의 도구로 이용하는 산업은행도 민영화해야 한다.
공공기관 구조개혁은 주인을 찾아주는 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많은 공공기관이 정치적인 결정, 즉 정책을 따르다가 만성부채에 시달리는가 하면 각종 비리로 얼룩지고 있다. 주인이 있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들이 많다.
각종 비리나 부도덕한 행위 등은 시스템으로 막으려고 하면 구축비용이 손해보다 크다. 공공기관에 대한 최소한의 내적 효율성 및 내부 통제 수단은 기획재정부가 만든 공공기관운영에관현 법률 등의 정책과 제도를 통해 이미 마련돼 있다.
정부가 각 공공기관이 제공하고 있는 서비스가 공공부문에서 수행토록 하는 게 옳은지 재평가를 해야 한다. 이후 필요시엔 부분적으로나마 민영화를 시켜 주인을 찾아줘야 한다. 민영화가 안 된 공공기관은 담당 부처의 책임을 더욱 강화토록 해서 관료들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 대부분의 공공기관은 민간기업보다 손쉽게 수익을 거둘 수 있는 독점 구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주 효율적인 민간 기업과 유사한 수준의 급여나 보너스를 받고 있다. 자체적·사회적 부가가치 창출에 있어 효율성이 매우 떨어지는데, 정부가 직접 나서서 각 공기업 형평에 맞는 보상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우리나라 공적연금에서 가장 우려시되는 것은 ‘재정안정화’와 ‘노후소득보장’이다. 그동안 재정안정화를 위해 두 차례에 걸친 연금개혁으로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은 70%에서 40%로 줄어들었지만 재정안정화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했다. 인구고령화로 인해 근로계층 수가 줄어들면서 현재 국민연금제도는 기여도보다 수령액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재정안정화를 위해 수령액을 줄일 경우 적절한 노후소득 보장에 대한 문제가 발생한다. 재정안정화와 노후소득보장은 상충될 수밖에 없다.
재정안정화를 위해 보험료율 인상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지만 이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보다 중장기적인 시각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고, 특히 고령화사회에 필요한 인프라 구축도 함께 선행될 필요가 있다.
현재 대학은 실험·실습 공간이 부족하거나 학생 1인당 투자비용이 없어도 유지가 된다.
대학에서 책임을 가지고 학생을 선발하고 교육시키고, 나중에 취업까지 유도할 필요가 있다. 그렇게 되면 대학 스스로 경쟁력을 높이게 되고 구조조정이 될 것이다.
수능 제도에 대한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 외국의 경우 0.1점 차이로 학교가 바뀌는 경우는 없다.
또한 현재 공교육이 무너질 수밖에 없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바로 교사들의 자질 문제다. 직업인으로서 사명 의식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런 방식으로 계속해서 교육 구조가 흘러가면 교육의 원동력을 잃어버릴 수 있다. 교사 역할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하다. 외국의 경우 3년이나 5년 단위로 교사 자격이 갱신되고 있다는 점도 고려해볼만하다.
우선적으로 과거 부동산 시장에 기반을 두었던 규제들을 바꿔야 한다. 부동산3법이 우여곡절 끝에 통과됐지만, 여전히 과거 시장에서 유지됐던 규제가 많이 남아 있다. 당장 모든 것을 폐지하긴 어렵지만 종합부동산세를 없애고 재산세로 편입하는 등 규제 완화가 유기적으로 연결돼야 더 큰 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지금 부동산 시장은 과거와 달리 굉장히 다변화돼 있다. 어느 한 가지 특정 정책이 모든 부동산 시장을 활성화시키는 게 어렵다. 그만큼 정부의 정책적 유연성이 필요하다. 세제혜택이라든지 임대소득세 등 여러 사업마다 대응할 수 있는 정책의 유연성이 필수다.
특히 정부가 발표한 민간 임대주택 활성화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재정난 등을 고려하면 선택의 여지가 없는 당연히 해야 할 정책 방향이다. 전세 가격이 폭등한 상황이지만 임대인이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정부가 수익률을 보전하는 방식으로 갈 수밖에 없지만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기 쉽지 않기에 여러 인센티브 지원책에 대한 고민이 함께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