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총격 사망, 상체·3회 격발 쟁점…"매뉴얼은 매뉴얼일 뿐"

by장영락 기자
2025.02.28 10:40:14

안준형 변호사 라디오 인터뷰
"매뉴얼은 매뉴얼일 뿐, 적절한 비례성이 중요"
과거 영상 증거 없어 정당방위에 보수적 판결

[이데일리 장영락 기자] 26일 광주에서 발생한 경찰관의 총기사용 사건과 관련, 변호사가 정당방위 인정에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는 의견을 냈다.

몸싸움 중 총기 격발한 경찰관. 광주MBC 캡처
28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은 안준형 변호사와 인터뷰를 가졌다. 안 변호사는 이번 사건에 대해 논란의 소지가 있는 부분이 없진 않으나 전체적으로 정당방위가 인정되는데 무리가 없을 것으로 봤다.

이번 사건은 스토킹 신고로 출동한 경찰이 해당 남성을 검문하는 과정에서 갑자기 흉기를 꺼내 휘두르면서 발생했다. 이 경찰관은 얼굴과 목에 큰 부상을 입었고 옆에 있던 경찰관이 결국 공포탄을 쏜 후 실탄까지 쏴 제압했다. 실탄 3발을 맞은 남성은 사망했다.

안 변호사는 “가해 남성이 흉기를 들고 돌진하는 상황에서도 비교적 경찰관이 매뉴얼대로 전부 다 이행을 한 것으로 보이나 지금 논란의 소지가 있는 부분이 있다”며 상체로 실탄을 발사한 점을 지적했다. 경찰의 총기 격발 매뉴얼에는 대퇴부 아래, 하체를 조준하라고 돼 있는데 이번 사건에서는 상체로 격발이 됐다는 것이다.

다만 안 변호사는 “매뉴얼은 어디까지나 매뉴얼이다. 실제 현장이 얼마나 위험하고 또 얼마나 긴박했는지에 따라서 충분히 유동적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에 CCTV 영상만 봐도 당시 경찰관이 하체를 조준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매뉴얼에 어긋나는 부분은 상체 격발인데, CCTV 영상으로 봘때 정확한 조준이 어려운 점을 감안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달려드는 가해자. 광주MBC 캡처
그는 “현실적으로 (근거리에서 달려드는 상대로 정확한 조준은) 어려워서 이 부분은 나중에 수사나 재판 과정에서 충분히 반영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도 말했다.

안 변호사는 실탄을 3발 쏜 점에 대해서도 경찰관 진술을 볼 때 정당방위 성립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봤다. 그는 “진술 내용을 보면 일단 한 발을 쐈는데 한 발을 쏘고 좀 지켜봤는데도 난동이 제압이 안 됐다는 거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두 발을 더 쐈다라고 하고 있기 때문에 조사가 좀 더 이루어져야 될 것 같긴 하지만 한 발을 쐈든 세 발을 쐈든 정당방위가 성립하는데 큰 문제는 없어 보인다”고 밝혔다.



정당방위 성립과 관련 법원에서 비례성 원칙을 강조하는 것에 대해서도 “비례라고 하면 사실 완벽한 비례를 요구하는 건 아니다”고 강조했다. 가해자가 칼을 들었다고 해서 경찰이 칼로 대응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그는 “여러 가지 현장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적절한 비례가 지켜졌느냐, 단순히 경찰 멱살을 잡았다고 총을 쐈다, 이러면 비례성 위반을 했지만 실제로 칼이나 흉기가 없더라도 생명의 위협을 느끼는 상황이 충분히 있었으면 그때는 얼마든지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안 변호사는 경찰관 무력 대응에 사법이 관대하지 않았던 과거 사례도 소개했다. 2001년 경남 진주에서 있었던 사건으로, 씨름 선수였던 가해자 남성이 당시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을 넘어뜨린 채 폭행을 가하자 옆에 있던 경찰관이 가해자를 총격해 사망한 사건이다.

몸 수색 후에 흉기가 없던 것이 밝혀져 과잉대응 논란이 있었고 결국 검찰은 업무상 과실 치사 혐의로 해당 경찰을 기소한다. 1, 2심 모두 유죄를 선고했으나 상고심에서 무죄 취지로 원심이 파기되면서 결국 경찰이 혐의를 벗은 사건이다.

안 변호사는 당시 CCTV나 바디캠 등이 없어 증언 외에 상황 파악이 어려웠던 점도 정당방위 판결이 보수적이었던 원인으로 꼽았다. 그는 “요새는 경찰의 바디캠이나 CCTV가 많아서 재판에서 재생을 하면 대부분의 재판관들도 바로 직관적으로 누구의 잘못인지 알 수 있다”며 이번 사건은 상황이 다르리라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