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처 이마트보다 배민 수수료가 문제"…갈등 깊어지는 플랫폼 vs 자영업자
by한전진 기자
2024.09.09 17:04:33
배민클럽 유료화…프랜차이즈협 "공정위 신고" 엄중 대응
과거엔 ''롯데 통큰치킨''…이젠 ''배민 수수료''가 생존 위협
''오프라인 대형 점포''→''온라인 플랫폼''…갈등 양상 변화
[이데일리 한전진 기자] 외식업계와 배달 플랫폼 업체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배달의민족(배민) 등 업체가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해 배달 수수료 등 비용을 점주에게 전가한다는 이유에서다. 외식업계는 ‘더 이상은 묵과할 수 없다’며 강경대응을 예고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유통업계의 갈등 양상이 변화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존에는 외식업계가 대형마트 등 대형 점포의 ‘저가 상품·신규 출점’ 등을 놓고 마찰을 빚는 것이 일반적인 모습이었다면 이제는 배달애플리케이션(앱) 등 온라인 플랫폼과의 갈등이 본격화하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다.
| 지난 7월 서울 송파구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운영사) 본사 앞에서 라이더유니온, 공정한플랫폼을위한사장님모임, 서비스연맹 배달플랫폼노조 관계자 등이 배달의민족 수수료 인상 규탄 및 철회 촉구 기자회견을 진행한 모습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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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 프랜차이즈산업협회는 지난 6일 서울 강서구 프랜차이즈산업협회에서 ‘프랜차이즈 배달앱 사태 비상대책위원회 발족식’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비대위는 배달앱의 수수료 인상을 독과점사업자의 불공정 거래 행위로 규정하고 배달의민족, 쿠팡이츠, 요기요 등 배달앱 3사를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정식 신고하기로 했다.
프랜차이즈산업협회가 유통업체를 공정위에 신고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상황이 엄중하고 급박하다는 판단에서다.
11일 배달앱 점유율 1위 배민은 멤버십 서비스 ‘배민클럽’을 유료화 할 예정이다. 알뜰배달 배달비 무료, 한집배달 배달비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것을 내세우고 있다. 앞서 배민은 지난 5월부터 이를 무료 체험 형태로 진행해왔다.
문제는 프랜차이즈 매장 등 입점 점주들의 입장이다. 이전보다 높은 수수료를 내거나 배달비를 전액 부담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면서 원성이 커지고 있다. 실제로 롯데리아는 이 때문에 배민클럽을 이용하지 않기로 했다. 최근에는 가맹점주들에게 “앱상 노출이 늘어나도 수수료 부담이 커질 수 있어 미운영을 권고한다”는 수익성 분석 결과를 전달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여러 외식업체 뿐 아니라 자영업자들도 배민클럽 유료화에 우려하고 있다. 회원수 160만명을 보유한 자영업자 카페 ‘아프니까 사장’에서는 “배민클럽 가게배달 해지 어떻게 하나요?”, “배민 배달이 아니면 불이익을 주는 것과 같다” 등 관련 글들이 잇따르고 있다.
한국프랜차이즈협회는 매달 전체 회의와 수시 분과별 회의를 열고 적극 대응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나명석 비대위원장은 “배달앱 3사가 올해 무료배달 경쟁으로 인한 비용을 모두 가맹점에 전가해 배달 비중이 높은 치킨, 피자, 족발 등 관련 업계가 초토화하고 있다“며 “더욱 많은 브랜드들이 함께 뜻을 모을 수 있도록 비대위 활성화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라이더유니온지부 조합원들이 21일 오후 국회의사당 역 앞에서 ‘배달라이더 × 배달상점주 플랫폼 갑질 규탄대회’를 열고 구호를 외치며 피켓을 올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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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유통업계의 갈등 양상이 변화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과거에는 외식업체와 대규모 매장을 가진 대형마트·백화점 등 오프라인 업체의 갈등이 대부분이었다면 이제는 ‘오프라인 vs 온라인 플랫폼’ 간 갈등이 부상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대형마트의 ‘반값 치킨’이 이런 변화한 현실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로 꼽힌다. 지금은 홈플러스의 당당치킨, 이마트의 완벽치킨 등이 당연한 시대지만 불과 10년 전만 해도 이는 업계의 ‘금기성’ 상품이었다. 대기업 골목 상권 침해의 상징과도 같았기 때문이다. 2010년 롯데마트가 5000원 통큰치킨을 선보였을 때 한국프랜차이즈협회는 “판매를 중단하지 않을 경우 회원사들의 롯데 계열사 제품 구매에 대한 특단의 조치를 고려할 계획”이라는 성명을 냈다.
이런 분위기가 바뀐 것은 쿠팡 등 온라인 플랫폼의 대약진에서 시작했다.
대형마트도 성장세가 고꾸라지면서 치킨을 미끼 상품으로 쓰는 것이 일반화했다. 여기에 고물가까지 겹치면서 프랜차이즈협회 등은 더이상 대형마트의 저가 상품에 대한 특별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그만큼 유통 환경이 변화했다는 의미다.
외식업계의 초미의 관심사는 근처 이마트(139480)가 아니라 배민의 수수료인 셈이다.
최근 막을 내린 ‘햇반전쟁’도 오프라인과 온라인 플랫폼 간 갈등의 사례다. 식품사인 CJ제일제당(097950)은 지난 2022년 쿠팡과 즉석밥인 햇반의 납품가를 놓고 갈등을 빚었다. CJ제일제당은 “쿠팡이 과도한 납품가 인하를 요구했다”고 했다. 쿠팡은 “CJ제일제당이 약속한 물량을 제때 보내주지 않는다”고 했다. 이들은 진흙탕 싸움을 벌이다가 지난달 1년 8개월만에 대타협을 이뤘다.
업계에서는 앞으로 온라인 플랫폼과 외식업 등 오프라인 업체의 갈등이 일반화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대형 유통업체의 신규 출점에 따른 골목 상권 침해가 업계 갈등의 핵심으로 꼽혀왔다면 이제는 온라인의 플랫폼의 ‘정산주기’, ‘판매 수수료’ 등이 뜨거운 감자”라며 “오프라인 플랫폼과의 갈등 양상은 이제 시작일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