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의료개혁 진행 ‘착착’…속타는 의료계

by최오현 기자
2024.05.21 17:10:36

정부, 예산 투입 강경책 등 전방위 압박
전공의 복귀 진퇴양난…"사직 받아줘야"

[이데일리 최오현 기자] 정부가 모든 수단을 통해 수련현장 이탈 전공의 복귀를 유도하고 있지만, 전공의 복귀 명분은 점차 사라지고 있어 답답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의료 분야에 적극적인 예산 투입과 전공의 수련 환경 개선 등을 통해 전공의를 회유하고 있다. 동시에 미복귀 시 내년도 전문의 시험 응시가 불가능하다며 압박하고 있다. 그러나 의료계는 마땅한 대응책이 없어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다. 일부 전공의는 정부 정책의 지속 가능성을 보장할 수 없어 복귀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의정갈등이 지속되는 가운데 지난 15일 오전 서울의 한 대학 병원에서 한 의사가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21일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5월 중 대학 입시 일정들이 다 결정돼서 공표를 해줘야만 그다음 수시(전형)가 있기 때문에, (의대 증원) 절차가 진행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부로선 의대 정원 증원 문제가 5월 말이면 모든 것이 끝나느냐는 진행자 물음에 “그렇다”고 답했다. 정부 입장에서 의료개혁을 차질없이 진행하고 있다는 의미다.

의대 증원은 한국대한교육협의회(대교협)에서 전형 시행 계획을 이달 중 승인하면 각 대학이 5월 말까지 모집 요강을 발표하는 절차만 남겨두고 있다. 최초로 의대 증원 학칙 개정안을 부결했던 부산대도 이날 교무회의를 열고 재심의한 결과 개정안이 가결됐다.

정부가 회유 및 강경책 내세워 전방위적 압박에 나선 반면 의료계는 진퇴양난이다. 의대 증원이 기정사실화한 상황에서 전공의가 복귀할 수도, 하지 않을 수도 없는 입장이란 것이다. 전면 백지화를 주장한 이상 지금 시점에서 복귀가 애매해진 탓이다. 일부 전공의들은 복귀 시 집단 내 낙인도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미복귀 시엔 내년도 시험에 응시할 수 없는 등 실익을 잃는 측면도 있다.



한 서울대의대 교수는 “파국으로 치달았다”며 “올 사람들은 오고 그만둘 사람들은 그만둘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직하려는 사람들은 사직을 시켜줘야 생계를 이어가는데 큰 일”이라고 지적했다. 고려대 의대의 다른 교수는 “조직적인 차원보다 개인적인 사정에 의해서 몇몇 전공들의 복귀가 이뤄지지 않을까 싶다”고 예측했다. 오승원 서울대의대 교수는 이날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기자회견에서 “전공의 학생의 이야기를 들었는데 ‘직구 얘기’를 하더라”고 전했다. 얼마전 정부가 일부 미인증 해외 상품에 대한 수입을 금지한다고 밝혔다가 거센 반발에 이를 뒤집은 점을 언급한 것이다. 전공의들이 정부 정책 지속 추진 가능성을 신뢰하기 어렵단 지적으로 풀이된다.

의료계는 정부가 의료 정책 수립에 있어 긴 호흡으로 진행하겠단 입장 표명이 필요하다고 바라봤다. 오 교수는 “의료정책은 중요한 문제고 이런 문제는 충분히 숙려된 이후 진행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말했다. 이런 측면에서 서울의대 비대위는 이날 정부에 충분한 협의를 거쳐 의료정책을 수립해달라고 요청했다. 더불어 과학적 의사 수 추계에 필요한 정부 자료 제공도 요구했다.

권용진 서울대 공공진료센터 교수는 “내년도 정원은 확정돼서 바꿀 수 없을 거 같다”며 “정부는 2026년 정원을 재논의하겠다는 것과 의정 대화 테이블을 통해 의료 개혁을 논의하겠다는 발표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여야 합의로 의료 정책 수립에 관한 법제화도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한편 대한의사협회는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전공의 선생님들이 다치거나 구상권을 청구하면 어떤 옵션들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오는 22일 의료계 연석회의를 통해 의료계 입장을 도출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