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발 부동산 투기 의혹 충청권도 예외 아니다…공직계 술렁

by박진환 기자
2021.03.15 14:50:53

세종경찰청, 세종시 공무원 3명 등 7명 피의자 전환
부패방지법 혐의 적용…국가산단 지정 전 토지 취득
대전·충남도 조사중…셀프 조사 등 실효성 없어 지적

여영국 정의당 대표 후보와 정의당 충남도당 관계자들이 15일 충남도청 앞에서 부동산 비리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정의당 충남도당 제공


[세종·홍성=이데일리 박진환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가 갈수록 확산 중인 가운데 충청권에서도 부동산 투기와 관련된 의혹이 속속 나오면서 지역 공직계가 술렁이고 있다.

세종국가산업단지 예정 부지로 알려진 세종시 연서면 와촌리 일대에 사람이 거주하지 않는 조립식 주택이 촘촘히 들어서 의혹을 부풀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세종시와 충남도 등 충청권 지방자치단체들이 지역 공직자들을 대상으로 개발예정지에 대한 부동산 관련 거래 조사를 진행하는 상황에서 투기로 의심될 만한 정황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세종경찰청은 15일 세종시 공무원 3명에 대해 부패방지법 혐의를 적용해 피의자로 전환했다. 또 불공정한 투기를 했다는 의혹을 받는 민간인 4명도 입건해 관련 수사를 시작했다. 현재까지 세종경찰청이 수사에 나선 대상은 투기 의혹이 제기된 공무원 등 7명이다. 경찰은 이들이 내부 정보를 이용해 부동산을 취득했는지 등을 확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세종시는 지난 12일부터 행정부시장을 단장으로 하는 부동산투기특별조사단을 구성하고, 세종시 전 직원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세종시 소속 공무원인 A씨는 지난 13일 공직자부동산투기신고센터를 통해 연서면 스마트 국가산업단지 부동산거래 행위를 자진 신고했다.

이에 세종시는 긴급 조사를 실시한 결과, A씨가 연서면 와촌리 일대 토지를 스마트 국가산단 후보지 확정일 이전에 취득한 사실을 확인하고 A씨를 업무에서 배제조치하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스마트 국가산업단지는 연서면 와촌·부동리 일원 270만㎡ 규모이며, 2018년 8월 국가산단 후보지로 선정된 데 이어 같은해 9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됐다.

이 일대는 지정 발표가 있기 수개월 전부터 조립식 건물들이 들어서고 농지에 묘목이 심어지는 등 투기를 의심할 만한 행위가 확인됐다. 특히 세종시에 투기한 공무원과 LH 직원에 대한 전수조사를 요구하는 여론이 빗발치고 있다.

1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한 청원인이 “세종시는 행정수도 일환으로 정부와 LH가 대대적으로 조성하는 계획도시인 동시에 부동산 투기의 산 현장”이라고 지적했다.

전날에도 “광명시흥 신도지 예정 지역에서 일어난 LH 직원들의 투기를 보면서 세종에서도 유사한 행태의 투기가 일어났을 것이라는 의혹을 가지고 있다”며 정부 차원의 조사단 파견을 요청하는 청원이 올라왔다.

허태정 대전시장이 15일 대전시청사에서 열린 주간업무회의에서 대전시 공직자 전체 조사를 통해 공정행정을 구현하라고 지시하고 있다.
사진=대전시 제공




허태정 대전시장은 15일 주간업무회의에서 전 공직자들을 조사해 공정행정을 구현하라고 지시했다.

그는 “타 시도에서 발생한 공직자 투기는 우리사회 양극화와 불평등을 드러내고 행정의 신뢰를 무너뜨린 사건”이라며 “이는 투기 가담자가 몇 명인가 문제를 떠나서 사회적 질서를 망가뜨리고 희망을 앗아간 불행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태를 겪으며 국민은 보다 투명한 행정조치를 요구하는 상황이고, 또 신뢰를 확인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며 “우리시 여러 개발사업 관련 공직자 투기 여부를 전체적으로 조사해 시민에게 투명성을 보여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양승조 충남지사도 지난 9일 충남도에서도 LH와 같은 유사 사례가 없는지 철저한 조사를 주문했다.

이에 앞서 충남도 산하 충남개발공사는 지난 8일부터 공사 직원들의 사업지구 내 토지거래와 관련해 고강도 자체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조사 대상 사업은 10년 전 확정돼 개발 사업이 추진 중인 당진수청2지구 도시개발사업과 서천군사지구 도시개발사업, 웅천일반산업단지 조성사업 등이다.

충남개발공사는 이번 조사를 통해 부당 토지거래가 의심되는 직원이 확인 될 경우 경찰 수사 의뢰 등 강력조치하고, 불법 거래자에 대해서는 엄중 처벌 한다는 방침이다.

또 직원 대상 조사가 끝나면 대상을 확대해 직계 존·비속의 토지 거래·보유 현황도 들여다 볼 예정이다.

그러나 지자체들이 앞다퉈 공무원들과 산하 공기업 직원들의 부동산 투기 실태를 조사한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지만 실효성은 떨어진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자체 ‘셀프조사’ 결과 발표로는 지역주민들의 의구심 해소에 도움이 안 되는 동시에 강제 수사권이 없는 조사 수준에서 부동산 투기 의혹을 밝히기에는 현실적인 제약이 많기 때문이다.

제보나 자진 신고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에서 자칫 ‘제 식구 감싸기’가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단체장이 조사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표명했지만 정작 실무진들은 어떻게 접근할지를 놓고, 고민이 많다”며 “조사 시점이나 방법론 등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해 여러 방안에 대해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